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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태국·앙코르와트여행

태국음식에 적응 못하는 그녀?_131207, 토

어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들이 식사할 장소를 찾느라 동네 여기저기를 고민했는데, 너무 평범해서 재미가 없었다. 새로운 것을 드시게 하고 싶었다. 쿠팡을 뒤져보았다. 오, 하나 발견했다. 좀 멀다. 동인천역앞의 아랍팔라스가 눈에 확 들어온다. 완전히 새로운 음식. 2인 셋트메뉴가 32% 할인해서 25,300원이다. 가격도 적당하다. 다양한 셋트 메뉴를 주문하면 8명의 가족이 즐겁게 식사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일단 맛을 보고 레스토랑의 환경도 알아보려면 시식을 해봐야 했기에 그리미에게 연락했더니 좋다고 한다. 졸지에 외식이다. 


그리미를 학교에서 태우고 제2경인고속도로를 타고 동인천역 먹자골목까지 40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상세한 위치를 물으려고 전화했더니 외국인이 받아서 열심히 설명해준다. 동남아 분인가. 유료이기는 하지만 넓은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레스토랑을 찾아가는데 방향을 잡지 못해서 한바퀴 돌았다. 주변에는 수많은 음식점들 무일이 좋아하는 양꼬치 집들도 많았다. 3층이다. 어머니가 오르시기 불편하겠다.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아담하지만 열심히 인테리어를 꾸며놓았다. 깔끔했다. 손님이 하나도 없다. 안타깝다. 두 분이 반겨 주시는데, 터키사람들을 떠올리게 해서 무척 반갑다. 여사장은 통통하고 귀여운데다가 친절하다. 좀 춥다.


먼저 아랍쥬스 두 잔. 망고와 오렌지를 갈아 넣었다고 하는데 달고 시원하다. 매우 달아서 한 잔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아 천천히 먹기로 했다. 컵 안에 담겨진 음료의 모양이 예쁘다. 이어서 치킨 바리야니. 샤프란과 커리를 넣어서 만든 볶음밥 위에 닭고기 볶음을 얹어 주는 음식. 향은 익숙하지 않지만 먹을만하다. 그리미는 벌써부터 향 때문에 거의 먹지를 못한다. 혼자 다 먹어야 할 모양이다. 흠. 화덕에 구운 아랍빵. 터키에서는 매우 맛있게 먹었던 빵인데, 맛이 떨어진다. 담백한 맛에 바리야니를 싸서 먹는다. 그리미는 그래도 잘 먹는다. 터키 빵에는 MSG를 첨가한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밀가루가 다르던지.


팔라펠. 튀김요리니 잘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콩을 삶아서 튀긴 것이라 그런지 약간 비릿한 맛이 나니 그리미는 하나 밖에 먹지를 못한다. 역시 내 차지. 마지막으로 사진으로는 도저히 정체를 짐작할 수 없었던 요리인 바바가누지. 구운 가지에 마늘, 레몬즙, 소금을 섞어 올리브 오일과 향신료를 섞은 음식. 가지를 좋아하는 그리미가 기대한 음식. 아, 그러나 많이 먹지를 못한다. 결국 2인분 중 1인분만 먹고 남은 음식들은 모조리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왔더니 아들들은 잘 먹는다. 물었다. 가족모임 때 먹는 것은 어때? 오, 노. 음, 그냥 한 번 재미로 먹어본 것에 만족해야겠다.


이 레스토랑을 이국적으로 운영하는 분들은 시리아와 모로코에서 온 부부다. 참으로 순박하고 친절하다. 한국 사람들이 시리아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매우 기뻐한다. 벌써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폭압으로 시리아에서 탈출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세습 깡패가 무력으로 나라를 차지하고 있으니 시리아 시민들이 저항을 했고, 깡패들은 이에 총칼로 응답했다. 역사까지도 우리나라를 닮았다. 이제 아름다운 시리아와 시리아인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총을 든 이상 내전 상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끝을 보게 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내전에 빠진 그들이 안타깝다. 밉다. 총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에 미친 자들이. 


