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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일본여행

아파트 문화가 우리의 창의성을 헤친다_일본 오사까 여행(1/18, 월)

일본의 집들은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있다.

작은 정원과 화분으로 장식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장재의 색깔과 모양도 같은 듯 전혀 다르다.


물론 이렇게 많은 단독주택들을 모두 비슷한 모양을 지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양한 모양이 자연스럽다.


결국 보고 싶지 않은 비슷한 아파트 건축의 발달이

우리들의 창의성을 헤친다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자유로움이 없어 보이는 - 나의 편견이겠지만 - 일본인들이 세운 다양한 일본 문화를

자유로운 우리 영혼들이 부러워해야 한다는 것은 안타깝다.

집을 보면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운 탄식이 저절로 흘러 나온다.

 

시내 버스를 탔는데,

버스 안에 그 지역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코팅해서 붙여 놓았다.

누구의 생각인지 재미있다.

 

지난 이틀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특이한 점은

이들은 빛과 태양 에너지를 무시하는 모양이다.

방들이 온통 갇혀있다.

무엇 때문일까? 


물론 따뜻하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이 이 정도의 날씨라면 굳이 겨울의 추위를 두려워하여 

창문으로 태양빛을 구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름의 더위도 장난이 아닐텐데.

태풍도 많아서 창문이 커서는 안되고,

지진 때문에 벽체도 하중을 받아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창문을 작게 해서 습기만 피한다면

여름의 더위도 그다지 심하지 않은 모양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작은 문창살이 너무 갑갑하게 느껴진다.

좋은 점은 폐쇄성이고 나쁜 점은 역시 빛을 가린다는 것이다.

왜 빛을 가릴까? 너무 햇볕이 강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작은 것을 좋아할까?

 

작은 것을 좋아하는 모습은 그들의 지붕 모습에도 나타나 있다.

아주 작고 얇은 나무판자들을 겹겹이 대어

튼튼한 지붕과 곡선이 살아있는 지붕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저 유려한 곡선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 처음 저 모양을 보았을 때 너무 이국적이었는데,

오늘 벌써 지루하다. 여행자는 늘 새롭기를 원한다.

 

금각사는 맨 위의 봉황문양을 시작으로 해서 온통 금칠을 한 절이다.

절 앞쪽으로 넓은 인공 호수를 조성하고 작은 섬과 소나무로 치장을 했다.




은각사는 전쟁이 나서 은칠을 못했다는데 금각사는 멋있게 금칠을 했다.

일본의 절이나 신사가 대부분 화산재의 색깔에

명도가 밝은 기와로 치장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정말 아름다운 치장이다.

 

우리는 걷는다. 계속해서 다음 볼거리가 나올 때까지 교토의 골목을 계속 걷는다.

점심을 먹은 뒤라 배 속이 든든해도 계속 걷는 것은 힘이 든다.

게다가 조금만 새로운 게 보이면,

그리미가 불러 세우고,

무일이 사진을 찍기 위해 구도를 잡고 웃으라고 한다.

남들 한 시간이면 갈 거리를 두시간도 좋고 세시간도 좋다.











그렇게 걷다가 넓은 회전초밥집을 만났다.

게다가 가격도 그리 비싸 보이지 않는다.

언제고 한 번은 먹어야 하니 오늘 먹자. 잘 되었다.


한 접시에 100엔. 인당 10접시를 목표로.

공간이 넓고 쾌적해서 좋은 느낌이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공장의 조립 라인에 앉은 느낌이다.

 

한참을 매뉴얼을 공부하고 열심히 먹고 싶은 것을 주문도 하고

주워도 먹고 하다 보니 배가 부르다.

나는 여전히 우동을 찾고 마리아는 여전히 채소를 찾는다.



한참을 먹는데 7인치 모니터에서 갑자기 이벤트를 한다고 낚시질을 한다.

먹잇감을 선택하고 낚시를 드리웠는데

낚싯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대어를 낚는데 실패.


5개의 접시를 넣을 때마다 게임이 나온다.

10번째의 게임도 실패하고,

15번째 그릇 게임에서 드디어 성공.

이어서 20번째 그릇에서도 성공해서 두 개의 상품을 받았다.

정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시스템이다.

 

이 큰 식당에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많은 투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제법 많이 들락날락 거린다.

이후로 많은 회전초밥집의 간판을 보았는데, 이 집이 제일 저렴했다.


 

화장실에 가서 돌려 입은 타이즈를 제자리로 돌려 입었다.

