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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농부는 외로운 직업이다_130627, 목

멀리서 경운기 소리가 들리더니

농부 한 사람이 논으로 터덜 터덜 들어간다.

한 시간여 동안 무거운 통을 메고 질소 비료 쎄게 뿌리더니 

논둑에 앉아 담배를 피워문다.

그 사이 말 한마디 없다.


농부는 이제 외로운 직업이 되었다.


우리 논에는 정농과 수천, 무일이 함께 나와

김매기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일은 힘들지만 의지할 가족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러다가 문득,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두 분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어느 날,

저 농부처럼 외로이 논을 지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버렸다.

지금 좋으면 되었지 먼 훗날의 외로움까지 미리 당겨 고민할 필요 없다.


78세, 80세의 두 분이 굳건하게 땅을 지키고 계시는 한

힘들고 고통스런 노동이지만 잘 맞이해 갈 수 있겠다.


두 분이 대부의 그 분처럼 집게가위 하나 들고,

매화나무 가지 치기나 하시면 좋겠다.

그러나, 두 분은 거부하신다.


농부라면,

논이든 밭이든 즐겁게 일하다가

논둑이든 밭둑이든 바람 시원한 그늘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나면 좋을 것이다.


내 부모는 그렇게 일만 하시다 돌아가시면 아니된다.

요즘은 시절이 좋아져서

여행도 하시고, 

글도 쓰시고, 

책도 보시고, 

영화도 보시니

일만 하시는 것도 아니다.


땡볕에서 기는 농법을 시현하시는 두 분.

팔십 줄의 두 분께도 여전히 의지하고 산다.


아주 먼 훗날,

그 숨소리가 그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