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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추억의 까치담배_131216, 월

인생은 짧고, 

여행은 더 짧으나 

예술은 길다.


세상은 야만의 시간을 향해 자꾸만 거꾸로 흘러 가는데,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부끄럽지만 조용히 소박하게 평화롭게 살아간다. 세상으로 나가서 아드레날린 분비시키면 몸에 활력도 돋고 삶의 의미가 있기도 하다. 세상 일에 개입하는 것이 좋기도 하고 의무이기도 하지만, 참는다.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지나친 의욕과 과한 행동이 이루어지고, 분노가 치솟기 때문이다. 과도함과 분노의 세월은 싫다. 옛날의 즐거웠던 일이나 떠올리며 놀러갈 생각이나 한다. 


야만의 시간이 싫어서

야만의 시간이 진행되는 곳으로

야만의 시간을 잊기 위해 여행을 한다.

예술에 비해, 짧은 인생과 비교해도 그 여행은 너무 짧다.


젊고 아름다웠던 대학생이었을 때, 돈이 없기도 했지만, 담배 한 갑을 사면 끊임없이 담배갑으로 향하는 손과 입이 싫어서 일부러 까치담배를 사서 피우곤 했다. 버스정류장 옆 토큰판매소의 맨 앞줄에 솔과 은하수의 담배값이 활짝 열려 있다. 심심하고 괴로웠던 머리를 달래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표정없는 메마른 얼굴의 아주머니와 동전 50원에 담배 한 개비를 거래한다. 아무 말 없이 고무줄에 매달려 있는 라이터를 손가락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아주머니의 마지막 서비스다.  


기대와는 달리 필터 앞까지 아슬아슬하게 담배를 피워보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다. 담배 연기로 더러워진 폐만 답답하고, 손에는 누리끼리한 냄새가 나서 손을 씻고 싶어진다. 손만 쓱쓱 비비고 나서 포장이 덜 된 길 위에다 침 한 번 시원하게 올려 뱉어 버린다. 깨끗하고 정의로운 젊음이 더럽고 단순하며 가난한 행위의 무한반복으로 지나가 버리고 있으니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비참하게 생각이 되었는데, 지금은 부럽다. 그런 더러운 과정이 있었기에 나라 꼴도 제대로 서고 주머니도 두둑해졌으며 활짝 열린 세상에서 행복하고 풍요로운 사십 대를 보낼 수 있었다. 뭔가를 했었기 때문이다. 기나 긴 십 여 년이 덧없이 사라져 버렸는데, 세상은 또 바뀌어서 젊고 아름다웠던 그 시절이 다시 그리워진다. 


까치담배라도 기대를 가지고 한 대 피우고 싶다. 눈을 씻고 찾아보았다. 버스정류장 앞에 똑같은 모양의 상점들이 있다. 그러나, 제일 앞줄을 차지했던 까치담배들은 없어졌다. 세상이 풍요로워지면서 토큰과 까치담배는 사라져 버렸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 안녕들 하세요가 유행인 모양이다. 젊은 그들은 그러면서 무언가를 할 것이다. 


오랜동안 찬바람이 불고 있으니 아마도 까치담배는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담배 한 갑 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