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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유럽캠핑카여행

[여름 스위스 여행] 구름 위의 산책, 메리헨 전망대_060810, 목

스위스는 온통 기차와 곤돌라, 시계, 호수, 캠핑장, 호텔로 가득하다.

목숨을 파는 용병이 되어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한 것에 비하면,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부럽다.



스위스도 환경운동하는 분들이 있어서 곤돌라 설치를 반대하고 있겠지만,

곤돌라를 타고 알프스 산맥의 높은 산을 오르니 행복했다.

그 산의 정상에서부터 알프스 산맥의 작은 부분이라도

산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더욱 행복한 일이었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찬성도 반대도 못하게 되었다.


어쨋든 또 캠핑카의 아침이 밝았다.

고맙게도 부지런한 분들 덕분에 김밥과 주먹밥을 싸서 가지고 올라갔다.

식당에서 파는 샐러드, 감자튀김, 에스프레소의 유혹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무지무지하게 긴 곤돌라를 타고 메리헨 전망대에 섰을 때,

이상하게도 배가 먼저 고팠다.



 

여행객은 눈과 배, 머리로 온통 허기를 느낀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런 모양이다. 


눈과 머리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는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반드시 보고야 말리라고 다짐했던 그 광경들을 기억하고 있는 머리는 

끊임없이 그것들을 찾아내라고 요구한다.


눈은 더 예민하다. 

사방에 펼쳐지는 전경들을 순식간에 스캔하다가

꼭 필요한 곳에서 저절로 멈춰선다.

쫙 들러붙는 곳을 찾기 전까지 눈동자는 쉼없이 번들거리며 배고파한다.




 

루쩨른의 골든 라운드 트립을 포기하고, 이곳까지 올라 온 이유는,

뉴질랜드에서처럼 만년설을 밟으며 하이킹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단히 아쉽게도 만년설은 코 앞에 잡힐듯이 구름 속에서 왔다갔다만 했다. 

아이거 북벽, 융프라우 등 가슴 설레는 이름들이

그저 구름 속에서 왔다 갔다 한다.

설산 앞의 아이들만이 아무 욕심없이 순수하게 즐거워한다.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에델바이스였다. 노래까지 외워서 갔다.

온 가족이.

아쉽게도 화분에 심어진 에델바이스로 만족해야 했다.

다른 꽃들이 아름답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마지막이 트랙킹. 훌륭한 코스다.

심하게 비탈진 산허리를 아주 살짝 걷어내어 

사람이 서서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등산로는 해발 1,000m가 넘는다.

구름 위의 산책이다. 

구름이 조금만 더 걷혀주었으면,

만년설의 봉우리들과 함께 이 길을 걸을 수 있었을텐데.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기차표는 사지 않았다.

어차피 걷지 않을 산을 

비싼 돈을 주고 올라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쨋든 다음에 다시 이곳을 방문하게 될 이유는 남겨 두었다.




이 톱니바퀴 철길을 타고 올라가면 융프라우요흐이고,

타고 내려가면 우리가 곤돌라를 타고 출발했던,

이름을 잊은 바로 그 역이다.


2시간 여의 긴 트랙킹 끝에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만년설 주변을 떠났다.

트랙킹 동안에 많은 백인들과 꽤 많은 일본인들을 만났는데,

단 한 분의 한국인도 만나지 못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그저 융프라우요흐로

높이 치고 올라가 버린 모양이다.

전문가용 등산화와 멋진 등산복을 입고서 톱니 열차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