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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벗들과 칠하며 놀다_130928,토

서울에서 세 명의 벗들이 내려왔다.


밤 9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친구들이 가져 온 고기와 술에 

수천께서 준비해 주신 식사를 함께 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도시에서의 삶은 여전하고,

나이들어가면서 자식들에 대한 기대와 걱정과 사랑도 여전했다.


야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서 소주, 막걸리, 포도주까지 바닥을 내면서,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정겨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새벽 한 시가 되도록 서늘한 밤공기를 즐겼다.

다들 오랜만의 여유와 평화가 즐겁다고 한다.


날이 흐려서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시원하고 상쾌한 것만으로도 좋았다.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되면 농사를 업으로 하지는 말고

전원에 작은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가능하다면 도시에도 집을 하나 가지고 있어서

아이들이 독립하는 동안에 빌려 주기도 하고,

전원생활과 도시의 활기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을 것이다.

 

시골에 살면서 왜 짐승을 키우지 않느냐고 묻는다.

 

개는 참 다정한 동물이다.

그런데, 시골에서 개를 키우려면 하루 종일 묶어 두어야 한다.

자유를 속박당한 개를 키우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밥 챙겨 먹여야지 똥 치워줘야지.

절대 못한다.

 

닭이나 오리도 풀어놓고 키우지를 못한다.

그들이 제공하는 알이나 고기도 좋기는 하나 부담스럽다.

요즘 닭이나 오리들은 산란 촉진제가 들어간 사료를 먹지 않으면

알도 잘 낳지를 않는다.

생물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고양이만을 키운다.

자유롭게 풀어 놓아도 작물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뱀과 쥐를 잡아주어 사람과 작물을 보호한다.

생선이나 고기 부스러기를 부지런히 챙겨주면 좋아한다.

 

 

늦게 잠이 들었는데도 7시 반에 전부 일어나서

산책을 하며 무일농원의 풀 천지인 작은 논과 밭을 둘러보았다.

이천평이라면 시골에서는 빈농에 속하는데도,

도시의 친구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땅이라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특히, 그 땅을 모두 기는농법으로 한다고 하니 끔찍하다고 한다.

매년 6월에는 반드시 김매기 농활을 오기로 약속을 받아 두었다.


아침을 먹고 새로 입힌 적삼목에 오일 스테인을 바르기로 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칠을 하고 마르지 않을 것을 정농께서 걱정하셨다.

몇 번 의논을 맞추다가 일을 하고 싶다는 벗들의 요청을 받아 들이셨다.


두 사람은 나와 함께 칠을 하고,

한 사람은 고추밭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칠 작업은 투명한 오일 스테인을 외장재로 쓰인 나무에 바르는 일인데,

색이 칠해지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제대로 작업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좋은 점은 바닥과 창틀 등 여기저기에

의도하지 않은 얼룩을 남기는 일이 없어서 좋았다.

 

날이 흐려서 잘 마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한 시간도 안되어서 전부 말라 있었다.

너무 금방 말라 버리니 나무 보호 효과가 있을지도 궁금했다.


한 두 시간 했을까.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일이 끝나버렸다.

그 사이에 정농께서는 벌통 정리 작업까지 마치셨다.


일을 끝냈으니 또 새참으로 맥주를 한 잔씩 하고,

수천께서 끓여내주신 청국장 찌게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손에 손에 청국장 다발과 산에서 따온 밤 한봉지씩을 들려서 보냈다.


길 밀리지 않게 잘 올라갔다가 내년 여름에 다시 오도록 해라.


친구들을 보내고 한 시간 낮잠을 자고

가족이 기다리는 부천으로 올라왔다.

주말 내내 비가 오고 추수 전까지 시골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글자를 팔 현판까지 차에 실었다.


길이 엄청나게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