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두바퀴 이야기

자연은 스스로 자란다. 아주 적절하게(3/20)

지난 금요일에 무사히 좋은 성적으로 퇴근을 하고,

페친 중 한 분이 미나리 부침개를 드셨다 하시기에

왠지 땡겨서 그리미와 함께 시장을 보고 미나리 부침개를 부쳐 고량주를 한 잔 했다.

퇴근하면 반겨주고 아껴주고 보살펴 주는 그리미가 있어 좋다.

무일이 그리미에게 할 도리를 다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때 생각나는 정봉주 17대 의원의 말,

"여보, 사랑해"





퇴근해서 지낸 주말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는지 모르겠다.

아무 한 일도 없이 책 보다 밥 먹다 장 보다 하다 보면 이틀이 휘익 지나가 버린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농부가 제대로 되려면 일찍 자고 해 뜨기 전 신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아직 얼치기 농부라 생활리듬을 영 맞추지를 못하고 있다.


어제는 오랜 만에 서울 나들이를 해서 소주 한 잔 간단히 했다.

나이 들어가니 친구들만 찾게 된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된다.

무일의 경우, 주중에 서울 나들이를 할 수 없으니,

친구들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열심히 페북이나 블로그 활동을 하는데,

읽어주는 친구들이 없는지 제대로 된 안부를 알 수가 없다.

그저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체질인 세대인 모양이다.



오늘은 출근을 해야 한다. 체력단련도 해 가면서.

다음 주 계획까지 고려해서 이번에는 엘파마를 버리고 전기차 탱고를 이용하기로 했다.

지난 번에 10시간이 넘게 걸려 내려간 아픈 경험이 있어서 괜찮을까 걱정은 했는데,

용인에 차가 있으니 그곳까지 68km만 잘 운영을 하면 충전을 해야 하는 고통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탱고를 쓰기로 했다.

결과가 좋다면, 운남성 대장정 후에는 탱고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

130만원을 주고 산 탱고는 아직 연료비로 투자비를 뽑지 못해서 속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한 번 시운전을 해 보고, 결과가 좋으면 투자비는 쉽게 뽑을 것이다.


뿌리는 청소제로 체인과 허브를 대충 청소하고, 10시 2분에 아파트를 나선다.

배낭에는 책 두 권과 그리미가 정성껏 만들어 준 시금치 나물과 황태 무침이 있다.

보이차를 뜨겁게 타서 보온병에 담고, 

예비 타이어 튜브와 탱고의 배터리 충전기가 무게가 꽤 나가서

큰 배낭을 매었더니 제법 어깨에 무게가 실린다.



일단 배터리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속도를 낼 수 없는 역곡 - 고척교 구간은

모터의 도움 없이 2단 또는 3단으로 천천히 주행했다. 

오르막 언덕에서만 잠깐씩 모터의 도움을 받았다.

3일 동안의 휴식이 허벅지와 무릎에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해 주어서 큰 무리가 없다.

어제 서울 나드리를 할 때도 탱고로 왕복 33km를 뛰면서 가볍게 운동을 해 준 것도

도움이 되는 것같다.


고척교부터 1구간의 휴식처인 선유도 앞 휴게소까지는 제법 강한 마파람이 분다.

마치 언덕을 오르는 2단 또는 3단으로 허벅지 특히 왼쪽 허벅지에 힘을 주며

천천히 이동을 했다. 이러다가 평속이 10km/h 정도 나오는 것 아니야?

걱정은 되었지만 체력 훈련의 목적도 있으니 천천히 꾸준히 힘을 쓰기로 했다.

선수들이 나올 시간이 아니어서인지 추월하는 차도 없고,

어르신 단체팀들도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몇몇 잔차들을 제치며 가니 기분이 좋았다.

경쟁에서는 이기는 것이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한강과 안양천 합류지점부터 모터와 뒤바람의 도움을 받아 정신없이 달렸다.

1구간 18km를 평속 21.3km/h의 기록으로 끝냈으니 괜찮은 기록이다.

마지막 4km를 6단을 놓고 고속으로 밟았더니 가능했지 않았나 싶다.

휴게소에서 어르신 두 분이 순대를 드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신다.