2011년 3월 튀니지, 이집트, 예멘 등 중동지역의 민주화 시위가 시리아로 번졌다. 남부 도시 다라에서 학생들이 담벼락에 “국민은 정권의 전복을 원한다”는 낙서를 한 죄로 구속되자 부모들이 시민들과 함께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민심이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개도 국경을 넘어야만 짖는다”는 시리아에서 폭발적인 시위가 벌어지게 된 것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이루어진 폭력정치와 세습독재 체제가 원인이었다. 현 깡패 바샤르의 아버지인 원조 깡패 아사드는 국민 150명 당 1명 꼴로 비밀경찰을 배치하여 시민들을 철저히 감시하면서 권력을 유지해 왔다. 소수의 알라위파가 지배세력을 차지하면서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과 두려움이 이런 무서운 결과를 낳았다. 독재의 세습까지 폭력배들은 어떻게 이렇게 하는 짓도 똑같은지 모르겠다.


아랍팔라스는 좋았다. 터키에서 시도해 보려다가 용기를 내지 못해서 실패한 물담배도 준비가 되어 있다. 3만원으로 너무 비싸서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물담배 애호가들이라면 이곳을 가볼 만 할 것이다. 한식에 너무 길들여진 우리 식구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지만 깔끔한 분위기와 도전해 볼 재미가 있는 새로운 음식들이 돈들이고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이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친절하고 소박한 주인장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내친 김에 태국음식에도 도전해 보자고 서울역 앞 예전 대우빌딩 2층에 있는 시암을 예약했다. 태국정부에서 인증한 Thai Select로 선정된 깔끔하고 분위기 있는 음식점이다. 코스 음식으로 주문을 해 두고 날자를 기다렸다. 부모님을 모시고 토요일 저녁 식사에 혹시 늦을까봐 3시간의 여유를 두고 음성에서 출발했다. 중간에 20분 세차를 하기는 했지만 서울 진입은 정말 어려웠다. 다시는 시내 진입을 시도하지 않으리라.


그동안 공부한 태국어로 간판을 한 번 읽어보자. 제대로 못 읽었다. 반자음 가 모음으로 쓰일 때는 짧은 'y'로 발음이 되고, 모음  (아)는 자음이 없으면 안될 것 같아서 제대로 읽어내지를 못했다. '씨암(สยาม)'으로 읽히는 것이 맞다고 하니 외워야겠지. 는 모음으로 쓰인 것일까 자음으로 쓰인 것일까. 공부는 역시 실전에 부딪혀서 검증하면서 축적되어야 한다. 간판태국어를 보면서 다시 확인해야겠다.


첫번째 음식인 얌운센(ยำวุ้นเส้น)투명하고 둥근 국수에 토마토, 양파, 땅콩, 다진 돼지고기, 새우 등을 넣고 남쁠라(น้ำปลา)라는 태국의 피쉬소스를 뿌려 만든 샐러드다. 전채 요리로 인기가 높고, 라임즙이 새콤한 맛과 향을 낸다고 한다. 새콤달콤하여 거부감 없이 잘 넘어간다. 태사랑 카페에서 보면 매우 맛있다고 칭찬 일색이지만 한식과 밥에 중독된 무일의 입맛에는 그저 먹을 만했다. 아마도 남쁠라의 맛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머지 재료들 중에는 고수(태국명은 팍치)도 들어있다고 하는데 거의 느끼지 못했다. 얌(ยำ)은 섞어서 무친다라는 뜻이고, 운센(วุ้นเส้น)은 녹두로 만든 쫀득쫀득한 태국식 당면으로 영어로는 glass noodle이라고 해서 투명한 국수다. 베트남의 쌀국수인 버미첼리(vermicelli)를 사용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그리미까지 잘 먹는 것을 보니 무난한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다행이다.


