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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기록에 남을 만한 대단한 안개_131115, 금

우주신은 강원도 횡성으로 천문대 견학을 가고, 

다리를 다친 그리미를 아파트에 홀로 남기고 천재와 둘이 농장으로 이동한다.

오랜만에 3대가 모여 소주라도 한 잔 하려고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일단 고속도로에서 가볍게 20분 가깝게 길이 밀린다.

뭐 그 정도야 늘상 있는 일이니.

심상치 않은 안개가 끼기 시작하는 용인휴게소에서 가스를 충전하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앞을 분간할 수 있는 거리는 5미터 남짓이다.


좀 가다가 걷히겠지.

그런 기대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옆에 앉은 천재의 도움으로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시속 30km/h의 속도로 갈 수 밖에 없다.

방법이 없다.


눈이 펄펄 쏟아지는 알프스도 넘고,

안개 자욱한 비내리는 아서스 패스도 넘었다.

우리나라의 안개가 뭐 그리 대단할까.


순간적으로 차선이 휙 사라지는 구간이 나타나면 오금이 저린다.

브레이크를 힘차게 밟아 차선이 눈에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천재는 창문을 내려 차선을 확인한다.


이제나 저제나 걷히기를 기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달리

양지, 백암, 죽산을 거쳐 일죽을 지나 능산리까지 오는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농무는 걷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거만한 목이 자라목이 되고 
쌍자라목이 되어서

후아, 11시 반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안도의 맥주 한 잔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안개, 온갖 더러운 것을 가리는 것까지는 좋으나 

파국을 부르기 딱 좋다.

농장에 도착해서 하늘을 올려다 보니 맑은 하늘에 달이 훤하게 밝다.

진실은 저렇게 밝게 빛나고 있으나 짙은 안개처럼 거짓들이 드리워져


막막하다.


도로 위의 사정이 좋지 않아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하늘에서 사고가 났다.

삼성동 아이파크에 LG전자 소속 헬기가 부딪혀서

기장과 부기장이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심 한복판에 헬기가 날고,

헬기가 건물에 부딪혀 사고가 나는 일은 영화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실제로 발생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