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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일본여행

금룡라면 일본 최고의 맛_일본 오사까(1/20, 수)

생선찌개로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한다.

싱싱한 생선과 약간 매운 고춧가루가 밥을 더욱 맛있게 한다.

든든하게 먹는 것이 고단한 여행을 지켜주는 힘이다.



밑반찬으로는 변함없이 김과 멸치를 5일째 먹고 있으니 벌써 질린다.

그래도 비싼 값을 치르고 입에 안맞는 음식들을 먹는 것 보다는

밥을 해 먹는 것이 무일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무일은 밥중독이다. 고기도 밥과 함께 먹어야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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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이것을 4주 동안이나 먹었다. 참 대단한 가족이다.

아니 무일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무엇을 요구하지 않는다.

무일이 항상 하는 말.

'유럽의 음식들 고기 아니면 샐러드, 치즈야 새로울 것이 없어.'

'빵은 좀 다른데 너무 친환경적이어서 딱딱하지 맛은 별로야.'



아무도 판단 내리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 내린 결정을 그대로 따르게 한다.

비싼 여행을 왔으면 좀 비싼 것에도 돈을 써야 하는데,

먹거나 사는데 쓰는 돈은 왜 그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없이 살았으니 제대로 돈쓰는 법을 모르는 것도 문제다.

어쨋든 다른 누구보다도 저렴한 여행을 하기에

또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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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날이 따뜻해 지더니 오늘은 거의 초여름 날씨다.

잠옷으로 입던 여름 등산복을 입고, 위에다 점퍼를 걸치고,

타이즈를 벗으니 훨씬 몸이 가벼워진다.

날이 더운 것은 참기 어렵지만,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은 견딜만 하다.

몸을 움직여 땀을 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체질이 만들어졌나 보다.



그래도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과 왼발 오금이 아프다.

아침 10시까지 자고 일어나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으니 피로는 많이 풀렸다.

오늘은 오사까성까지 전부 걸어 다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이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행 계획을 짤 때는 언제나,

'느긋하게, 휴식 위주로, 책도 보고 게으름도 부리며'로 방향을 잡으나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몸이 움직이지 않는 시간은 곧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이리 저리 움직이려고 해서 아이들은 언제나 불만이다.

그래도 이제는 적응할 때가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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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일레븐에서 현금을 찾는데, 마스터 카드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

비자카드로 부족한 현금 2만엔을 추가로 찾는다.

세븐 일레븐과 우체국에서만 한국의 은행들을 위한 현금 서비스가 된다고 한다.

우리 은행 카드가 있었다면 현금도 인출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본 사회는 현금이 주로 움직이는 사회다.

다른 나라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카드를 받지 않는다.

우리 보다 카드 수수료가 비싼 것인지,

워낙 성실하게 세금 신고를 하니까 카드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무조건 현금을 준비해야 했다.

주머니에 돈을 넣고 다녀야 하니 여행자로서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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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덴타운은 집 앞에서 5분 거리인데 작은 용산이다.

필요한 전자제품이라고는 맥 노트북 말고는 없기도 하지만,

한국이 오히려 더 다양한 제품이 있어서인지

흥미를 끌지 못하고 시끄럽기만 하다.



돌아가신 큰외삼촌이 1980년에 일제 소니 스테레오 카세트를 사 오신 것이

그렇게 부러웠었는데 이제는 오직 캐논 카메라의 정품이

훨씬 싸게 팔린다는 것 말고는 하나도 부러울 것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국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정말 대단한 발전을 이룩했다.

노동자들에게 좀 더 많은 임금과 시간과 여유가 돌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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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덴타운을 지나 구로몬 시장에 들어섰다.

가능하면 걸어서 오오사카성까지 가려고 했는데 아마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도 걸어가는 길을 모른다.

시장은 굉장히 큰 규모이고, 싱싱한 생선들이 많았다.

입구에는 꽃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아침을 먹으며 사진을 다시 보기 하던 그리미가

내 사진이 너무 없다고 오늘은 사진사의 역할을 바꾸자고 한다.

천재가 사진사를 하기로 하고 나는 배낭을 메었다.

니뽄바시 역장실에 들어가서 오사카성을 가는 길을 물으니

지도와 자를 가져다가 축적을 확인하고 거리까지 확인해 준다.



