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가 넘었는데도 눈이 떠지지 않아 뒤척이고 있는데, 화장실을 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안개에 휩싸인 봉우리들에 완전히 둘러싸인 이곳은 별유천지비인간 마치 신선들이 사는 곳 같다. 아니면 전쟁을 피해 은둔한 사람들의 마을 동막골 같기도 하다. 이런 산골에 살면서 외롭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사진과 같은 즐거움이 있다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같다. 사는 곳이 어디인가가 아니라 얼마큼 즐겁게 살고 있느냐가 외로움을 느끼는 기준이 될 것이다.
북어국에 말아서 아침을 해치우고 차를 출발시켰는데, 어제도 보았지만, 기저귀며 아기 빨래를 잔뜩 걸어 놓은 집이 있었다. 아기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짐작했지만, 확인하고 싶어서 마침 집 앞에 있는 젊은 사람에게 물었더니 자기 아내의 남동생이 아기를 낳아 이렇게 표시해 놓았다고 한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게 기도해 주겠다고 말해야 했는데, 얼른 그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앞차가 저만치 멀어지고 있어서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노인슈반쉬타인성과 호엔슈반가우성은 전세계인의 관광지인지 커다란 주차장에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어서 발 디딜 틈이 없다. 한국 단체 관광객들도 많았다. 지금까지 본 성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인 것만은 틀림없다. 30분 정도 산길을 걸어 올라가 높은 계곡 위에 자리잡고 있는 이 성의 아름다움 때문에, 미치광이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이 성을 짓게 한 왕 루드비히 2세 덕분에 후세의 사람들이 평생동안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보지 못한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은 건축 후에 수많은 인부들을 몰살시켰다는 글을 읽고서 보기도 싫어지게 되었다. 아름다움은 누군가의 원하지 않는 희생 위에 이룩되서는 안된다. 그런 아름다움에는 악령이 깃들여 있지 않겠나? 진정한 아름다움은 평화로움 속에서 만들어졌을 때 가치가 있다.
우리가 미친 꽃이라고 부른 잔디에 물 주는 장치가 재미있는지 호기심 많은 우주신이 열심히 뛰어간다. 세월이 흘러도 이 미친 꽃을 기억할까?
백조의 성 앞이어서인지 분수도 백조다.
귀여운 서양 아이들이 마침 우주신 옆에 서길래 함께 찍었다.
구불구불 험한 산길을 돌아 독일을 떠나가고 있다. 스위스의 산록이 눈에 들어오는데, 오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살기 좋은 평지를 놔두고 왜 저런 곳까지 집을 지어 사는지가 궁금하기 그지없다. 로마시대부터 2차 대전까지 바람 잘 날 없이 전쟁의 광풍에 휩쓸려 다녔던 유럽의 슬픈 역사 때문에 평지에 집을 짓는 것이 무서웠을까? 그래도 사람사는 곳과 자연이 조화롭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 바라보는 것으로 행복하다. 그야말로 이국적인 풍경이다.
넓게 펼쳐진 초원을 보면서 든 생각인데, 왜 우리나라의 농촌은 넓은 땅을 온통 시멘트 포장으로 바꿔 버릴까? 그냥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하고 잔디 깍는 기계로 잘 다듬어만 주면 뱀도 걱정 없고 벌레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 적당한 천연 잔디구장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어서 잔디밭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우리 시골집은 잡초를 이용한 잔디밭으로 만들고 싶다.
쉬반가우에서 쮜리히를 거쳐 루쩨른으로 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루쩨른으로 바로 가기로 했다. 중간의 검문소에서 경찰이 우리 앞차를 잡고 차량 등록증을 보면서 되지도 않는 영어로 자꾸 패스를 사라고 한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으니까 패스가 필요 없다고 해도 이 차는 사야 한다고 여자 경찰관이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여권까지 요구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여자의 말을 따르다 보니 결국은 패스를 사라는 것이다. 기분이 약간 상하기는 했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서 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운전하는 일도 재미있지만, 아이들과 집사람이 멀미를 해서 너무 많이 그런 길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저녁 늦게 루쩨른의 호수가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골든 라운드 트립을 확인해 보니 2천미터의 산 위에 열차를 타고 올라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고 다시 호수를 배로 가는 방식으로 운행이 된다고 한다. 만년설이 있는 산이냐고 했더니 그렇지는 않고 그냥 높은 산이라고 한다. 우리는 유람선이나 케이블카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해 그냥 루쩨른 시내 관광 일정을 선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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