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에 올려야 할 것 같은 출퇴근 기록을
일주일에 두 번은 블로그에 올릴 예정인데,
몇 회나 계속될 지 알 수 없다.
자전거 70km와 트럭 50km의 합계 120km를 왕복하는 것이니까
비록 1주일에 240km이지만,
일하느라 조금만 피곤해도 쉬운 교통수단인 자동차를 이용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기록은 꾸준히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기록은 꾸준히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완전히 똑같은 코스를 계속 달리므로
뭔가 새로운 기록을 남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 기대하는 것은 비록 사람이 심어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철마다 바뀌어 피는 꽃들과 가로수들이 피워내는 꽃향기,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들에서 무언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대충 사진을 찍고 있지만,
체력이 어느 정도 끌어 올려지면,
좋은 사진기로 사진도 한 번 잘 찍어보도록 하자.
월요일인 어제 다른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것처럼 출근하고 싶었는데,
해는 좋았으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바람이 거세어서
출발을 하루 연기했다. 그리미도 부모님도 좋아하신다.
방 정리와 샤워실 청소를 대충해 놓고,
남은 가족들에게 남기는 글을 간단히 쓴다.
4일간이지만 헤어짐의 아쉬움 때문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리미도 같이 답장의 글을 남기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손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이것 또한 새로운 즐거움이다.
마치 연애편지를 주고 받듯 헤어질 때는,
어떤 글을 남길지 즐거이 생각하고, 어떤 글이 남겨져 있는지 궁금하다.
아이들에게도 답글을 남기도록 부탁해 놓았으나,
실천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네 자유다. 나는 원한다.
자전거를 제대로 정비하기에는 귀찮고 해서
준비해 둔 기름 스프레이로 청소 겸 해서 꼼꼼하게 뿌려 주었다.
지난 번 상태 보다는 훨씬 좋을 것이다.
손을 보아 준만큼 편안함을 주는 것이 또한 자전거다.
바람도 빵빵하게 넣어주고 아파트 내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데,
땡그랑 하고 무언가 떨어진다.
휴식시간에 마시려고 따끈한 뽕잎차를 타서 가져왔는데,
끈으로 제대로 묶어두지 않은 보온병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휴, 다행이다. 튼튼한 병이기도 하고 일반 도로가 아닌 곳에서
떨어졌으니 얼마든지 수습 가능한 사고인 것이다.
앞으로는 출발 전에 자전거 상태 뿐만이 아니라
배낭과 배낭에 넣은 물건들의 결합 상태도 살펴야겠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를 묶어 둘 체인도 가져오지 않았다.
흠, 출발 전에 좀 더 준비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행군하면서 지독히도 훈련받은 그 점검과정을 이십년 만에 다시,,,
도로구간은 신호도 있고 해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났다.
10시 10분에 출발했으니 출근 교통체증도 없어서 한결 수월하다.
이럴 때 도로 위를 달리면, 느긋한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피해
멀찍이 추월해 가 줘서 마음이 많이 편안하고 안전하다.
누구나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상대를 배려할 수 있다.
도시 생활에서 여유와 배려를 마구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이다.
1구간 18km를 평속 21.8km/h로 오십분만에 선유도 공원 앞 휴게소에
도착했다. 도로 구간에서 떨어졌던 평속을 고려해 보면 적어도 23km/h.
2-7로 꾸준하게 뒤바람이 가볍게 불어주어서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이 구간에서는 로드도 보이지 않아서 누구에게 떨어지지도 않았고,
하늘의 도움으로 꽃샘추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햇볕도 좋아 자전거를 타는 단체 어르신들이 여러팀을 볼 수 있다.
가로수와 꽃밭을 정비하는 분들의 손놀림도 분주하고 따뜻해서
더 좋았다.
휴게소는 겨울용 비닐 포장까지 둘러쳐 있어서 너무 따뜻하다.
옷을 하나 벗을까 하다가 땀 좀 더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대로 두텁게 입고 타기로 했다.
따뜻한 뽕잎차로 몸의 수분을 보충하면서 허벅지와 손목과
팔목을 부지런히 마사지해 주었다.
이런 가벼운 마사지 동작을 쉬지 않고 계속하면
근육의 통증이 훨씬 덜하다. 참 포근한 휴식이다.
2구간을 출발하면서 '나는 꼼수다 - 봉주 8회'를 듣기 시작했다.
사흘 만에 어렵게 다운 받은 것이라 더욱 소중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강길로 갈 것인가 샛강길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날도 좋고 하니 한강길의 확 트인 광장을 달리기로 했다.
잘 한 선택이었고, 마침 경쟁도 붙게 되었다.
3명이 한 팀이 된 단체팀을 추월해서 열심히 달렸더니
잠시 후 이 팀이 다시 나를 추월해서 달려간다.
