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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선거의 추억 - 2012년 411 총선을 마치고

돈 없어도 살 만한 세상으로,
거짓이나 폭압이 없는 세상으로,
사상과 정치를 부담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세상으로,
눈치 안보고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기 위해,
열나게 정치 이야기를 하고 열심히 투표를 했다.

심지어는 페이스북과 트윗터를 통해 영남, 안동, 대구, 부산의 시민들에게,
영남사람도 민주주의를 신봉하신다면 투표해 달라는 부탁도 여러차례 했다.
그런데, 결과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승리하고 말았다.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나꼼수에 따르면, 선관위 또는 LG로부터 부정선거의 증언이 나왔는데도
책임자들에 대한 업무집행정지가 내려지지 않았다.
정부의 책임자들이나 언론, 시민들 모두 이런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
단순히 정치 공방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책임 있는 정부와 시민들이라면,
선관위에 대해 책임을 묻고 당분간 여야공동대표가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해서
총선을 치르게 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에 관심들이 없는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라는 달콤한 떡이
공짜로 주어질 리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선거과정에서도 무일도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했었다.

제일 먼저 제기한 것은 군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자는 생각이었다.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하고 활발한 시기에 군대를 가야하는 젊은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지불하겠다는 정책을 민주당과 진보당이 함께 제기했다면,
더욱 많은 젊은이들을 선거판으로 끌어올 수 있었을 것이다.

두번째로 제기한 것은 한미 FTA에 대한 반대를 신중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강원도, 영남, 충청도의 농수축산인들은 민주당과 진보당의
반 한미 FTA 의제에 손을 들어 주지 않았다.
FTA는 유불리의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천착하는 것이 결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최용식 소장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세번째로 제기한 것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만원으로 가자고 주장했다.
시간당 5천원도 통과되지 않았는데 가능하겠는가라고 하지만
노동자들을 확실히 투표로 이끄는 효과가 있는 정책일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비정규직을 없애려는 장치들이 오히려 비정규직들을 더 힘들게 했다.
정책은 최저임금을 끌어 올리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나간다면,
정규 비정규의 구분은 무의미해 질 것이다.

네번째로 제기한 것은 농민의 상해보험 제도의 무상도입이다.
노인의 절대 다수가 농촌에서 살고 있고,
영남, 강원도, 충청도의 노인들을 민주주의로 기울게 하려면
이런 민심을 끌어 당길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했다.
정권 심판이라는 대형 슬로건과 함께
경제와 생활의 측면에서 중요한 슬로건들을 이렇게 많이 만들어 냈으면
이번 선거는 필승을 했을텐데 참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즐겁게 놀았다.
이런 사진을 보면서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었다.

" 남들은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는데,
  내 글은 너무 점잖아.
  유머 정치는 역시 정봉주나 김어준 정도의
  내공이 필요한 모양이야,,, "

그렇지만 네티즌들 역시 정권 심판이라는 큰 틀에서 놀다 보니
정치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주제들을
던지는데는 너무 무관심했다. 그런 역량까지는 부족했는지 모른다.
만일 이런 역량과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면,
정권 심판과 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노무현의 재탕이 될 수 있다.
개혁 입법들을 힘 있게 추진하지도 못하고,
독재자 박정희의 딸에게 연정이나 제안해야 하는 비참한 처지의 재탕 말이다.

정치가는 정책 아이디어가 필수다.
그렇고 그런 정책 아이디어로는 큰 그릇이 되지 못하고,
직장 정치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직장 정치인에게는 기대할 것이 적다.
마찬가지로 정책 아이디어가 없는 시민들에게는 기대할 것이 적다.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가 있기 전 화창한 토요일 아침에,
선거의 승리를 기대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사람의 사치스럽고 고귀한 삶을 생각해 본다.

