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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두바퀴 이야기

자전거 아무리 타도 일상은 일상이다_퇴근기(3/16)

아침에 심현과 함께 병원에 다녀왔다.

기계톱에 엄지 손가락을 다치셔서 큰 수술을 받고,

벌써 3주째인데 경과는 좋다고 한다.

일 하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얼마나 답답하실까?

이제 77세시면 쉬셔도 될 연세인데,

무일보다 더 열심히 농사일에 매달리신다.


닭사료 다섯 포를 사다가 창고에다 부려두고

달걀 한 꾸러미를 챙겨서 출발 준비를 했다.

심현은 다 큰 아들이 봄바람에 얼굴이 탈까 조심하라 하신다.

버프를 푹 뒤짚어 쓰고 안심시켜 드렸다.



마음이(화물차의 이름)에 자전거를 싣고 용인 구성으로 출발했다.

지난 번에 생각 보다 가스가 많이 먹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초크 밸브를 너무 많이 닫아 가스가 많이 공급되었었다.

오랜만에 운전을 하니 이런 실수를 한 모양이다.


청덕고 앞 유치원에 차를 세워두고 달걀 꾸러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해서

깨지지 않도록 잘 여민 다음에 출발하였다.

구성지구가 거의 끝나는 지점까지 오자 숯내를 따라

공용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을 알았다면 쓸데없이 주택가에 세워 놓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잘 되었다. 전체 거리는 줄어들겠지만,

차도 더 안전하게 세울 수 있고,

일반도로도 덜 타게 되니 여러모로 안전하게 되었다.



신나는 마음으로 한국전력기술 앞에서 자전거 도로로 진입했다.

남부지방에서부터 비가 시작된다고 하더니

뒷바람이 가볍게 불어 주어서 2-7로 마구 밟을 수 있었다.

허허,,, 이러다 오늘도 최고 기록 경신하게 생겼네요.


분당 끝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는데,

멋진 복장을 한 자전거가 한 대 휙 지나갔다.

천천히 여유있게 가는 모습을 보니 뒤따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래 오후에 비도 온다고 하니까 되도록 많이 가도록 하자.

게다가 뒷바람도 부는데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한참을 뒤따르다가 서울공항 활주로에서 다시 앞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뒤의 자전거를 생각해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록 치고 나갔다.

그래봤자 2-7로 가다가 힘이 들면 2-6으로 다시 떨어뜨리기를 반복했다.


안보이는가 싶던 로드들이 갑자기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가든 파이브를 지나 양지중앙교회를 지날 때였다.

뒤를 따르던 자전거도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이미 지쳐가고 있는 상태라 도처히 더 따라붙을 기력이 없다.

숯내와 양재천이 합류되는 지점의 나무로 깔아놓은 보도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달걀이라도 삶아서 가지고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불량식품에 가까운 멘토스 두 알과 옥수수차를 마시며 휴식하니

왠지 허전하다.

음성 집에서 11시 40분에 출발하기 직전에

고기국에 밥을 서너 숟가락 말아서 먹고 와서 속이 든든할 줄 알았더니

시간이 되니 배가 고파진다. 게다가 과도한 주행으로 힘도 더 들었을 것이다.


구성에서 가락시장 앞까지 27km를 평속 25km/h로 달렸다.

물의 흐름을 따르는 내리막이라 도움이 되었고

비를 몰고 올라오는 뒷바람의 영향도 있으리라.

아직까지는 비 보다는 해가 비치는 운동하기 적당한 날씨다.


2구간의 시작은 가볍게 하려고 천천히 움직였다.

대학생인듯 보이는 학생 두 명이 안전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쌩하고 앞질러 간다. 위험해 보였다. 속도도 너무 빠르고.

미니벨로를 탄 것 같은데, 한 번 쫓아가 보기로 했다.

신나게 잘 달리는 학생들을 약간 거리를 두고 천천히 따라갔는데,

성수대교를 지날 쯤부터 마파람도 약간 불고 하니까 속도가 뚝 떨어진다.



어르신 한 분과 두 학생을 동시에 제끼고 가려다가

넷이 나란히 달리는 사태가 나고 말았다.

추월 전에 벨을 울려서 추월을 알리기는 했지만,

어르신께는 '죄송하다'고 인사를 드리며 추월했다.


학생들은 전혀 따라 올 기색이 없는데,

어르신께서 계속 따라 붙는다.

추월할 듯 할 듯 하시다가 포기하는 듯 하시더니

한참 후에 작심하고 추월을 하신다. 대단하다.

쬐금 거시기하기는 했지만 약간 떨어져서 어르신 뒤를 쫓았다.

한 2km를 앞서가시던 어르신을 막 추월하려고 할 때,

어떻게 아셨는지 휴게소로 쉬러 들어가신다. 이런,,,

결국 어르신과 경쟁에서 다시 고배를 마셨다.


두 번의 경쟁으로 선유도 공원 끝의 휴게소에 도착하고 기록을 보니,

25km를 22.7km/h의 평속으로 달렸다.

앞서가는 뛰어난 잔차들 따르느라 기록이 좋아져서 좋다.

아주 작은 빗방울이지만 몇 개가 떨어진다.



바람막이 포장이 잘 쳐진 휴게소에서 땀을 닦으며 쉰다.

평일 낮에 아저씨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며 주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어제는 미안했다, 조심하자.

참 좋은 대화다. 다만, 술을 자제하지 않는 이상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부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17km니 한시간 이내로 갈 수 있고

비가 내리지 않으니 행복하다.

이제 가져 온 옥수수차와 사탕까지 다 먹었다.

일단 허기는 면했으니 남은 구간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비내리기 전에 얼른 집에 가자, 어른들 걱정하신다.

안양천 자전거 도로로 접어 들었더니 예상치 못한 마파람이 분다.

그렇다, 남쪽에서 비를 몰고 올라오는 바람이 있으니 

이곳에서는 당연히 마파람이 될텐데 미처 예상을 못했다.


기어 단수를 2-5로 낮춰는데도 허벅지와 무릎이 뻐근하다.

다시 2-4로 낮추었더니 무난하게 주행은 가능하지만,

가로수들의 무늬와 상태까지 다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떨어진다.



고척교로 올라서기 직적 급격하게 허기가 지면서

발에 힘이 가지 않는다.

동양대학 앞에서 신호에 걸려 잠시 쉬었더니 조금 낫다.

그렇게 몇 번씩 신호에 걸리면서 가니 조금 힘이 난다.


유한대학 앞에는 강의를 듣고 나오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봄과 함께 청춘들의 즐거운 시간이 시작된 모양이다.

마음 한구석에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즐겁게 좋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살도록 해라.

젊음은 빛난다.


5시 5분. 비 오기 전에 무사히 퇴근을 완료했다.

간신히 자전거를 들여놓고,

너무 배가 고파서 우주신에게

따뜻한 커피와 과자를 준비해 달라고 하고 샤워를 했다.

묵직한 허리와 허벅지를 마사지해 주고 나왔더니

깔끔하게 준비해 놓고 공부하러 갔다.


음성에서는 내가 쫄다구지만

여기서는 가장이다. 음하하,,, 고마워 !!!



침대 위의 베개 위치를 보았더니 무일이 없는 동안 그리미는

무일의 베개를 대용으로 껴안고 잤나보다.

아무 변화도 없는 집안과 일상이 참 신기하다.

10분 전까지 무지하게 자전거를 탔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