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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터키 그리이스 두바이 여행

[겨울 터키여행] 수영복으로 파묵칼레를 즐기다_130109, 수

베누스 호텔의 아침 식사는 넓은 홀에서 뜨거운 난로 옆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했다. 어차피 해가 어느 정도 따뜻해지고 난 후에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깨끗한 접시에 스크램블드 에그까지 만들어서 가져다주시니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 빵을 더 주셨는데도 부족해서 옆에서 식사하던 혼자서 여행 다니는 멋진 한국 처녀로부터 한 바구니를 더 얻어서 말끔하게 비웠다. 참 잘 먹는다, 우리 가족들.  





식사를 하면서 오늘의 복장에 대해서 제안을 했다. 파묵칼레는 원래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지금이 비록 겨울이지만 이곳의 드레스 코드다. 누구 함께 할 사람? 아무도 없다. 결국 50을 바라보는 꼰대만 속에다 수영복을 받쳐 입고 파묵칼레로 갔다. 1인당 20리라(합계 80리라). 원래 계획으로는 신발을 신고 우회해서 파묵칼레 정상에서 온천을 즐기고 다시 히에라폴리스를 구경하려고 했다. 그런데 매표소를 통과해서 100여 미터를 올라갔는데, 우회로는 저 아래 길로 돌아가야 한다. 흠, 역시 미세한 정보의 차이가 큰 불편함을 초래하는군.








초기에 발이 시려워 신발과 양말을 벗기가 두려워 했는데, 그리미도 아이들도 모두 용감하게 신발과 양발을 벗었다. 잘 올라간다. 우주신에게는 무거운 컴퓨터 배낭도 맡겼다. 발가락이 끊어질 것 같다고 하면서도 재미있게 잘 올라간다. 경치도 아름다웠다. 기대한 것처럼 엄청난 경치는 아니었지만 좋았고 신기했다. 







잘 올라가던 우주신이 얼음에 미끄러져 무릎이 깨졌다. 피가 꽤 흐른다. 응급처치를 했다. 피가 계속 흐른다. 작은 상처에서 왜 이리 피가 많이 나나. 아프지는 않다고 한다. 마데카솔까지 발라 주고 한참을 걷고 나서야 간신히 지혈이 되었다.








바로 저기에서 카파도키아에서부터 계속 일정이 비슷한 젊은이들을 만났다. 수영복 차림이다. 너무 반가웠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오로지 꼰대만 수영복 입고 재롱을 피워야 하나, 아니면 수영복을 포기해야 하나. 올라오는 내내 고민을 했었다. 흠흠. 고마운 동포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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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았다.


히에라폴리스는 넓은 초원에 유적들이 쓰레기(?)처럼 산재해 있었다. 아들들은 너무 아름답다고 한다. 음, 부모자식 사이에 이렇게 심미안의 차이가 있었던가? 햇살 따뜻한 시간 시간이 아름답게 흘러간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걸으면서도 힘든지를 모르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12시에 호텔에서 파묵칼레 버스로 가기로 했기 때문에 서둘러 내려 왔더니 주인장 아저씨 편안하게 쉬고 계신다. 준비되면 자기차로 가자고 한다. 어제 내려오면서 보았던 그 파묵칼레 매표소다. 정말 경쟁이 치열한 모양이다. 표를 사고 좌석배치를 하는데, 한 좌석에 남녀가 모두 표시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그럴까? 아마 아닐 것이다. 맨 뒷좌석이 넓고 편안해서 그쪽을 예약하고도 시간이 남았다. 식사를 하고 오기로 했다.


칼레 호텔 아래의 식당이 맛있다고 해서 들어갔더니 주인이 없다. 잠시 기다리다가 안되겠기에 다른 식당을 찾다가 들어간 곳이 무스타파 할아버지의 식당이다. 한국말도 잘 하시고, 우리나라와 독도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시다. 삐끼 필요 없는 식당이다. 할아버지의 끊임없는 수다와 쇼가 우리와 주변 사람들의 큰 기쁨이었다. 