대략 6킬로미터. 한시간이면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안내원은 오사카 에코 패스가 오늘은 600엔(수요일만)이니

그것을 사서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적당히 섞어가면서 정말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을 보며

마음이 정말 푸근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이 아저씨가 혹시 재일교포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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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역무원의 말은 돈이 들더라도 따른다.

시장 돌아보다가 벌써부터 아프기 시작한 발이 호강을 하게 되었다.

그래, 일본 전철이나 실컷 타 보자.


오오사까 성이 멀리 보이는 전철역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대충 보아 엄청난 규모는 아닌데,

몇 번의 화재를 이기고 재건된 꿋꿋한 목조건물이라는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니조성에서 보았던 이중 해자의 규모가 대단하다.

치열한 군부들의 권력 다툼으로 이런 성이 만들어졌다니 재미있기도 하다.

다른 나라들은 외침을 방어하기 위해서

성 주변에 엄청난 규모의 해자가 만들어져 있는데,

일본은 내전에 대비하기 위해 이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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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사카 성 주변의 공원에 매화정원이 있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인지 벌써 매화꽃이 피기 시작한다.

아주 작은 봉우리들이 맺혀 있는데, 그 작은 봉우리에서도 엄청난 향기가 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색 꽃은 우리의 산수유나무처럼 보이는데

꽃모양은 완전히 다르고 역시 강한 향기 때문에

꽃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데도 벌써 머리가 어지럽다.

어떤 하얀색 꽃은 향기가 없다고 지나가시던 인상 좋은 할아버지가 알려주신다.


요이가 나니데쓰네. 저녁에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이상 기후로 꽃이 피고 오끼나와는 벌써 25도를 넘어서고 있어서

반팔을 입고 다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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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꽃 때문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사천왕사로 다시 지하철을 탔다.

이번 여행은 간사이 여행이 아니라 간사이 지하철 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계속해서 지하철을 타게 된다.

지하철을 타지 않으면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도 어렵고

버스를 타보니 신호도 많고 차도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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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사천왕사는

꽤 넓은 규모로 자리 잡고 있어서 마음이 편안했다.

 사람들도 적당하게 있고, 내일의 장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손길도

적당하게 한가로워서 편안하다.

거북연못이 있었는데, 왜가리 한 마리가 먹이를 노리고 있고

마치 죽은 듯 엎드려 있는 거북이들을 보고 혹시 조각이 아니었나 싶었다.

천재의 증언으로는 거북이들이 분명히 움직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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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재일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는 쓰루하시로 간다.

우주신이 좋아하는 타꼬야끼를 또 산다.

운 좋게도 300엔에 8개의 타꼬야끼를 준다는 맘씨 좋은 분을 만났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판기에서 티켓을 끊어오면

타꼬야끼를 주겠다고 한다.

계산을 하고 쯔루하시 가는 방법을 물으니

동물원역으로 가라고 하면서 직접 가게 밖까지 나와

가는 방향을 정확하게 가르쳐 준다. 고마운 분.

 

쯔루하시는 재일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역 근처에 한국음식점들이 많다. 역에 내리자마자

온통 한국음식을 알리는 표지판들 투성이다.

작은 골목에서 유난히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꼬치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활기에 넘치는 여주인이 서툰 한국말로 우리를 반긴다.

우리 모두가 형제가 아니냐고 하면서 칭찬 겸 농담을 아끼지 않는다.

알아서 꼬치를 12개 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자 신나게 꼬치를 굽는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꼬치가 너무 맛이 있다. 무료로 주는 양배추도 개운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저씨들이 연배도 다들 있어 보인다.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것은 우리의 느낌뿐일까?

벽에 붙어 있는 안주 리스트에는 콩나물 무침과 김치도 있다.

지지미라는 부추전도 시켜서 조용히 맥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더욱 쓸쓸해 보인다.

이 술집에서 목소리를 키우는 것은 주인아주머니와 여자 손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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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 맛이 좋아 추가로 주문하고 맥주도 한 병 주문해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찍어주겠다고 한다.

'아, 비싼 카메라'를 연신 되뇌인다.

나 같은 손님 20명만 받으면 살 수 있는 카메라가

그렇게 비싼 것인지 아니면 우리 기분이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고마운 분이다. 다들 맛있게 먹기에 8개를 더 주문해서 더 먹었다.

 

3천엔을 내고 악수를 하고 즐겁게 문을 나선다.

가게에 앉아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가는 우리들을 환한 표정으로 배웅한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재일교포였던 모양이다.