니조성에서 화장실을 갔을 때 아무리 찾아보아도 남대문이 없기에

새로 갈아입은 타이즈라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늘 아침에 아침을 챙겨먹고

정신없이 나오느라 돌려 입은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했더니 온 가족이 뒤로 넘어진다.


그리고 먹었으니 또 걷는다.

여행자의 숙명이고, 부모 잘 못 둔 덕에 아이들은 눕지 못하고 걷는다.

좋은 산책길이든 차길이든 표지판 보고 경치 보며 걷는다.

 

정말 부러운 것은 화재를 제외하고는

전쟁으로 인한 문화의 손실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진과 화산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좀 더 심각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가 전쟁의 상처로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에 비해서

교토의 아름다운 문화유산들이 3, 4백년 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부러울 따름이다.

 

철학의 길에서 고양이 세 마리를 만났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미 단련을 시켜 놓았는지

다리를 쉬기 위해 앉았더니 내 옆으로 다가와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낸다.

귤을 까서 한 조각을 주었더니 냄새만 맡고 먹지는 않는다.

결국 아무 것도 주지 못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물길을

집들 사이사이로 잘 살려서 밑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오사까 니혼바시의 물길도 그렇고

이렇게 상류의 물들을 잘 모아서 이어주면

아주 자연스러운 하천을 만들 수 있는 모양이다.

우리도 그리 했으면 좋은데, 땅 한 평에 목숨 거시는 분들도 많고,

임기 내에 실적으로 보여 대통령도 되어야 하니

상수도 물이나 지하수를 억지로 퍼 올려

청계천을 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한 량짜리 열차를 타고 청량사로 간다.

무릎이 닿을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정겹고,

열차가 지나는 곳이 모두 사람 사는 곳으로 가득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결코 없어지지 않을 추억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동생이 우리의 추억이 어렸던 삼양동 산동네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왔다고 한다.

추억을 갖고 있고, 그 추억의 장소가 영원하기를 원했는데,

재개발이라고 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추억이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불편해 하고 더럽고 하니 유지가 될 수가 없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여전히 편안하고 유용하다면

누가 추억을 쓸어버리겠는가?

건설업자들의 의욕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추억이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를

우리 스스로 고민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군사정권의 씁쓸한 뒤 끝이랄까?

 

 

열차 안에서 5학년 수학책을 펴고

열심히 산수를 하던 아이는 문제가 풀리지를 않는지

그저 연필로 낙서만 하다 도로 가방에 넣는다.

평생 선생으로 살아온 글로리아는 즐겁게 그 모습을 바라본다.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몰입이 된다.

삶은. 그래 노을이 지는 그 순간처럼 짧은 순간이 더욱 아름답다.

짧고 아름다운 시간을 계속해서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행복한 삶이다.


아라시야마에서 돌아오는 열차가 너무 편안해서

신발을 벗고 장기 여행 모드로 들어갔는데,

3정거장 만인 까스라에 내려야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세상에나. 어쨌든 그렇게 짧은 구간만을 왕복하는 기차가

그렇게도 편안한 시설을 갖추었다니. 과잉이지만, 고맙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사무실에 들르니 벌써 카메라가 와 있단다.

이런 일이 있나. 다만 비용지불의 문제가 있다.

현금을 충분히 가져왔다고 생각했는데,

카드를 전혀 쓰지 못하는 바람에 현금이 3만엔 정도가 부족한 것이다.

 

카메라는 비록 철지난 구형 모델이지만 만족스럽다.

셔터감도 좋고, 10분의 1초에서도 이미지가 떨리지 않도록

완벽하게 기능을 한다. 더 비싼 카메라를 사야 할 이유가 없다.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앞의 일본 라면집에 들러

일본 우동과 정종을 시켜 먹었다.

볶음 우동. 국물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이곳에는 젊은 친구들이 가게를 많이 운영한다.

관광지는 관광지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주택가의 많은 음식점들을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운영한다.

독립한 젊은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보기에 좋았다.


영어가 되도 힘들지만 그마저 통하지 않아서 겨우 겨우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불안하니 많이 시키지도 못했으나 우동 종류라 그런지 먹을 만하다.


옥출이라는 마트에 다시 가서 돼지고기와 생수, 오이, 돼지비게를 사 들고 나왔다.

올리브유를 두르고 돼지고기를 구워서

맥주와 정종, 콜라를 후식으로 마셨다.

온가족이 드러누워 일기를 쓰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벌써 11시 반이다. 눈이 감긴다.

아이들은 여전히 엎어져서 어제의 기록,

오늘의 여정을 채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나 먼저 잔다. 내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