굳이 추월할 생각은 없었지만 최대한 따라 붙어 보려고
열심히 뒤를 쫓았다. 숯내로 우회전 할 때까지 계속,,,
덕분에 2구간 23km를 평속 23km/h로 달렸다.
뒷바람 또는 무바람의 도움과 '나꼼수'의 도움도 컸다.
1, 2 구간 합계 41km를 평속 22로 찍었다. 와우 ~
2구간을 끝낸 휴식은 숯내의 나무 보도를 따라 걸으며
봄햇살을 즐기고 싶었다. 조금 걸었는데 허기가 져서
준비해 간 찹쌀떡으로 점심 요기를 했다.
허기는 지는데 단팥이 든 찹쌀떡이 너무 달아서
두 개를 먹었더니 더 먹을 수가 없다. 역시 뽕잎차로 입가심을 하고,
이쪽 저쪽 사진을 찍는데 별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땅에 엎드려 움트는 쑥이라도 제대로 찍고 싶었는데,,,
쉬는 동안 내내 바람이 거의 없어서 좋았다.
걷기 운동하는 분들이 두 세분 지나 갔지만,
그 긴 길을 완전히 내 것처럼 편안하게 쓸 수 있었다.
눕고 싶었지만 겨우 31km 만에 나태해 질 수는 없었다. 무일하자.
3구간은 길고도 긴 용인까지의 숯내 구간이다.
굉장히 힘들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이곳도 역시 하늘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25km를 평속 20.5km/h 이상으로 끊을 수 있었다.
3구간 합계 57km, 평속 21.7km/h.
1, 2 구간과 다른 것은 주행 도중 자주 몸을 일으켜 세워
엉덩이와 허벅지에 휴식 시간을 주었다.
적어도 70km는 3번의 휴식으로 주욱 쳐낼 수 있는 체력이 되어야 하는데,
특히, 이렇게 좋은 자전거 도로에서도 해내지 못한다면,
훨씬 악조건의 일반 도로는 제대로 주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예전에 마라톤 연습을 할 때가 기억난다.
무겁디 무거운 중국산 일반 신발을 신고 하프를 뛰어 보겠다고
열심히 연습은 잘 했으나 본 게임에서 배고프고 다리 아파서
제대로 기록도 못 낸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 때 아침도 제대로 먹고 하다 못해 테니스화라도 신고 뛰었으면
그런 고초는 겪지 않았을텐테. 이번에는 정말 잘 준비해야 한다.
장비도 필요하면 중저가로 잘 갖춰서 힘을 덜도록 해야겠다.
젊음이 이미 조만큼은 체력을 가져가 버리지 않았는가?
좋은 기록 때문에 기분이 계속 좋아서 휴식시간도 달콤하다.
남은 찹살떡 두 개를 천천히 먹으며 허벅지, 무릎, 손목, 팔목을
부지런히 마사지 하고 이곳 저곳 둘러보며 사진도 찍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누런 잔듸들이 파르파릇해지고 꽃도 피리라.
잠시 엎드려서 허리 근육도 풀어주고,
버프를 얼굴 전체로 덮고 누워서 온 몸을 쉬게 해 주었다.
그래도 10분 이상을 혼자 쉬기는 어렵다.
땀이 식으면 또 춥기까지 하다. 아직도 보온병의 차가 따뜻하다.
마지막 구간은 죽전을 지난 경찰 법무연수원 앞 구성지구까지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겹쳐지는 구간은 위험하다.
이곳은 유난히도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많아 거동도 불편하고,
고집도 있으셔서 보행 원칙을 잘 지키지 않으신다.
고개를 숙이고 속도를 올리려고 하다가는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어르신들과 줄이 매여있는 강아지들을 피해서 달리려니
제법 신경이 쓰이고 속도는 떨어진다.
죽전을 지나자 다시 인도와 차도가 분리되서 맘 편히 달린다.
지난 번 2012년 첫 출근 때는 이 구간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안 그래도 피곤한 몸이 더욱 쳐졌다.
게다가 일반 도로로 접어들자 도로는 흙탕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차들까지 있어서 인도와 도로를 왔다갔다 하느라
엄청나게 피곤했었다.
그 길이 오늘은 그냥 휙휙 지나가게 된다.
비가 오고 안 오고가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여행 중에는 틀림없이 비도 맞게 될텐데,,,
비오는 속에서 달리는 것도 연습을 하기는 해야 할텐데.
나중에 고민하도록 하자.
드디어 3시간 23분이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70km를 완주하고
트럭이 세워진 용인 덕현고 앞에 도착했다.
이 놀라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자연의 바람과 사흘간의 달콤한 휴식이 가능하게 했으므로.
또 다시 자연의 큰 은혜를 받았을 때나 가능하리라.
고마워 바람.
아, 그리고 나꼼수 봉주 8회의 슬프면서 웃기는 방송 이야기도 큰 힘이 되었다.
쫄지마, 우리가 이길 때까지 !!!
푹 쉬어, 짐칸이지만, 나의 엘파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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