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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유럽캠핑카여행

루쩨른 호수와 빈사의 사자상_정말 멋지지 아니한가_060809, 수

루쩨른 호수는 아름다운 풍광을 지니고 있다. 

산과 호수, 잔디, 그리고 사람이 사는 깨끗한 집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어떤 분의 풍수학에 따른 말씀으로는 집안에 앉아서 물을 마주하고 있으면 우울해지고

습한 공기가 사람의 건강을 상하게 한다고 하는데, 

이국적인 백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이런 풍광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매력이다.

 

 

 
블랙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호숫가를 산책하고 있는데, 백조와 오리들이 따라온다. 무일이 그들에게 줄 것이 없는데도 그저 따라온다. 아이들을 불러서 과자를 가지고 오게 했다. 약간 겁을 내면서도 우주신은 신나게 과자를 뿌려준다.
 

 

우리나라에는 비둘기 말고는 
사람을 쫓아다니는 조류들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곳에는 백조, 오리 등등 이름 모르는 많은 조류들이 사람들을 따른다.
 
어제 밤의 논의대로 우리는 루쩨른 시내 관광을 하고 
다른 가족들은 골든라운드트립을 떠나기로 했다. 
헤어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무일도 여러 의견과 다양한 경험들을 은근히 겁을 낸다.
행동 통일을 통해서 안정감을 갖는 모양이다.
혹시 저쪽에서 더 즐거운 일이 많으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경쟁심은 아닌데도 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도 언제나 독자노선을 걷는다. 아주 가끔. 결정적으로.
지금이라도 우리가 따라가 줄까?
 
호프성당의 두 개의 커다란 첨탑은 좀 다른 형식의 성당이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이지만, 
교회를 비롯해 여러 가지 건축 양식에 대해 공부를 해 보아도 재미있겠다. 
 

 

 
미술품 다음으로 가장 많이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성당, 주택, 궁궐과 같은 건축물인데, 
건축물에 대한 상식이 너무 적다 보니 관광의 재미가 줄어든다. 
이번 여행 중에 중심을 두고 보려고 했던 것이 분수다. 
굉장히 다양한 모습의 분수를 볼 수 있었는데, 
사진도 그렇고 특징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사전 공부의 부족을 절절하게 후회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예습은 하지 못한다. 
왜? 
몰라요.
 

 

성당 앞에 있는 설치물은 자전거를 모티브로 삼은 것인데, 
실물은 꽤 재미있고 멋이 있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감흥이 많이 떨어진다.
아이들에게 포즈를 취하라고 했더니 몹시 귀찮아 한다.
자기들 나름대로 즐기고 싶어하는데,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면서 이런 연출된 장면을 요구하는 무일이
무척 피곤할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환갑될 때까지는 애비의 말을 따르기로 했으니 말이다. 흐흐.
 

 


빈사의 사자상은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이다. 
부르봉 왕조의 붕괴를 지키던 스위스 용병들이 모두 전사한 것을 추모하기 위해 
석벽에 새긴 부조다. 
 
스위스를 상징하는 방패를 앞에 두고 
부르붕 왕조의 상징을 가슴에 품고 창에 깊숙이 찔려
마지막 숨을 거두고 있는 용맹스런 사자.
가난한 조국의 가족들을 위해 생명을 바쳐 돈을 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이렇게 슬픈 일인가.
 

 

 
우리 가족 모두 이 사자상을 보자 깊은 슬픔에 빠져 버렸다. 
역사적 사실이 떠 올라서가 아니라 완벽하게 표현된 죽어가는 사자의 슬픈 얼굴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본 많은 예술작품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의 하나다.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그저 한 마리 사자의 조각이었는데도, 
생명을 다해가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여행 안내서에서도 크게 소개되지 않은 작품었지만, 
나중에 본 피카소의 작품이나
앵그르, 루벤스, 다비드 등의 그림 보다도 훨씬 깊은 인상을 주었다.
 

 


스위스 호른(?)의 실물은 처음 보았는데,
연주하는 방법은 부는 쪽 부분의 길이를 조절하면서 음을 잡고 있었다. 
소리도 괜찮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큰 악기를 통째로 들고 다니는 것으로 알았는데,

차례로 밀어 넣으니 조그만 가방에 쏙 들어갔다. 

우연한 즐거움을 얻었다.
 
그나저나 무일은 언제 저렇게 대중 앞에서 연주한 번 해 보려나 ~
얼마나 멋진가.
가방에 악기 하나 넣어가지고 와서
경치 좋은 호수가에서 감정이 솟아 오르면,
청바지 입은 채로 한 곡 멋있게 뽑고,
박수 한 번 받고 인사한 후에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