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한 번 갔다 올 때마다
이제 여행은 할만큼 했으니 다른 즐거움을 찾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여행이 가고 싶어진다.
왜 그럴까?
여행은 일하지 않기 때문에 즐겁다.
세상에 가장 즐거운 일은 역시 노는 일이다.
노는 일 중에도
아름답고 신기한 것을 구경하면서
맛 있는 밥을 사먹고
편하게 잠을 자는 일이 여행이니
여행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여행은 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 가고 싶어진다.
일주일이든 열흘이든 사람은 일을 하지 못하면 불안해진다.
불안하지는 않아도 뭔가가 빠져있는 느낌을 받는다.
노동하지 않는 인간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면 이제 그만 다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 가면 그립고,
가면 그만하고 싶은 것이 여행이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높이는 것은,
편안함, 화려한 볼거리, 기간이 아니다.
2011년에 좋은 호텔에서 편안하게 자고 풍족하게 먹고 마시며
체코와 독일의 근사한 곳들을 여행했었다.
그런데, 그 비싸고 편안한 여행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리워서
멋진 볼거리들과 음식을 몸으로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면서 꼭 그리미와 다시 오겠다는 다짐만 자꾸 했다.
2012년 봄에 친구가 묻혀있는 망월동을 갔었다.
가슴 아픈 일을 되새기는 일이 싫어서
수 년 동안을 가지 않은 곳이었는데,
가보지 않은지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친구에게 미안하고
가슴 아픈 세월을 살고 계실 친구의 부모님께도 죄송스러워서
어쩔 수없이 찾아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리미와 함께였다.
그랬더니 그 부담스러웠던 망월동 여행이 참 편안하고 좋은 여행이 되었다.
이 두 번의 여행을 통해서 얻은 결론이다.
여행은 어디에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자전거 여행은 혼자 하게 될텐데,
혼자 하는 여행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한 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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