'딸은 세심하게 챙겨주고, 아들은 건강, 여행 등 크게 챙겨준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

효도하는 자제분들을 둔 행복한 분들인 모양이다.

부모님께 효도하며 살아야 자식들에게 효도를 받을텐데,,,


뜨거운 보이차를 2잔 마시고 알사탕을 하나 먹으며 체력 보존을 했다.

아침 식사를 8시경에 콩비지 찌게에 한공기 가까이 먹었더니 든든하지만

벌써 11시다. 언제 체력이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멀리 출퇴근을 하다 보니 가족들과 헤어지는 것이 정말 힘이 드는데,

이런 상황도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참 좋다.

몇 년씩 기러기 아빠로 외롭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겨우 삼사일 만 헤어지는

우리집 상황은 매우 좋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 바람이 참 시원하다.



6단으로 마구 밟았다. 중간 중간 모터도 끊고 체력 훈련도 하면서.

안양천에 비해 심한 마파람이 아니라 가볍게 흐르는 바람이라 할 만 했다.

12시 현재 태평1동이라는 숯내의 휴게소에서 멈췄다.

생각으로는 안양천이 마파람이었으니까 이곳은 뒷바람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곳도 제법 강한 마파람이 불고 있다. 자연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저 순응해야 한다.

비행장에서는 활주로의 새를 쫓느라 계속해서 폭음탄을 터뜨리고 있는데,

익숙할만도 한데 소리가 커서 인지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탱고 참 대단하다. 총 거리 26km의 2구간을 평속 30km/h로 달려 왔다.

모터의 도움을 받으며 허벅지가 쉬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달렸더니 나온 기록이다.

이 정도 속도면 아무리 로드들이라도 절대로 따라올 수 없다.

덕분에 현재까지 44km를 106분만에 주파해 버렸다.

탱고로 또 한 번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탱고에 대한 유혹이 매우 강한데,

장거리 여행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휴식을 취하면서 연못 구경을 했다. 물색은 연못답게 탁하고,

창포가 잎을 내밀어 올리고 있다. 봄이 화창해지면 노란 꽃을 피우리라. 기대가 된다.

하늘은 정말 맑고 투명해서 푸른 바다를 보는 듯 상쾌하다.

바다를 보나 하늘을 보나 푸른 색 또는 옥색은 그것 만으로 즐겁고 아름답다.

녹색이 편안하면서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녹색 보다 옥색과 푸른 색은 화려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제3구간을 점심시간에 통과하게 되니 정말 많은 직장인들이 산책을 나왔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는데도

우리 씩씩한 직장인들은 자전거 도로를 점령하고 봄볕을 즐긴다.

사내 커플인지 손잡고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도 있다.

허,,, 이러면 안되는데,,,


부지런히 자전거 벨을 울려 보지만 사람들은 무심하다.

알아서 피해가라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독일에서 자전거 도로를 걷다가는 지나는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는다.

위험하다고 인상쓰며 명령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차도에서는 전혀 기운을 못쓰는 사람들이 자전거 도로에서는 힘을 쓴다.

좋다. 그런데, 다칠 위험이 너무 크다. 자전거도 꽤 무서운 차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서 용인 구성동 청덕고 앞 마음이의 옆에 무사히 도착했다.

점심시간이라 자전거 도로를 막아서는 사람들이 많았고,

마파람이 불어서 평속 26km/h 정도만 낼 수 있었지만 무사히 완주했다.

이제 차 마시면서 쉬다가 마음이를 타고 출발하자.


지난 주에 간신히 얼어죽은 것을 면한 파가 푸른 기운이 살짝 돌았었는데,

사흘 만에 다시 보니 완전히 생명력을 발휘해서 새 줄기를 쑥쑥 밀어 올리고 있었다.

자연은 스스로 클 시간에 정확하게 큰다. 게으르지도 너무 부지런하지도 않다.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양만큼 큰다. 적당하다거나 중용이라거나 하는 것은

바로 자연이 자라고 꽃 피우고 익어가는 모습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 주 퇴근은 엘파마로 3시간 7분 만에 68.2km를 주파해서 기분이 좋았고,

오늘 출근은 탱고로 2시간 37분 만에 주파했다.

앞으로 날이 풀리면 많은 사람들이 강변으로 나와서 이런 기록들을 낼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