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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일본여행

장맛이 국맛_일본 나라, 고베(1/19, 화)



오늘 아침은, 정말 맛이 안 나는 일본 된장국에 

맛이 나 주기를 기대하고 두부를 넣고 끓인다. 여전히 맛이 없다.

버리기가 아까워서 저녁에 다시 한국산 고춧가루와

새우까지 사다 넣어서 맛을 내 보려 했는데,

불가능하다 아무 맛이 안 난다.

계란 후라이와 낙지 젓갈과 오이와 김,

국속의 두부만이 밥맛을 돌게 해준다.

우주신은 여전히 두 그릇을 먹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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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역시 과감하고도 고된 역정을 글로리아가 계획한다.

특급 급행을 타고 나라를 가서 공원 구경을 하고,

점심으로 오꼬노미야끼를 먹고 다시 급행 전철을 타고

우메다에서 고베로 들어가서 야경을 본 뒤 돌아오는 것으로 한다.

정말 말로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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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모습만 나오는 사진 - 사진 찍는 무일을 찍은 우주신의 사진만

                                       바이러스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

                    

니뽄바시역으로 가서 급행전철을 타야 하는데,

개찰구를 나가서 지하로 한 층을 더 내려가야 역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설마 지하철 아래 또 지하철이 있을까 하여

지상으로 또는 옆으로 돌아다니다 물어 보고 나서야 지하로 내려오게 되었다.

 

안내서의 문제점은 늘 이렇게 사소하다.

게다가 급행 전철이라고 해서 나는 또 모양이 그럴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호선 급행과 같이 똑같은 전철이 역을 건너뛰면서 달린다.

정말 빨리 도착했다. 10시에 나라 전철역에서 내리니 밝은 햇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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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꾸후지 5층 목탑을 보러 간다.

교토에서 본 것과 거의 똑같은 모양의 탑이 아름답게 서 있다.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잘 찍자고 했는데,

이런. 온통 역광이다. 넓은 절터에 주춧돌만 남아 있는

꽤 큰 규모의 절인 모양이다.



그 절을 내려가니 작은 호수가 나오는데

이게 자연호수인지 인공호수인지 모르겠고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으나 저 멀리 잘 보이지도 않는

5층 목탑의 그림자가 물에 비치는 재미있는 배치가 마음에 든다.

정말 보잘 것 없는 연못이 관광명소로 될 수 있는 작은 재미다.

 

이월당과 삼월당은 별다른 표지판도 없는 언덕을

이곳에 무엇이 있으랴 싶었지만 그리미가 한 번 올라가자고 해서 

올라가다가 만났다.

다리 아프다고 포기했다면 절대로 만나지 못했을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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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월당의 휴게소에서는 차를 무료로 제공하여

이 꼭대기까지 올라온 사람들에게 가벼운 보답을 해 준다.

이월당에서 내려가는 경사진 회랑은 매우 드문 것이어서

여러 장의 사진으로 훌륭한 모습을 담으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못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람의 눈만큼 정확하고 호사스러운 것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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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돌아 나와 5층탑 앞에는 사슴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150엔을 주고 사슴용 센베 과자를 사서 들자마자

사슴들이 들이 닥친다.

머리를 디밀고 입을 내밀고 옷과 배낭을 잡아당긴다.

순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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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정신을 추스르고 그리미에게 과자를 하나 주니

사슴들이 일제히 둘러싼다.

기겁을 한 그리미가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그 중 한 마리에게 통째로 줘 버리고 몸을 피한다.

사슴이 무서워서 피해 다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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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와 아뀔레우스도 열심히 과자를 먹여 주는데,

순한 눈빛의 사슴들이 과격하게 먹이를 조르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이 사슴들은 풀을 먹지 않고 이렇게 과자들을 먹다 보니

오래 살지를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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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들어가는데 아이들은 무료란다.

합계 800엔을 내고 들어간 박물관에는 불상과 십이지신상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데 온통 무사들의 모습이다.

 

반가사유상이 제법 많았는데, 신라의 반가사유상처럼

크고도 사려 깊어 보이는 상이 아니라

아주 작아 그것 같은 느낌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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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꼬노미야끼를 먹으러 오까루로 갔다.

3,200엔 즉 35,000원짜리 파전이다.

일본 사람들 너무 쫀쫀하다고 하니 온 식구가 난리다.

문제는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아무리 못 알아듣는다고 그런 안 좋은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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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렇다. 가격에 비해 너무 한심해 보이는 파전이 펼쳐지는 순간

내가 이성을 잃었나 보다.

열심히 우리를 위해 반죽을 만들고

거대한 뒤집게를 가지고 휙휙 뒤집어 가며 요리를 만들어 주는 성의를 보여준다.

파전은 생각 보다 맛은 괜찮았는데,

정종 한 홉과 함께 먹으려고 하니 다소 느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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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가 되어서 고베에 도착했다.

마침 나라에서 고베로 가는 기차가 있어서

갈아타는 불편함을 줄이고 편안하게 한 숨 자면서 고베로 이동했다.

 

관광안내소에서 외국인들의 거주지를 안내 받았는데,

길 하나 왼쪽으로 가면서 의도하지 않은 항구 쪽으로 먼저 이동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우리의 다리는 점점 피곤해졌다.

몇몇 현대식 건물들 사이로 많은 명품 숍들이 즐비한 거리는

영 딴 동네 이야기인지라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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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온통 파괴되었다던 고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화려하다.

길거리도 깨끗하고 넓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본 어느 거리보다 상점이 넓다. 눈이 시원하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면서 외국인 거주지는 가지 않기로 했다.

혹시 몸살이 나지 않을까 해서 나도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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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옥출에 들러 라면과 고춧가루, 생선과 새우를 샀다.

모든 한국산 제품이 다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 맛없는 미소 된장을 사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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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중에서 맛을 내는 장이

한국 음식에서는 가장 중요한 식재료임을 다시 실감한다.

조리사들이 장을 중요시 하는 것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아무리 풍부한 재료가 있다 하더라도

기본이 되는 장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절대 좋은 국과 찌개는 만들 수가 없다. 

라면에 먹는 밥맛이 꿀맛이다.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