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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유럽캠핑카여행

캠핑카 - 생각 보다 불편하다_060803, 목






하이데 캠핑장의 아침이다. 화장실은 가고 싶은데 조금 더 자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강해서 아픈 배를 잡고 뒹굴거리다가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 들렀다 오면서 눈꼽만 떼는 식으로 세수를 했다. 누룽지탕을 아침으로 먹고 슬쩍 눈요기하고 지나 온 하이델베르크성으로 갔다. 주차장을 찾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제일 꼭대기에 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1시간 1.3 유로의 제일 꼭대기 주차장에서 바라다 본 하이델베르크성은 규모도 무척 크고 외로운 느낌이 들 정도로 고적하다. 괴테의 벤치가 있는 성의 꼭대기 부근에서 바라다 본 하이델베르크 시내는 네카우강과 붉은 기와의 뾰족 삼각지붕 집들이 참 잘 어울리는 곳이다. 보통 사진을 보고 난 후에 실물을 보면 실망을 많이 하게 되는 데, 이곳은 실제로 펼쳐진 경치가 훨씬 아름답다.







독일 약학박물관이 이곳에 있었다. 별로 기대를 걸지 않고 들어갔는데, 제법 규모도 크고, 이전에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런 박물관이다. 많은 허브에서 약물을 추출(desteamlization)하여 여러 가지 약제로 만들어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약제를 보관하던 작은 함들은 우리나라 한약방의 약제함과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모양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이렇게 똑같이 발전해 온 의학 기술이 동양은 침과 탕약으로 발전되었는데, 아스피린으로 대표되는 독일이나 서양의 약학은 외과수술과 항생제로 발전되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한쪽은 점점 더 거시적으로 발전하여 인간의 몸을 우주에 대비시켜 간 반면, 한쪽은 대단히 분석적으로 발전한 모양이다. 기대하지 않은 즐거움을 이곳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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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 리터에서 22만 리터까지 거대한 두 개의 와인통을 보았다.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와인통을 제후들이 앞다퉈 만들었다는 것이 재미있을 뿐이다. 일종의 자기 과시욕이었을 것이다. 포도주 대신 아이들이 다른 엄마 아빠를 졸라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있다. 먹는 것이 그리운 나이인 모양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밥과 김치, 맛있는 찌개, 짜장면, 초밥 등등 몇 가지 이외에 내 의지를 유혹하는 음식은 없다. 식도락도 커다란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질 수 없는 유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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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떨어진 곳에 돌로 쌓은 옛다리(카를 테오도르 다리)가 보이는 기차역 앞에 차를 주차시키고 점심식사를 했다. 시간당 2.5유로의 비싼 주차료가 썩 흔쾌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곳에 편리한 주차장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얼굴이 뻥 뚤리고 뒷 부분의 항문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원숭이 철동상이 재미있었고, 다리 중간에서 바라 본 하이델베르크 성 또한 아름다운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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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관광을 마치고 쌀과 전기선을 사러 쇼핑센터를 찾았다. 아침에 맥렌트와 통화해서 고장난 전기선을 구입하기로 하고 9.95유로를 주고 25미터 전기선을 구입했다. 쌀은 쇼핑센터에서도 소포장 밖에 없어서 근처의 중국 식료품 가게에 가서 구입하게 되었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short grain이라는 표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쌀을 판매했는데, 이곳 독일에서는 sticky rice라고 하면서 판매를 했다. 나중에 밥을 해 보았는데, 너무 많이 수분이 빠져 있어서 찰기가 떨어지고 물도 훨씬 많이 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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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베르크에서 국도를 이용하여 로텐부르크로 향했다. 저녁 6시가 넘어서 출발하는 바람에 170키로 정도 되는 거리인데도 매우 멀게 느껴졌다. 국도를 이용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했다. 독일의 국도는 시속 100키로를 달려도 문제가 없나 보다. 호주에서 속도 위반에 걸려 16만원의 벌금을 문 일이 있어서 조심조심 달리고 있는데, 독일 차들은 쌩쌩 추월해서 잘도 달린다.



로텐부르크 인근에 도착하자 엄청난 규모의 포도밭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중에 프랑스에서도 보지 못한 규모였다. 산꼭대기까지 온통 포도가 자라고 있었는데, 잘 정돈된 푸른 나무들이 보기에 좋았다. 기분 좋게 경치구경을 하면서 아름다운 캠핑장으로 들어섰는데, 자리가 없단다. 이런 경험으로 알게 된 일이지만 유럽의 캠핑장은 저녁 7시가 넘는 시간에 늦게 들어가면 자리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9시가 넘으면 reception이 문을 닫아서 입장할 수가 없게 된다. 이왕 캠핑장을 들어갈 계획이라면 일찍 들어가서 캠핑장의 시설을 충분히 즐기고 휴식도 충분히 취하는 것이 좋겠다. 할 수 없이 돌아 나와 로텐부르크 성벽 앞 주차장에서 버거킹에서 사온 햄버거 12개와 샐러드 3접시로 저녁을 때웠다. 포도주 한 병이 금방 바닥을 보인다.



로텐부르크 성벽에서 처음으로 노숙을 했다. 캠핑카가 있으니 샤워도 화장실도 식사도 전부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샤워는 식수가 떨어질까 염려되어서 못하고, 식사는 전기가 없으니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못해서 포기하게 되고, 화장실은 냄새가 날까봐 함부로 쓰지를 못했다. 캠핑카는 생각 보다 유용하지 못했다.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