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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유럽캠핑카여행

시작이 중요하다_060802, 수

오늘은 중요한 아침이다. 캠핑카를 빌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밤새 잠이 오지 않아 무척 힘이 들었다. 아마도 시차 때문인 모양이다. 4시경에 결국 눈을 뜨고 오늘 아침의 일정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구경과 캠핑카를 받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6시경까지 이 지도 저 지도를 보면서 일정을 정리하다가 1시간 가량 뒤척이며 잠을 잤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집사람과 함께 바로 앞에 있는 캠핑장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까시 나무, 참나무, 머위 등 많은 나무와 꽃들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비슷한 기후를 가진 나라이어서인지 정말 익숙한 느낌이고, 숲이 훨씬 우거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참 친숙하다. 캠핑장에는 여러 가지 캠핑카와 텐트들이 쳐져 있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도 많은 것으로 보아 고독하고 가난한 여행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느낌이 좋다.






아침 식사는 홀리데이 인에서 빵을 주 음식으로 하여 커피, 오렌지 쥬스, 과일 그리고 삶은 달걀로 푸짐하게 할 수 있다. 인도 계인 듯한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무표정한 얼굴로 뷔페식 식단을 준비하고 빈 접시를 치우고 있다. 몹시 안쓰럽다. 삶이 즐거워도 좋을 나이이고 얼굴인데 말이다. 13년 전에 배운 반숙으로 삶은 달걀 머리 따서 퍼먹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나도 3개나 먹었다. 빵은 단맛이 하나도 없는 곡식을 그대로 익힌 곡물 빵이다. 맛이 정말 없었지만 꽤 여러 개를 먹었다.






9시 30분에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와 택시가 오기로 되어 있어서 아침을 서둘렀다. 다시 한 번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프론트 데스크로 내려갔다. 맥렌트에 보내야 할 스피드 쉬트를 보내고 짐을 맡겨 놓는데 아가씨들의 표정이 이상하다. 3번을 물어서야 우리의 짐의 위치를 옮겨 달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택시비는 내가 직접 내야 한다는 말에 어제 밤에 택시비도 함께 지불했다고 하니까 다시 한 번 장부를 보고 확인하더니 택시 기사에게 말을 해 놓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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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S-bahn을 타러 지하로 내려가는데 입구에 아무 표시가 없어서 도저히 기차역 연결 통로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니 맞다고 한다. 제일 처음으로 표를 사는 방법을 몰라서 한참을 헤맸다. 이런. 몇 번의 시행  착오를 거쳐 표를 사고 아이들의 표는 아이들 스스로 사라고 돈을 주면서 표를 뽑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재미있게 한다. 기차를 기다리면서 시골로 전화를 걸었다. 국제전화도 공중전화에서 거는 일이 한 번에 성공하기가 어려운데 이번에는 잘 되었다. 아이들이 할머니와 통화를 했다. 기분이 좋았다. 기차는 수요일 오전의 한가한 시간이어서인지 몇 사람 타고 있지 않았다. 우리 식구들 12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전세를 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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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정말 오랜만에 다시 와 보지만 대단한 철구조물로 덮여 있다. 13년 전 첫인상은 무척 칙칙하고 더러운 대형구조물이었던 것이 이제와 다시 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구조물이다. 중앙역 본 건물은 고풍스러워서 첫 출발의 배경화면으로 손색이 없었다.






뢰머베르크 광장은 작은 광장에 여러 고풍스런 건물과 대성당이 자리잡은 곳이다.  중앙에 정의의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는 동상이 있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괴테 하우스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곳을 박물관으로 바꾼 곳이다. 월드컵의 여파 때문인지 "Goethe am Ball(볼을 가지고 있는 괴테)"가 만화로 그려져 큰 벽을 장식하고 있는 단아한 4층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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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의 공무원들이 주로 이용하며, 맛이 있고 값이 싸다는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레츠켈러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어휴 너무 짜서 먹기가 힘들었다. 다만 식사하는 장소가 유서 깊은 시청사 건물의 지하라서 그런지 근사하다. 100만 원짜리 식당건물에서 1천 원짜리 짠밥 을 먹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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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캠핑카를 빌리러 가기로 했다. 하이머의 주계약자가 나이므로 일단 하이머로 전부 이동해서 일부 식구들은 그곳에서 택시를 앞세워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찾기로 하고 나를 비롯한 몇 사람은 역시 택시를 타고 오펜바흐 암마인에 있는 맥렌트 캠핑카로 가기로 했다. 캠핑카는 여기 저기 손상이 많이 갔지만 그런데로 마음에 들었다. 엔진의 힘이 좋아서인지 큰 어려움 없이 운전이 가능했다. 역시 길 찾기가 힘이 들었다. 옆에서 잘 안내를 해 주고 있는데도 왠지 자꾸 마음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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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나눠 싣고 하이델베르크로 출발했다. 친구의 차가 앞장서겠다고 해서 좋다고 했다. 길 찾는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큰 기쁨이다. 시원스레 뚤린 고속도로를 타고 철학자 괴테의 산책로와 의자가 있다는 하이델베르크로 향했다. 도로상태도 매우 좋고 운전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후진하는 어려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 없이 즐거운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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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 캠핑장에서 숙박하였다. 아이 5명에 어른 7명이 전기를 포함해서 53유로다. 샤워코인을 3유로를 주고 10개를 사서 8개를 사용했으니 약 55 유로를 쓴 셈이다. 식료품을 사지 못해서 라면에 밥을 말아먹었다. 김치를 충분히 가지고 온 관계로 밥먹는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집에서 해 간 멸치-아몬드 볶음은 모든 사람에게 인기여서 30%를 먹어 버린 것 같다.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