차가 밀려서 열이 받은 속은 꼬끼리 맥주로 가라 앉히고 받은 두번째 음식은 텃만꿍(ทอดมันกุัง). 다진 새우를 주재료로 해서 커리 페이스트와 계란을 섞은 후 둥글납작하게 빚어 만든 뒤에 녹말가루를 입혀 튀겨 낸 태국식 고로께다. 도대체 새우가 들어가지 않은 태국음식은 있는 것일까. 텃(ทอด)은 튀김, 만(มัน)은 기름, 꿍(กุัง)은 새우라는 뜻이다. 기름기만 기피하지 않는다면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그리미가 맛있겠다고 우주신을 위해 한 접시를 포장해 달라고 한다. 부모님도 역시 맛있게 잘 드신다. 더욱 안심이 되지만 앞으로도 강한 음식은 많이 남아있다.


세계 3대 스프의 하나라고 하는 똠얌꿍(ตมยำกุัง)은 코코넛 밀크인 남마프라오(นำมะพร้าว : 까페에서 음료로 주문할 수 있다)를 많이 넣을수록 단맛이 강해지는데 북쪽으로 갈수록 코코넛이 없어서 그런지 많이 넣지 않아 새콤하고 개운한 맛을 낸다고 한다. 주재료인 새우는 지방에 따라 바다새우나 민물새우를 사용한다고 한다. 똠(ตม)은 끓이다, 얌(ยำ)은 시큼하다, 꿍(กุัง)은 새우. 새우대신에 해산물을 넣으면 똠얌탈레라고 하고, 닭고기를 넣으면 똠얌까이라고 한다. 팍치(ผักชี)가 들어있어서 더욱 먹기가 힘이 든다. 먼저 팍치를 맛본다. 태국이나 동남아 음식을 맛보려면 팍치를 넘어서야 한다. 단 잎을 먹었는데도 몸서리가 쳐진다. 먹기 힘들다. 부모님은 잘 드시는데 그리미는 거의 먹지를 못한다. 한 숟갈씩 먹을 때마다 점점 더 힘겨워진다. 안돼~. 국이 식어서 더욱 힘이 들었을 때 한 번에 국물을 후루룩 마셔버리니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나왔다. 아, 이렇게 먹으면 되겠구나. 원래 이 음식은 신선로처럼 계속 불을 피워서 뜨겁게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동생 부부도 잘 먹는다. 좋겠다. 이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겨드랑이 땀냄새 맛이라고 한다. 


벌써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상태지만 카오팟(ขัาวฬด) 커리가 나왔다. 볶음밥에 커리가 들어간 맛이다. 야채와 쌀과 계란이 잘 볶아져서 적당히 기름기가 흐르는데, 커리가 들어가서 기름기를 많이 줄여준다. 배가 불렀는데도 반접시 이상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볶음밥에는 추가로 닭고기, 새우, 쇠고기, 해산물을 넣을 수 있으며 카오팟 까이, 카오팟 꿍, 카오팟 느어, 카오팟 탈레라고 한다. 배가 불러서 남긴 카오팟 커리를 알뜰하게 챙겨서 우주신에게 가지고 왔더니 두 끼를 아주 맛있게 먹는다. 시험 공부 한다고 해서 가족행사 참가를 면해 줬는데, 시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


음식과 함께 제공되는 피클도 새콤달콤하여 맛이 좋았고, 따뜻한 자스민차도 향기로웠다. 코끼리 맥주 한 병, 생맥주 4잔, 와인 한 병을 여덟명의 어른들이 다 마시기 위해서 억지로 노력을 해야 할 정도로 푸짐한 식사였다. 부모님께서 아주 맛있게 드셨다고 해서 동인천까지 현장 답사를 한 보람을 느꼈다. 그리미는 아무래도 태국음식에 적응하지 못할 것같다. 터키에서는 생선구이와 빵, 커피와 조리한 한식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었는데 태국은 몹시 걱정이 된다. 커피와 빵과 야채가 풍부하다고 하니 걱정말라고 하지만, 글쎄다. 아무래도 요리를 위해 전기레인지를 휴대해야겠다. 라면이나 된장국, 미역국이라도 끓여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