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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집짓는 이야기

나홀로 학생이 되는 목조주택학교_입주 -47일_130309, 토

아침 8시 반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

아이들과 그리미는 올해 첫 수업 주간이라 적응하느라 몹시 피곤했고,

무일도 오랜 만의 노동이라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간신히 세수를 하고 동네 분식집에서 김밥을 사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를 뽑아

아침을 떼우고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야 구계리 마을 회관에 도착했다.


동생 부부와 사촌 누이까지 9명이 동원되었고,

거래하던 고물상 사장님이 뒤베란다를 뜯으러 오셨다.

점심 나절에는 윗집에 사는 서과장님과 양씨 아저씨까지 일을 도와 주셔서

철거 작업과 폐기물 정리 작업, 공사 준비까지 일사 천리로 진행되었다.

사람이 많이 움직이다 보니 휴식 시간도 별로 없이 일을 했는데도

피곤할 줄을 모르겠고,

홀로 피곤해서 쉬었는데도 일이 진행이 되었다.




동네 분들은 연세들이 높으셔서 눈과 입으로만 격려를 해 주셨는데,

양씨 아저씨와 서과장님은 쉬는 날 쉬지도 못하고

공사에 방해가 되는 폐목들을 한 차 가득 전부 이장네 마당으로 옮겨서 태울 준비를 해 주셨다.


비닐하우스로 식탁을 옮겨서 공사기간 동안에 식사할 장소를 확보하였고,

침대와 중요한 가구들을 전부 컨테이너와 하우스로 분리해서 이사하였다.


선구네 식당 부부가 위로 방문을 오셔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하시는데,

우리 식구가 워낙 대부대라서 다음 번에 부모님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

바쁜 가운데도 정성을 다해 도와 주시니 고맙다.


저녁 나절에 가스 연결을 위해 오신 가스집 사장님은

석유통에 남아 있는 석유를 어떻게 빼내고 보관할 것인지에 대해

솔선수범해서 우리들을 이끌어주시는 것은 물론이고

가스 연결해 주신 돈은 받을 생각도 하지 않으시고 떠나 버리신다.

재미있고 고마운 분이다.


오늘 역시 가장 고마운 분은 고물상 사장님이다.

아침까지 근무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뒤베란다 뜯어내기라는

골치아픈 작업을 묵묵히 하셨다.


요즘 고물이 너무 안나와서 한 달에 이백만원 벌기도 어려워

할 수 없이 취직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벌이가 시원치 않아 쉬는 날이면 고물 작업을 하러 다닌다고 한다.

일은 힘 들어도 오늘처럼 가져갈 것이 많은 날이 더 좋다고 한다.

고물값도 받지 않겠다고 했더니 너무 고마워 하신다.

무일로서도 같이 일을 해서 한결 쉽게 오늘 철거작업을 해 낸 것같다.


철거 작업을 하면서 오늘도 낙전 수입을 얻었다.

거의 반드럼에 가까운 석유가 그 상황에서도 그대로 타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고마운 일이다.


일을 마치자 수염목수가 회관으로 찾아왔다.

목조주택학교를 열려고 했는데, 신청자가 적어서 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대신 목수들을 불러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수염목수로서는 학생들이 없어서 인건비 때문에 부담스러운 공사가 될 것 같다.


무일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을 직접 하면서 배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어쩌면 학생이 무일 혼자인 상황이니 더 배우기 좋을 것이다.

심현께서도 여러 사람 밥 해 먹이는 것이 힘드실텐데

사람 숫자가 줄어 들었으니 고생도 덜어지셨다.

좋게 생각하자.


기름 보일러를 설치할 것인지 

화목보일러를 설치할 것인지를 놓고

저녁을 먹으며 다시 한 번 논의를 했다.


겨울철 농한기에는 시골집을 비워 두는 것으로 하고

기름보일러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으로 다시 의견을 모았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어른들이 편안하게 마음 먹었으면 좋겠다.

서울집이 좁아서 답답하기는 하지만 

한겨울을 도시에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세탁기를 부천에서 사가야 할 경우에 대비해 마음이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쌍화탕에 타이레놀을 먹고 오늘 일을 정리한 다음 잠을 잔다.

내일은 휴식이다.


인터넷 선은 아직도 복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