가게 분위기 전체를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활기에 넘치는 주인과 종업원, 꼬치를 구워내는 뽀얀 연기와 불,

조용한 중년의 남성들, 생맥주 잔과 아사히 또는 기린 병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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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루하시역의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가서 족발과 김치전,

파전을 사고 맛보기로 나온 김치들을 먹어본다.

약간 달달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맛이다.

이 골목에서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아마도 교포가 운영하는 곳일 것이라고 한다.

이 아주머니는 이민을 오셨는지 한국말이 유창하다.

 

너무 일찍 여행이 끝나는 바람에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도톤보리를 다시 가기로 했다.

전철 패스가 있으니 더 돌아다니는 것이야 좋은 일이지.

게다가 본전을 뽑을수록 신바람 나는 것이 여행아닌가?



지난 번 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다.

한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도 많고, 특이한 패션 리더들도 많다.

잡지에서나 본 이상한 모양의 아이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그것을 모두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시비 붙을까봐 두려워 쳐다만 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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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룡이라는 곳의 라면은 정말 맛이 괜찮았다.

600엔이라는 엄청난 가격이지만 고기 국물에 편육, 김치, 파, 마늘 등

풍부한 재료로 끓여내 주는 부드럽게 쫄깃한 면발에

일본 특유의 느끼함이 전혀 없는 맛이었다.

 

도톤보리 강가를 거닐려고 내려갔는데,

그만 냄새가 나서 다시 올라오고 말았다.

이상하다. 요즘 들어 화장실을 자주 찾는다.

보통 90분 정도 지나면 꼭 화장실을 가야하고,

맥주를 마시거나 추운 날씨에 돌아다니면 1시간도 안되어서 화장실을 가야 한다.

 

어쨌든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참 화장실 인심과 물 인심이 좋다.

유럽의 지독한 상술 - 정말 버터 한 조각도 돈을 받고 파는 - 에 비하면 말이다.

중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역시 동양 사람들이 마음이 넓고 푸근하다.

그런데, 동양 여행은 큰 다름을 느낄 수 없어서 이국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어디 가나 절과 부처님, 기와집의 연속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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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출에 가서 생수와 쵸코릿을 사서 만찬을 즐길 만반의 준비를 한다.

정종과 아사히 맥주, 족발, 김치전, 파전과 미역국으로 저녁상이 준비되었다.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먹었는데도 미역국이 개운하게 넘어간다.

족발은 개운한 맛은 있는데, 붙어 있는 살이 너무 적어서

뼈에 붙은 젤라틴을 떼어먹는 기분이다.

 

가장 즐거웠던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천재는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지난 번 유럽 여행 때는 캠핑카를 이용해서

거의 매일같이 밥과 고기와 김치찌개로 연명을 하는 바람에

현지 음식을 먹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리미는 일본식 정원의 아기자기함이 좋다고 한다.

작은 정원에 섬도 있고, 다리도 있고,

숲과 폭포까지 다양한 것들을 담아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우주신은 타꼬야끼를 세 번이나 먹을 수 있어서 즐거웠고

10시간의 잠을 자지 못해서 힘이 들었다고 한다.

잠투성이 우주신이라 이름 붙였더니

가족들 모두 개념 없는 국어사용이라고 질타한다.

 

재일교포들의 힘겨운 삶이 걱정이 되는데,

그래도 간사이 하우스의 주인장들은 이곳이 참 살기가 편하다고 한다.

우리는 괜히 일본에서 고생하는 조상들의 후손이

너무 힘들게 느껴져 우리 스스로 기분이 가라앉는다.

 

실컷 먹었어도 여전히 시간이 남아서 TV도 잠깐 보고

다들 엎어져서 또 일기를 쓴다.

대충 쓴 여행기라도 나중에 읽으면 정말 새롭게 느껴진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느낌이 그대로 다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기록의 정확성조차도 중요하지 않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만 알아도 충분히 즐거운 추억이다.

 

기념품을 사야 하는데, 금각사에서 산 엽서 두 장과

아이들 공부 잘되게 해달라고 산 손톱만한 책가방을 제외하고는 카메라뿐이다.

공항 면세점을 기웃거리다가 일본의 사계를 다룬 엽서와

일본 인형이 붙어있는 귀이개, 코털깎이, 일본 인형 쌀과자,

고양이 마네기네꼬가 붙어 있는 핸드폰 고리 등등의 소품으로

4,000엔을 써 버렸다.



참 한심스러운 쇼핑이다. 쇼핑은 정말 어렵다.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