  일찍 일어나 가족들과 차 한 잔 마시며,
  평화로운 정치와 사회를 이야기 하고,
  흥겨운 마음으로 일터로 나가 일하고,
  친구들과 만나 술 한잔 나누거나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어설픈 연주나 그림으로 아는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를 듣고,
  배낭하나 둘러메고 국내로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재미있는 글을 써서 친구들과 공유하며,
  힘든 일을 무사히 마치고 기름기 가득한 고기에
  소주나 고량주를 살짝 취하게 마시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과 부드러운 포옹으로 격려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집안 청소와 빨래를 개운하게 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과 세대차이를 논하고,
  미술관에 가서 좋은 조각과 그림을 보고,
  음악회에 가서 관현악도 듣고,
  영화를 보며 눈물도 흘리고,
  아이들의 친구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이런 일상이 꾸준하게 반복되게 하는 것,
  그것이 행복한 삶이며,
  사치스럽고 고귀한 삶이다"

가만 생각을 해 보니 선거에 졌다고 해도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면,
넘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행복한 삶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문성근과 김용민의 낙선이다.
김용민은 세계 시민으로서 당연히 항의해야 할 일을
욕설을 심하게 섞어서 했을 뿐인데,
너무 부당하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비가 되려고 호도 무일로 짓고
욕도 안하고 살려고 했으나 욕 한 번 쎄게 했다.

 "시민의 몸과 마음을 수십년 간 강간하고
  갈갈이 찢어발긴 개xx들, 십xx들,
  신들께서 수억겁 동안 너희들의 몸을 불사르고,
  온갖 처참한 형벌을 내릴 것이다.

  사람은 욕밖에 할 수 없다.
  겨우 사람이니까,,,"라고.

이런 이야기들은 아무런 효과도 없이 김용민은 패배하고 말았다.
마음 여린 젊은 김용민이 좌절하지 말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투표일 날, 부모님을 모시고 쌍봉초등학교로 투표하러 가다가
여든 둘 되신 마을 할머니를 만나 함께 투표하고
세 분의 기념 촬영으로 투표 인증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게다가 줄을 서서 투표를 하니 투표율이 높은 것같아 기분이 좋았고,
대학생인 듯 한 아가씨는 투표도 전에 부모님과 인증사진을 찍는 등
가카 심판의 멋진 투표가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투표율 60%도 안되는
주권 포기 무개념의 시민들과 한 세상 사는 것이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당분간 말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시민들이 독재와 폭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속으로 삭이면서 노동하고 노는 즐거움 속에서
가족과 벗들을 사랑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부침개를 부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답답한 선거방송을 보는 것보다
개나리 산수유가 활짝 피고
진달래와 목련이 거의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아름답고 아름다운 자연~

선거 다음날 아침에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덜 우울했고,
그리미로부터 위로의 메시지를 받으니 더욱 힘이 났다.

세상 끝난 것도 아니고,
믿을 만한 친구가 금배지 달았으니 다행이라 여기고,
우리 가족 모두 맘 편히 먹고 일 열심히 하고,
신나게 놀다 보면 4년은 또 금방 갈 것이다.

김종훈이나 김형태는 금배지 달았어도
정형근이나 김석기는 이제 끝났다.
시민들을 직접 괴롭힌 자들은 이 땅에서 출세하기 힘든 세상이다.
일주일 자란 손톱 만큼이나 진보한 세상이지만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갈 수 있으니 됐다.

잡념 없애느라 휴식시간 없이 빡세게 일했더니
다섯 시간 만에 지쳐서 퍼졌다.
지난 겨울 잔뜩 쌓여 있던 인삼밭 나무들도 드디어 다 정리했다.
심현과 정농 모두 좋아하신다.

선거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일한 결과가 좋아서 밥이 맛있었다.
오후에는 괭이 자루 잡고 슬슬 풀이나 밀러 가야겠다.

무엇보다 희망을 갖고 우리 집안에 사랑이 넘치게 하자.
선거가 무엇인가? 그저 지나가는 일상이다.
우리의 일상은 우리의 수준일 뿐이다.
기뻐하되 슬퍼하지는 말자. 세상은 넓고 길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다.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