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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동물의 본성을 회복하라_131011, 금

우려했던 데로 배추밭에는 벌레들의 잔치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침부터 벌레 잡으러 밭으로 가셨던 두 분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셨다.

식초나 목초액을 뿌릴 때는 무일에게 분무기를 맡기셨던 두 분이

농약병을 쓰실 때는 절대 안된다고 하시면서 맡기지를 않으신다.

그 큰 사랑을 느끼면서 농약 없이 배추농사 짓기가 가능하도록

하루 빨리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못 찾으면 배추농사도 접어야 할 것이다.


두 분이 배추밭에서 벌레에 농약으로 철퇴를 내리시는 동안

어린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마당 텃밭을 정리했다.

식물들은 말없이 조용하다.

어린 새싹들은 실처럼 가늘고 연약하여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올해 풀들과 제대로 온몸으로 한 번 맞서 보았더니

식물들은 욕심이 끝이 없는 무서운 존재였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먹기를 멈춘다.

식물들은 끊임없이 뿌리를 뻗고 가지를 내어 한 없이 먹어댄다.


동물들은 제 새끼들이 성장해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더 이상의 새끼를 갖지 않고 최선을 다해 키워낸다.

식물들은 죽기 전까지 끝임없이 씨앗을 맺고 자손을 퍼뜨린다.

심지어는 한뼘이 채 안되게 자란 풀들까지 씨앗을 맺는다.


낫으로 베어내는 풀포기 하나에서 무수히 떨어지는 씨앗들.

내년이면 봄에서 가을까지 끊임없이 새싹을 내밀고 

새로운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티끌처럼 흙 속에 몸을 숨긴다.


서로를 짓밟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나무나 주목처럼 수없이 날카로운 잎들과 피톤치드를 내어

그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살 수 없도록 완벽하게 방어를 해내는

강력한 나무들이 있다.

그렇지 않은 연약한 풀들도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마치 거대한 나무처럼 커나간다.


식물들의 이런 자제하지 않는 성장과 번식의 모습이야말로

동물성을 버린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고양이들은 일단 배가 차고 나면,

부지런히 친구들과 놀거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졸기를 즐긴다.

시원한 해변의 벤치에서 달콤한 음료수를 마시며

편안하게 책 읽고 쉬는 것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실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돈과 시간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무한 증식하는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으려면,

그래서 이 땅에 평화가 오려면

하루 빨리 동물성을 회복해야 한다.

배부르면 족하게 여기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햇볕 아래 조는 고양이들의 본성이 

곧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성이라는 것을 깨닫고

본성대로 자족할 줄 알면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