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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태국·앙코르와트여행

아직도 불타오르지는 않고 있다_131128, 목

여행의 큰 계획을 수정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비행편을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콕으로 들어갔다가 치앙마이로 나오는 비행편으로 수정을 하면서 여행날자를 하루 더 벌 수 있게 되었다. 낮비행기에서 밤비행기로 귀국편이 변경되었으니 실제로는 하루 반나절을 벌게 된 것이다. 친구 잘 둔 것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천재아들이 말한다. 도대체 사람이 하는 일이 안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음, 양날의 칼이다.


여행 계획을 더 여유있게 하자는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섬에 가는 계획도 취소해서 더욱 여유로워졌다. 빠이를 가려고 했던 생각도 접었다. 건기에는 빠이가 북쪽의 카오산로드가 되고, 물가가 두 배 이상 뛴다고 한다. 빠이는 여유로움을 즐기기 위해서 가는 것인데 그런 여유로움이 건기에는 사라져버릴 정도로 유명해져 버렸다고 한다. 여유로워진 시간을 앙코르왓에서 하루(총 5박 6일), 방콕에서 이틀(총 5박 6일), 치앙마이에서 하루(총 3박 4일)를 배정하여 제법 여행다운 여행이 가능해졌다. 흠 숨통이 트인다.


엄청난(?) 실수도 발견했다. 지난 10월 1일에 방콕에서 시엠립 가는 비행기를 에어아시아 사이트에서 예약했다. 프로모션이라고 떠들썩하게 선전을 하기에 서둘러서 예약을 했다. 편도가 인당 7만원 정도로 아주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약을 끝내고 났더니 1만 바트 즉 40만원이 나왔다. 예약과 동시에 입금이 되기 때문에 환불은 안된다. 저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라 환불이 안된다고 자기들이 정해놓은 티켓규정에도 분명하게 명시해 두고 있다.


어디에서 차이가 났는지 보았더니 위탁수하물이 네 명 모두 일인당 20kg으로 선택되어 있었다. 인터넷에서 예약할 때 이 부분을 필수로 생각하고, 당연히 1인당 500 바트를 받는구나 생각했었다. 수하물 부분을 클릭해 보지 않아서 나온 실수였다. 짐이 많지 않으면 선택을 안해도 되는 것이었다. 7kg 정도의 짐가방과 노트북 가방은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4명이고, 20kg 넘는 짐은 하나 또는 둘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니 최대 두 명만 위탁 수하물을 선택했으면 합계 1,000바트(4만원)를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좌석예약비, 식사예약비, 보험 등등 선택하는 것들이 잔뜩 늘어져 있는 바람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불필요한 경비 1,000바트를 손해 보았다. 에어아시아, 이제 알았어. 반드시 세 달 전에 예매하고, 철저하게 짐 계산해서 비용을 줄여야겠다. 여행을 아무리 많이 다녀도 실수는 사라지지 않는다. 제주항공은 여섯 달 전에 예약하면 제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여러가지 노선을 알아보려고 했을 때는 그렇게도 버벅거리던 에어 아시아의 홈페이지가 결제를 한다고 하니 단 한 번에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끝나 버렸다. 안내는 대충 하더라도 돈은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뜻인가 보다. 그리고 에어 아시아의 회원으로 가입하려고 했더니 hanmail에서 가입이 잘 되지 않았다. 십 여 차례에 걸쳐 가입을 시도하다가 '라이브 체트'와 두 차례의 상담을 거쳐서 gmail로 가입을 할 수 있었다. 



결제를 하고도 항공권을 받지 못해서 애를 태우다가 역실  '라이브 체트'를 거쳐서 그것도 두 번에 걸친 노력 끝에 받을 수 있었다. 에어 아시아와 상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라이브 체트다.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놀랍도록 친절한 서비스만을 받다가 이런 서비스를 받자니 참으로 답답햇다. 채팅 시간도 십분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미리 요청사항을 정리해 두었다가 채팅창에 붙여쓰기 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절약해야 했다. 페이스북을 통한 상담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해 보니 불가능했다. 다른 사람들은 유용하게 쓰기도 한다.


