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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유럽캠핑카여행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_060807, 월





우리가 잠을 잔 호수가의 주차장은 잔디밭, 호수, 천길 낭떠러지가 잘 조화된 곳이다. 할슈타트 마을의 전경이 멀리 바라다보이고 봉우리 끝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작은 폭포수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흘러내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잠을 자려고 했더니, 그리미는 무섭다고 캠핑장을 찾아 가던지 맥카페 주차장이라도 찾아서 자자고 난리다. 물론 우리 캠핑카 두 대 말고는 인적이라고는 전혀 보이지를 않으니 겁도 나겠지만, 우리 일행이 10명이 넘고, 여자분 중의 한 분은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유독 그리미만 심장이 약해서인지 두려움에 떤다. 화 내고 얼르고 달래서 간신히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 물안개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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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가 불편하다는 것은 사실 틀린 이야기다. 처음에 그렇게 느낀 것은 캠핑카를 이용하려고 하지 않고 모시고 다닐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저 침대와 전기, 가스를 사용한다는 즐거움에 다른 편리한 기능들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캠핑카는 편리했다. 냄새를 덜 내며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있고, 노숙을 해도 어려움이 없었으며, 냉장고가 있고, 충분한 창고가 있는 등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수없이 떠돌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에는 딱 어울리는 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자는 생각을 한 뒤로 캠핑카는 너무 훌륭한 공간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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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컵라면에 라면을 끓여 먹고, 점심은 스프를 끓여 개밥(KEBAB)을 곁들여 먹었다. 소금광산에 가서 잠시 고민을 했다. 한 가족당 55유로 총 165유로의 관광비가 든단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이라고 합의가 되어 입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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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는 독특한 산악열차로 관광객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45도 이상으로 여겨지는 급경사를 두대의 특수 열차가 교행하여 올라가는데, 속도도 빠르고 안정감도 있다. 다만, 기대한 것만큼 놀이기구 타는 듯한 재미는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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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볼거리는 “소금 속의 사나이(Man in Salt)”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할슈타트 소금광산은 짤즈부르크의 부의 원천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데, 3백년(?) 전에 소금광산에서 일하다가 광산이 매몰되는 바람에 숨진 한 광부의 시체가 얼마 전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나무 슬라이딩. 맨 몸으로 다리를 걸치고 내려가는 미끄럼틀이었는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여자들도 가벼운 비명을 질러댄다. 두 개의 미끄럼틀을 통과하며 한기가 올라오는 소금광산들을 구경하였다. 거대한 동굴 속의 소금호수에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도 새로운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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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즐거운 경험은 소금광 열차를 타고 좁은 갱도를 지나오는 것이다. 거의 1키로 정도의 거리를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이로 열차를 운행해 주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소금광산 위로 오르내리는 산악열차. 경사도가 거의 80도에 달하는 케이블카인데, 마치 열차처럼 움직인다. 케이블카 보다도 훨씬 안전하고 재미있게 설계된 열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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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광산 앞에 캠핑카를 주차할 수가 없어서 1키로 밖에 있는 곳에 주차를 하고 지나가는 차를 세웠다. 10여 대 만에 뚱뚱한 아저씨가 차를 세워 주셨다. 우리가 타자마자 할슈타트로 가느냐고 알아본다. 원래 이곳에서 할슈타트로 가는 셔틀버스가 출발하는데, 자주 있지 않다 보니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 서서 차를 얻어타고 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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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때는 마침 기름을 넣고 나오는 할머니에게 부탁 드렸더니 역시 친절하게 이곳까지 태워다 주셨다. 고마운 분들이다. 다만 이분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생각은 했으면서도 고민만 하다가 그냥 온 것이 계속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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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센을 향해 출발했다. 오스트리아의 지형은 뉴질랜드 남섬의 지형과 똑같다. 다만 그 규모가 뉴질랜드 보다 작을 뿐이다. 겁이 나서 숨이 막힐 정도로 웅장하고 삭막한 뉴질랜드의 남섬과 대부분 나무가 잘 자라서 푸른빛을 띄는 거대한 봉우리들의 오스트리아. 남섬은 거의 없지만, 이곳에는 곳곳에 많은 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심지어는 터널을 뚫어 도로까지 개설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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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작은 슈퍼마켓을 들러 맥주, 와인, 고기를 잔뜩 샀다. 쉬반가우를 향해 가다가 날이 저물어 도르미츠의 캠핑장에 들어갔다. 나도 할머니도 정확하게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바람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온 첫 번째 여행객이라고 한다. 작은 수영장이 있어서 가격이 그리 싼 편이 아니었는데, 언제나처럼 비가 오는 바람에 기온이 차서(15도) 도저히 수영은 할 수 없었다. 저녁은 돼지고기, 쇠고기를 실컷 구워 맥주와 포도주를 양껏 먹으며 옛날 이야기까지 끄집어내어 실컷 웃었다. 어느 덧 일주일이 흘렀다.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