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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시_1,2,3 ... 4,5_130717, 수

1, 2, 3 ... 4, 5


하나


밤새 울리는 날개 소리에 맞춰

등이 뜨거운 시간을 보내다

가볍지 않은 눈꺼풀을 밀어 올리고

떡갈비를 굽는다


지난 번 아빠가 사 온 것에 비해 

맛이 어때

비교할 수도 없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으래 한다


미처 마시지 못한 커피잔을 내려놓고

함께 전철역으로 간다

고맙습니다


커다란 아이가 인사하고 돌아서는 것을 보며

역사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싶었지만

도시는 애비의 작은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돌아와서 침대와 책상을 정리해 주는데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할테니 잠시 더 쉬어

아내는 7시까지 푹 쉬었다고 한다


검은 차를 따뜻하게 데워서

이틀이나 된 빵이지만 나눠서

아침을 먹는다


다 먹지 못하고 일어서면서

돌아와서 같이 마저 마시자 했다

모두들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니

따뜻한 차 한잔도 함께 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마주한 식탁에는

미지근해진 차 반 잔만 남아있지만

오늘의 짧은 아침도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니

기쁘게 그 시간을 즐긴다


가자, 그러면서 한 번 꼭 안아본다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는

그저 눈인사에 만족해야 한다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갈 것인지도

이미 정해져 있고

방학도 코 앞이라 한결 마음이 가볍다


학교까지는 참으로 짧은 거리다

잘 다녀와 하면서 아쉬운 듯 내 손을 잡는

아내의 웃는 얼굴에 아랫배가 따뜻해진다.


옆거울에 비친 아내의 뒷모습은

씩씩하다



언제쯤 일어날거야

아빠 출발할 때 일어날께


다시 식탁에 앉아

책을 한 권 펴들고 책장이 뚫어져라 읽다보니

어느새 시계바늘이 열시를 가르킨다


물건을 챙기고 일어설 준비를 하는데

반바지만 입은 몸으로 챙겨준다


공부는 즐겁게 하고 있지

쉽게 즐기면서 하고 있어

그래, 익숙한 공부니 한결 낫겠지

익숙해서 지루하기도 해


무거워 보이는 짐을 보더니

들어다 주겠다는 아들의 몸을 한 번 안아주고

즐거운 시간 보내라며 돌아선다


피곤해 보이는 아들의 눈을 보기가 안타까워

주말에 보자며 문을 꾸욱 눌러 닫았다




약국 앞에서 깔끔하게 차려입은 작은 어른이

이리저리 차들을 살피고 있다


잘 보이시지 않겠지만 손을 흔들어

아들이 도착했음을 알리자

엷은 미소를 보이며 달려와 얼른 차에 오르신다


병원의 정기검진을 받으신 날은 언제나 기분이 좋으시다

보청기 때문에 검진을 받았는데

예상 보다 엄청난 금액이 나와서

포기하기로 했다


건강이야기며 농사이야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터미널에 세워 둔 차를 그대로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변 논들은 어떻게 농사를 짓고 있는지를 살피신다

마지막 직업이 농부가 될지 벌치기가 될지 알 수 없으나

농부로서 꼭 한 가지는 이루고 싶어하신다


그래, 내년에 한 번 더 해 보는거야

깨끗한 농사가 어디 그렇게 쉽겠어


다섯


딱 시간 맞춰 왔구나

아침 일 하시고 푹 쉬시면서 아들과 남편을 기다리셨던 모양이다


즐겁게 잘 다녀왔어요

오는 길에 우리 앞에서 사고가 있었는데

우리는 무사히 좋은 이야기 나누면서 돌아왔어요

그래, 오늘은 어쩐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어


제일 먼저 일하러 나가시며

아버지 깨시거든 차 가지고 오도록 해라


얼른 밭으로 갔더니 이일 저일 주문을 하신다

늦게까지 예초기로 마늘밭을 정리하는데

이만 늦었으니 들어가자고 하신다


막걸리 한 잔 하고 싶다

자,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오늘도 길고도 안타까운 이별을 했고

포근한 만남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