에어아시아의 라이브 체트가 가장 확실한 상담방법이기는 한데 역시 인내심이 필요하다. 첫번째 연결에서는 대기 시간이 1시간 30분이라고 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딴일 하고 있으면 되지 하고 채팅창 띄워놓고 무작정 기다렸다. 불과 20여분 만에 연결이 되었다. 두 번째 연결에서는 100분이 걸린다고 했는데, 진짜로 100분이 걸려서야 연결이 되었다. 인내하라, 그러면 연결될 것이다.


방콕에서 수코타이를 거쳐 치앙마이를 가는 방법은 야간 침대기차를 타고 자면서 가기로 했다. 방콕의 홍익여행사에 알아보았더니 두 달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선풍기가 돌아가는 객실의 아래칸(459바트) 윗칸(409바트)을 각 두 개씩 예약해 달라고 했다. 예약 수수료가 티켓당 100바트로 티켓 가격의 25%나 된다. 후아. 에어컨 객실이 아니라 선풍기 객실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가 이용하는 계절이 겨울 건기인데다가 야간에 이동하는 것을 고려했다. 태사랑에 질문을 올렸더니 여름에도 에어컨 객실로 야간에 이동한 사람들은 추워서 입이 돌아갈 뻔 했다고 한다. 선풍기 객실은 쾌적함은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비용절감과 입이 돌아가지 않는 여행방식을 선택하였다. 여름이었으면 다른 선택을 했으리라.


다른 여행사에 알아 보았더니 100바트에 4장 모두 예약을 해 주겠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부탁을 했으나 전화로 예매하고 다음 날까지 티켓을 구매해야 하며, 핏싸눌록 역이 아니라 그 다음역으로 가는 표를 끊어야 한다고 하는 등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태국은 아직까지 투명하고 정리된 방식으로 일처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홍익여행사에 요청을 했더니 이번에는 한 달 후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미 기차표값도 지불했는데 말이다. 침대 기차를 타고 잠을 자면서 이동하는 것도 이번 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인데 어떻게 진행이 될 지 걱정이다. 느긋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뜻대로 아니되면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한지 모르겠다. 태국에서는 웃는 얼굴로 대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래, 즐겁게 기다리자.



숙박비가 생각보다 비싸서 1박에 보통 7만원이 넘고, 마음에 드는 것은 10만원이 넘는다. 다행이 캄보디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가 조식 포함, 공항 픽업까지 1박 30$에 할인 제공된다고 해서 그쪽으로 예약을 바꾸었다. 터키여행에서부터 애용하고 있는 booking.com은 무료로 예약 취소를 할 수 있어서 이런 점은 편리하다. 원래 계획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는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숙소를 옮겨야 했다. 방콕에서는 시위가 한참 벌어지고 있는 민주기념탑 앞의 레지던스를 1박에 2,000바트에 예약했다. 원래 2,100바트였는데, 기차표를 알아봐 준 여행사 담당자가 애만 쓰고 소득이 없다고 해서 숙소를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배려하면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긴다.


시엠립에서 돌아와 다시 머무는 숙소는 과감하게 싸구려 호스텔을 예약해 보았다. 카오산로드에서도 멀고 전철역에서도 10분 가까이 걸어가야 하며 아침밥도 제공되지 않는 숙소다. 1박에 1,200바트(48,000원). 과연 어떤 수준일까. 아침에 느지막하게 움직이면서 길거리 음식으로 아점을 하자는 계획이다. 제대로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열차편과 치앙마이에서 묵을 숙소만 결정을 하면 여행 계획의 뼈대는 완성이 된다. 치앙마이의 숙소는 직접 돌아보면서 구하고 싶은데, 성수기다 보니 방도 여유가 없고 가격 협상도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예약을 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숙소를 전부 예약한 이유이기도 하다. 숙소를 찾아 다니는 즐거움 또는 괴로움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직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몸이 불타오르고 있지 않지만 세부 계획을 채워 나가야 하니 긴장감은 높아진다. 여행의 즐거움은 긴장과 안도의 싸인곡선을 타고 나가는데 있는 모양이다. 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