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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유럽캠핑카여행

시간이 필요하다_0608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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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일곱시. 산책을 겸해서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라면을 끓여서 어제 남긴 밥으로 간단히 식사를 했다. 화장실 통을 비우고 뮌헨으로 출발. 독일 최초의 유태인 수용소라는 다카우로 향했다. 주차비 3유로 이외에는 모든 것이 무료인 이곳은 3만 5천명의 유태인이 학살당한 곳이다. 비참하게 말라 비틀어진 채 독가스로 살해된 억울한 영혼들의 순박한 모습들이 수용소에 가득하다. 히틀러와 나치 잔당들의 전쟁과 폭력의 광기에 희생된 유대인들의 명복을 빌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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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서 나오다가 3명의 여학생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헝가리와 이스라엘에서 온 여학생들이었는데, 동양인이 거의 없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온 우리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몇 가지 질문을 했다. 핵심은 나치의 잔혹성에 대한 교육을 아이들에게 하겠느냐는 것과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전쟁의 비참함에 대해 교육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카우 수용소에는 3층 짜리 나무침대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는데, 그 크기는 170센티의 학생들이 눕기에 적당한 옹색한 것이었으며, 집단 화장실은 비극적이었다고 답했다. 초롱한 눈빛의 이스라엘 학생에게는 왜 너희 나라 어른들이 레바논을 공격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말을 못했다. 이러한 참상을 보면서 깊이 깨닫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뮌헨을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에 피나코테 미술관을 들르기 위해 길을 찾다가 두 대의 차가 이별을 했다. 우리가 길을 묻는 사이에 다른 차가 먼저 출발을 한 것이다. 우리는 친절한 아저씨가 피나코테 미술관 근처까지 직접 차를 몰고 안내를 해 준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미술관 주변을 여러 바퀴 돌고 나서야 간신히 공사장 앞에다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알트 피나코테. 미술관 앞 넓은 - 축구장 4개 만한 - 잔디밭에서 신나게 놀고 있던 아이들에게 미술관을 빨리 보아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5명의 아이들 - 아마 무료 - 어른 두 명의 입장료가 합쳐서 11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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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러의 초상화와 바커스의 생애(푸생),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램브란트), 루벤스의 근육미의 아름다움을 지닌 남자와 여자, 백작부인의 아름다운 자태, 온갖 형태의 수태고지와 성화 등을 돌아보며 2시간 여를 보냈다. 아이들은 그 많은 그림들 중에서 헤라클레스가 헤라의 아이들을 죽이는 신화를 그린 그림을 찾아내었다. 상당히 지루한 시간이었는데도 잘 따라다닌다.
어느 집 앞에 재미있는 조형물이 걸려있다. 두 사람의 사랑의 메세지를 가운데 두고, 위쪽에는 황새가 있고, 아래쪽에는 아이들의 옷이 3벌 걸려있다. 세명의 아들, 딸 잘 낳고 알콩달콩 잘 살겠다는 사랑의 맹세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좋아서 웃는다. 웃기지 말란다.





아까 들어오면서 보아두었던 노점음식점들 쪽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는지 모두 철수해 버렸다. 1킬로 가까이를 걸어서 간신히 문을 연 빵집을 발견하고 18유로에 빵과 사이다, 커피를 사서 마셨다. 여러 종류의 빵을 자기가 원하는 데로 골라서 먹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화면 속에서 사라진 아이 하나, 우리 둘째 아들은 형이 자기 먹고 싶은 것을 먼저 골라 먹어 버렸다고 삐쳐 버렸다. 한 바탕 엄마 한테 혼이 나고서야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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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차를 움직여 간다. 오랜만에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으려니 몹시 피곤하다. 독일박물관을 찾기는 쉬웠는데, 주차할 장소가 없다. 헤어졌던 일행과 다시 통화가 되어서 주차할 장소를 안내 받았다. 아이들을 박물관으로 보내 놓고 우리는 호프브로이와 시내 관광을 했다. 관현악 5중주단이 여러 가지 행진곡을 연주하는 수퍼 맥주집에서 맥주 한 잔(3.1유로)을 시켜서 케밥을 안주 삼아 마셨다. 시끄러워서 우리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냥 저냥 사람구경에 밴드 반주에 맞춰 춤추는 노년들을 보고 즐기는 것으로 20분의 시간을 보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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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돌아 오니 아이들이 벼룩시장으로 구경을 나갔다고 해서 우리도 다시 마리엔 광장으로 시내 구경을 나섰다. 이런 장면을 만나면 돌아다닌 보람을 느낀다. 우리나라도 각 지역마다 독특한 형태의 가로들을 만들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이곳은 잔듸 보호를 위한 울타리를 높은음자리로 만들었다. 곳곳에서 관광객을 겨냥한 마임과 연주회, 화가들의 그림 잔치가 있는 곳이 유럽이다. 우리도 이런 볼거리들을 많이 만들어내어 관광산업을 좀 더 활성화시켜야겠다. 한 집 걸러 김밥집이 있는 풍경과 거대한 아파트들의 야경도 아름답지만, 조금 소박하면서도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에게 발견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관광문화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로텐부르크로부터 시작해서 뮌헨까지 정신없이 돌아 다녔다. 꽤많은 시간을 걸었는데도, 좀 더 돌아다니지 못해 아쉽고, 마치 점찍고 돌아다닌 기분이다.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훨씬 더 여행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여행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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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