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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하루를 이틀처럼 살다_120603 일

고3이라고 해서 반드시 공부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겨울에 제주도와 중국을 다녀 왔으니
충분한 휴식을 했을 것도 같은데,
3개월이 지나니 똑같은 공부와 대입 스트레스로 지쳐버린 모양이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한다.




1박 2일을 가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바다 보는 시간은 1, 2시간이면 충분할테니
당일 치기로 여행하기로 하고,
새벽 5시 반에 출발해서 현남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강원도의 선택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강원도 땅을 밟을 때마다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바다 가는 길,
한적한 휴게소에 앉아 커피와 빵을 먹었다.
사람들이 득시글거리고 온갖 음악으로 시끌벅적한 곳이
한가한 휴양지의 새벽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야외에서도 커피향은 진하게 느껴지고,
온 몸에 퍼지는 시원한 기운 때문에 기분이 좋아져
출근길의 게르만족들처럼 카페오레에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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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야 차오를 수 있다 하니,
휴게소에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모든 시민이 노는 날이 전부 같으니 휴게소가 전쟁터가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노는 날은 나뉘어져 있어야 일년 내내 관광사업이 가능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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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기간만큼 충분하게
             휴가를 갖고 여행을 한다면,
학생들은 공부할 때 공부하더라도
             언제든지 원하는 좋은 날자와 기후에 자율학습을 할 수 있다면
우리의 휴게소도 참 아름다운 곳으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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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가는 그곳,
현남 톨게이트에 들어 서면서 내려다 보이는 푸른 빛 바다,

어라,
그 바다가 보이지 않아서 잠깐 실망한다.
역시 바다는 겨울에 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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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에 뿌옇게 낀 구름을 안타까이 바라보면서도
모래사장에 발을 내딛어 본다.
물은 깊고도 푸르다.
풍덩 들어가고 싶지만,
이제 나이도 나이니 참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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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보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모래 사장의 소나무 숲을 조용히 거니는 것이 더 좋았다.

사천해수욕장에서 경포대까지 이어지는 작은 소나무 숲길이
한동안 오지 않던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2차선 도로로 포장되어 있다.

바다를 가로 막은 철조망은,
분단 대한민국의 현실을 슬프게 되새기게 해 준다.
어쨋든 우리가 좋아했던 피톤치드 향 가득한 숲길은
저쪽으로 자전거 도로가 되었거나 사라져 버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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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 앞 넓은 백사장 앞에 차를 세우고,
일단 신고식 삼아 구름과자 하나를 사서 넷이서 열심히 뜯어 먹었다.
너무 열심히 먹느라고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다.

멀리 보이는 바다가 그리 볼 것은 없으나 한가롭고 깨끗해서 좋다.

사람 소리 적당하고,
붕어빵을 파는 노점에는
일 보러 나간 엄마를 대신한 어린 아들이 
부끄러운 듯 손님을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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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맹숭맹숭하다.
할 수 없이 어린시절부터 무일이 즐겨했던
닭싸움 판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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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이 넘는 큰 키에도 운동이 부족한 천재와 우주신은
2:1로 싸우는데도 제법 판이 어루러진다.
모래판에 큰 대자로 누워 버리니 지더라도 즐겁다.
대신 무일이 이기는 날에는 패자들에게 예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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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때 하던 돼지씨름도 해 보았는데,
유치원 때나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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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에 물이 오르니
이제 씨름으로 판이 커진다.
시원찮은 아들들은 
몸무게가 조금 더 무거운 애비에게
시원하게 굴복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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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그리미의 얼굴도 즐겁다.

한바탕 뛰고 났더니 배가 고프다.
오징어 국수가 먹고 싶다는 천재의 요구에 따라
바로 앞 음식점에서 오징어 국수와 물회, 생선국수와 물회를 시켜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셨다.
음식 맛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가족이 함께 하니 그저 즐겁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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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를 먹고 다시 산책을 하는데,
먼 바다의 구름이 마침내 다 걷히고
푸르고 깊은 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보기 틀렸다고 돌아가자고 했으면,
이 장관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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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다 되어 가니 다시 집으로 가자.
3시간 반을 놀았으니 놀만큼 놀았다.

다시 사천해수욕장 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면서
시원한 바다를 좀 더 보면서 가기로 했다.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이 차창으로 펼쳐진 바다.
바다가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시원하게 펼치고 사노라 -




고속도로 상황이 어떨지 걱정했는데,
휴게소까지 밀리지 않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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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뜨거워 휴게소 뒷산을 산책하기로 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차 속에 갇혀있던 두 시간 보다 여유롭다.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소망의 나무와
마주보고 누울 수 있는 긴 나무침대가 있어서 좋은 휴식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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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 마자 침대에 누워 두시간을 잤다.
그러고 났더니 새로운 기운이 솟아서
책도 보고 집안 청소와 빨래도 하고
각자 좋아하는 음악도 하고 또 듣고.

하루를 이틀처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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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