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기심천국/유럽캠핑카여행

[여름 스위스 여행] 작지만 아름다운 동네, 루쩨른_060809, 수

잘 정리해 놓은 여행기에 목 매달고 다니다 보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많은 재미를 놓치게 된다.

가끔 가다 이 명제에 너무 매달리다 보니 
이름과 역사적 가치를 갖는지 모른 채
단순하게 그냥 즐기게 된다. 너무 무식한가?
 
여행기의 명작들의 명성에 대해 감히 토를 달 수 없어서 
느끼려고 노력하다 보니 억지로 감동받는 반면,
스스로 발견한 아름다움과 독특함은 더 많은 감동을 주고,
더욱 오랜 시간동안 좋은 기억을 간직하게 한다.


 
요란하게 장식된 건물 외벽의 그림도 눈에 띄고
열심히 점심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길가의 괜찮은 레스토랑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내부를 구경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한다.
조금 비싸도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해도 될만한 여유는 있는데,
음식이나 숙박에 대해서 초월한 무일로서는
이 조용한 분위기와 인테리어 만으로도 좋다.

그리미에게 결정권을 주었으면 틀림없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자고 할 것이다.
참, 미안하다. 쫀쫀한 배우자를 만난 그녀에게.


인공물에 지칠 때 쯤이면,
어김 없이 아름다운 정원이 나오고,
그 속에는 이름 모르는 아름다운 꽃송이가 있다.



제법 아름다운 목조 다리인데, 지붕에 걸린 그림들은 하나 같이 끔찍한 해골과의 전투다.
그 전투에서는 전사, 성직자, 의사, 황제 등 모든 인간이 패배한다.
해골은 천하무적 페스트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시작은 무엇이고 끝은 무엇일까가 궁금했는데,
다리가 아파서 포기했다. 어느 세월에 시작과 끝을 다시 왔다갔다 하는가 말이다.



여행하다 보면 누군가 지치게 마련이고,
지치면 주저앉게 된다.
그러면 누군가는 호통을 치고,
누군가는 위로를 하며,
누군가는 그것을 즐긴다.



카펠교와 그 옆의 이름을 잊은 똑같은 형태의 목조 다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다리 난간을 장식하는 벌레쫓는 꽃들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너무 인상 좋게 생기신 이 중년의 신사.
다리도 아프고 배가 고파서,
여행 동료들의 반대로 그동안 찾아가지 못했던 중국집을 물었더니,
한참을 고민하고, 길가던 친구에게까지 길을 물어봐 가면서
10분 이상을 걸어서 정확하게 중국집 앞에 우리 식구들을 안내해 주셨다.
 
너무 고마워서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좋단다.
그리고 안주머니를 살짝 들추면서 권총과 무전기를 보여준다.
 
강력계 형사다.


그렇게 해서 먹은 중국음식.
그리미의 저주를 받아서인지 아주 맛있지는 않았다.
그리미는 거의 손도 대지 못했는데,
무일은 왜 이렇게 중국음식이 좋은지 모르겠다.
아마 쌀밥 중독이기 때문일 것이다.
값도 싸고 양도 많아서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역시 밥을 먹어야 기운이 난다.
멀리 호수와 산과 사람사는 집들이 잘 어우러진 광경이 너무 좋다.
화장실 갔다가 오라는 내말만 무시하지 않았어도
이 경치를 더 즐길 수 있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