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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혼자서 일해도 지치지 않는 좋은 날씨_130926, 목

7시가 다 되어 일어났는데도 바깥 날씨는 쌀쌀하다. 

아침식사를 하고 두 분은 친구분들을 만나러 서울 나들이를 가신다.

두 분이 떠나시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논으로 향한다.


논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빠르다.

마치 도시에서 출근을 서두르는 걸음이다.

깨닫자마자 발걸음을 늦추고 낫을 도구삼아 뒷짐을 지고 걸음을 늦추었다.


정농과 함께 논으로 갈 때는 트럭을 타고 간다.

문전옥답은 아니지만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있는 논인데도

걷기는 싫으시다고 차를 타자고 하신다.

일을 더 열심히 더 많이 하시겠다는 정농과는 달리

무일은 이동시간부터 일하는 것이며,

일하는 것이 곧 운동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혼자 작업을 나가니 차도 세워두고 가을 하늘을 즐기며 걷는다.


김사장집 고추건조기에 동네 막내인 허선생이 분주히 왔다갔다 한다.

인사를 건냈더니 쑥스럽게 받으며,

김사장이 서울 가고 없어서 고추를 널어주러 왔다고 한다.

부지런하고 착실한 데다가 마을의 막내라서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한다.

부모님 모시고 건강하게 살아가니 다행스런 일이다.


찰벼논의 피와 풀을 제거하는 날.

자연농법을 시험하려고 뒤늦게 손 모내기를 한 곳은 풀을 매주지 못해

지난 여름 내내 풀들에 뒤덮여 있었다.

동생이 내려와서 절반 정도 풀을 매기는 했지만

시뻘겋게 단풍이 든 풀들이 노란 벼들을 삼키고 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살아있는 벼 한포기라도 구하자는 심정으로

고운 단풍숲을 정리하러 들어갔다.

햇살이 제법 따가웠지만 기온이 낮아서 일하기 참 좋았다.


지난 여름은 너무너무 더워서 더 지쳤었던 모양이다.

중간에 적당히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면 시골에서 도망칠 뻔했다.

이번 주는 일을 하면서도 힘든 줄을 모르겠다.

앞으로 오뉴월에는 새벽 4시부터 일을 해야겠다.

정농과 수천께서는 새벽부터 움직이면 힘들다고 하시니

혼자서라도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



제법 넓어 보였던 풀밭이 두 시간 만에 정리가 되었다.

눈 앞의 일을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면 일이 마무리가 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게으른 사람의 눈을 부지런한 손발이 이겨내는 것이 고맙다.


너무 일찍 작업을 마치는 것같아서 두 시간을 더 풀을 매고 났더니

한결 논이 깨끗해졌다. 내일이면 정말로 김매기 작업이 끝날 것같다.

벼수확이 시작되면 중노동이 예상되니 다음 주 연휴부터는 휴식을 취해야겠다.



토요일에 외장 적삼목에 기름을 먹이려고 삼성면에 가서 오일 스테인을 사왔다.

혼자서 밥을 해 먹을까 하다가 오랜만에 짜장면 곱배기를 먹었다.


금왕의 골프연습장은 작년까지 만원이면 하루 종일 놀고 있어도 괜찮았다.

비오는 날이면 책 한 권과 만원짜리 한 장 들고 250미터의 연습장에서

하루 종일 책을 보다가 운동을 하다가 실컷 쉬다 오고는 했다.


금년들어 주인이 바뀌더니 일일권이 두 시간에 만오천원으로 올랐다.

가격이 오른 것은 괜찮았지만 시간 제한을 해 버리니

운동과 독서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게 되었다.

그래도 지난 여름 동안 일에 지쳐서 구경도 하지 못한 연습장을

오랜만에 와서 신나게 공을 쳐대고 났더니 땀도 나고 기분도 좋았다.

함께 할 벗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저무는 붉은 해를 마주보며 슬슬 집으로 돌아오니

나들이 나가셨던 두 분이 돌아와 계신다.

정농께서는 화재복구비를 지원해 주신 친구분들에게 점심 대접을 하셨고,

수천께서는 옛친구의 아들이 사주는 점심을 맛있게 드시고,

친구에게 생과일 쥬스를 대접하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오셨다고 한다.


팔순이신 두 분이 이렇게 자유롭게 서울을 돌아다니실 수 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오전 작업만 하고 반나절은 운동하고 놀아서 더욱 고마운 하루였다.


아참, 자연농법.

일본 사람이 창안했다고 하는 자연농법.

말도 안되는 농법이다. 논에 풀만 잔뜩 키웠다.

쉬운  농사는 없다.

오로지 농약과 제초제 없이 농사지으려면

유일한 대안은 "기는 농법"이다.


어떻게 하냐고?

부지런히 기어다니면 풀을 뽑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