파묵칼레 케밥은 아주 맛있는 볶음밥이었다. 짜지 않게 음식을 내와서 소금을 뿌려먹어서 좋고, 무료 제공되는 소스나 양배추 백김치와 함께 먹어도 좋았다. 음료를 안 시켜도 무료로 애플티를 주시는데 이 차도 맛있다. 넷이 먹고 50리라. 즐거웠다. 맞은 편 집에는 일본 사람들이 애용하는 레스토랑이 있단다. 먼 파묵칼레에서도 한일의 경쟁이다. 썩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저 웃으면서 보면, 재미있고 좋은 일이다. 할아버지의 유쾌함 때문에 너무 시끄럽게 떠들며 놀았다.














파묵칼레에서 1시에 출발한 세르비스는 동네를 돌고돌아서 오토갈에 내려 주었고, 2시에 출발하여 셀축까지 가는 버스는 예상과 달리 완행이었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 맨 뒷좌석에 넷이 나란히 앉아서 왔으니 차도 편안했다. 그리미는 멀미약을 먹지 않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간식으로 제공되는 과자도 맛이 있었다. 와이파이 속도는 어제와 달리 매우 느렸던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셀축과 쿠샤다스의 숙소 5곳을 검색해서 하나씩 직접 찾아가 점검해 보기로 했다. 천재와 함께 길을 나서는데, 그리미와 우주신을 차가운 기운이 도는 오토갈 뒤에 두고 오자니 쓸쓸했고, 조명이 약한 데다가 관광객의 소리도 끊겨있는 셀축은 스산했다. 잘못 찾아온 것일까?






제1순위 빌라 드림즈는 방이 넓고 좋았는데(130리라) 어제밤의 추위로 온수 파이프가 터졌단다. 오토갈 뒤의 드림즈 호텔은 방도 작고 비쌌다. 협상을 해서 100리라에 아침 없는 것으로 조정은 했으나 다른 숙소와 비교해 보기로 했다. 바로 옆 노부부가 운영하는 숙소는 꽤 낡았지만 깨끗했고, 공동 샤워실과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아침 포함해서 100리라다. 괜찮았다. 안쯔 게스트하우스는 더 비싸고 더 낡았다. 땡. 내려오는 길에 또 다른 숙소는 80리라에 부엌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넓은 방을 마음껏 쓰라고 한다. 너무 낡아서 귀신이 나올 것 같다. 땡. 마지막으로 부메랑게스트하우스. 오, 깨끗하다. 조금 좁지만 괜찮다. 테라스도 있고 요리도 위층 테라스에서 해도 좋단다. 이렇게 좋을데가. 가격이 문제다.


1박에 70유로. 매우 곤란했다. 예산이 얼마냐고 묻기에 천재가 40유로를 불렀다.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이고 여행자도 가족이니, 2박을 하는 것으로 하고 1박에 100리라(42유로)를 타협점으로 제시한다. 타맘. 어디를 가나 가족은 우대받는다.


맥주와 쌀, 고추(피망), 양파, 오이를 사서 부메랑에 입성하였다. 테라스에서 순두부와 고추참치를 메인으로 하는 찌개를 끓여 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다소 추워서 맥주는 안에서 먹기로 했다. 이 때까지 참 좋았다. 그런데, 더운 물도 두 사람이 하고 났더니 떨어져 버리고 히팅기는 시원치 않아서 전기레인지로 난방을 보조했는데도 춥다. 아, 이거 너무 깎았나. 일부러 이러는 것일까. 하여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대안도 있는데, 이렇게 푸대접하려면 왜 협상을 해 주었을까. 따지러 가기도 귀찮았다.


우리가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카파도키아는 지난 나흘 동안 기온이 너무 떨어져서 벌룬은 물론이고 그린투어(데린쿠유 지하도시만 가능)와 레드투어도 거의 하지 못했다고 한다. 매우 안타깝다는 어느 분의 정보가 터키사랑카페에 올라왔다. 모든 신들과 조상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우리 가족을 잘 보살펴 주신데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