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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두바퀴 이야기

농부의 퇴근길, 설레임(3/ 9)

가족들은 역시 함께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가족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부모와 어린 자식만으로 이루어진 가정이 대세인데,

그 두 세대를 만들어 낸 부모님들의 세대는 언제나 후손들을 그리워하며 산다.

후손들을 대표해서 부모님과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너무 젊은 나이에 농사지으러 온 아들이 정말 내키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어떻게 그 마음을 열 수 있을지 -


오늘은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러 부천으로 퇴근하는 날이다.

탱고라고 하는 영상전화로 저녁 늦게까지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하루의 일상을 매일같이 듣고 있어서 외로움이 훨씬 덜하다.

김어준 식 표현대로, '탱고, 졸라 땡큐'


그런데도, 실물의 가족을 만나러 간다는 것이 이렇게 설레이고 흥분되는지.

심장에 묘한 흥분감이 느껴지면서 온몸이 짜릿하다.

심장이 작게 뜨거워지면서 온 몸에 가벼운 감기 증상 같은

환각 비슷한 느낌이 드는 즐거움이다.

기러기 아빠들은 어떻게 그 긴 인생을 살아냈는지 존경스럽다.


이 글을 수정하고 있는 오늘(13일)이 둘째 우주신(중3 16살)의 생일인데,

무엇을 원하느냐고 했더닌 프랭글스 열통 쯤이 생각난다고 한다.

그래서, 과자를 그렇게나 많이 산다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으니

프랭글스를 종류별로 사서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시장에 가서 보았더니 모두 다섯 종류의 프랭글스가 있었다.

가격도 국산 과자 보다 2배나 비싸다. 생일만 아니면 무시했겠지만,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사주었다.



게다가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그러자고 하고 악기값을 알아 보았더니,

초보자용 소리가 좀 나는 바이올린은 50만원은 줘야 하고,

소리에 민감한 아이라면 200만원 대는 사야 한다고 한다.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우주신을 포함해 온 가족이 십만원씩 추렴하여

50만원 대의 바이올린을 사기로 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살 예정인데,

악기가게에 가서 눈높이가 더 이상 높아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족을 만나는 기쁨을 이야기 하다가 이야기가 새버렸다.

음성에서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용인 구성지구에서부터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부천으로 퇴근할 계획이다.

12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에 대해

온 집안이 반대 의사를 밝혀오고,

아직 몸도 완전히 체력을 만들지 못했으므로 당분간은

체력 훈련을 위해서 70km 만 달리고(결국 일주일에 140km),

속도 올리기와 근지구력을 기르기로 했다.


용인 경찰대학, 법무연수원 근처에 적당한 곳을 발견하고 차를 주차해 두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자전거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비를 맞아 끈적한 기름이 제거되어 더 나빠지지는 않아 보인다.

안장 높이가 약간 낮은듯해서 2cm 정도 더 올렸더니 훨씬 자세가 편안하다.



11시 40분에 출발해서 분당 정자동에 도착하여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차로 오는 사이에 커피가 업질러졌는지 다 식어버린 커피가 한 잔이 채 나오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다가 쉬면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는 것은 큰 기쁨이다.

아직 날이 너무 추워서 야외에 눕기가 어려운데,

날이 어느 정도 풀리면 강변에 누워 차도 마시고 책도 보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운동을 할 생각이다.


기온은 낮지만 해가 좋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다.

그리미에게 출발해서 1구간을 무사히 마쳤다는 문자를 보내려고 하는데

해가 너무 강해서 스마트폰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2구간을 출발하여 다리 밑에서 간단한 문자를 보냈다.


"1구간 17km를 평속 20km/h로 잘 완주.

 해가 강해 다리 밑 그늘이 아니면 문자가 어려워.

 다시 출발해서 숯내와 한강 교차점 향해 질주"


2구간은 용인과 분당 구간인데,

중간 중간 농구장에서 학생들이 반팔 셔츠를 입고 농구를 한다.

아직 날이 쌀쌀한 데도 젊은 청춘들은 추운 줄을 모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몇 달 동안은 참 열심히 농구를 했는데,

그 때 이후로 체력이 달려 이제는 아이들이 수행평가 연습을 할 때 

함께 나가서 슛 연습을 하는 정도다.

축구를 포함해서 단체 운동을 하려면,

동호회니 뭐니 해서 조직에 가입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조직에서 활동하려면 귀중한 주말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그 조직 구성원들의 경조사까지 챙겨가면서 활동해야 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대폭 줄여야 하는 것이다.

마을이 살아있다면 자연스러울 일을 이중 삼중으로 해야 하니

도시 생활은 이래 저래 분신술이 필요하다.


2구간 19km를 평속 18km/h로 왔나보다.

전체 주행거리 36km의 평속이 19km/h가 안된다.

마파람이 불면 기어비는 2-4로 바로 떨어져 버리고

열심히 발을 돌리기는 하지만 속도는 내기 어렵다.

평속 20km/h를 유지하려면 2-6과 2-5를 써서 주행해야 한다.

그럴려면 상당한 허벅지 근육이 필요하다.



그나마 숯내물이 잘 흘러내리는 내리막은 도움이 된다.

자전거길도 물길을 따라 가벼운 내리막이 되기 때문이다.

슬슬 배가 고파지려고 한다.


마파람이 불었는데도 그나마 속력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멋진 자전거 부대와 가든파이브에서 한강까지 약 5km를 경쟁했기 때문이다.

경쟁은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경쟁의 승자는 여자들까지 포진한 멋진 자전거 부대.

자전거들 참 좋아보이네 ~


한강 교차점 올림픽 대로 다리 밑에서 빵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건너편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버스와 이륜차에 대한 면허시험이 있다.

오토바이 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끊임없이 코스를 돌고 있다.



몇 년 전에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오토바이를 사겠다고 우겨서

시티플러스라는 중국집 배달용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한 적이 있었다.

온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감행한 일이었는데,

다행이도 3개월만에 오토바이를 도난당해 더 이상 타는 일은 없어졌다.

조심하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는데,

사고는 예고가 없으므로 아예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전거는 그나마 이해를 받을 수 있고,

실제로 훨씬 안전한 곳에서 타게 되므로 좋은 스포츠다.

안전 장구를 착실하게 챙겨서 다치는 일 없도록 하자.



3구간은 한강 구간으로 일단 여의도까지 가 보고  가능하면 성산대교까지.

강물이 흐르는 내리막 방향이라 예상 보다 수월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마파람이 불면 훨씬 강하지만,

거의 바람이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어서 뒷바람도 불어 주는 것 같다.


여의도 쌍둥이 빌딩 앞에서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서

차를 세우고 비상으로 넣어 온 사탕 두 개를 입에 넣었다.

혀로 가볍게 녹이면서 다시 주행을 했는데, 허기가 가시면서 달릴만 해진다.

역시 고수들의 경험담은 중요하다.

사탕 1개의 당분이면 1시간을 달릴 수 있는 열량이라고 하더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배가 찬 듯한 느낌이고, 피로도 덜하다.


 

성산대교를 지나 제3구간 18km가 끝나는 하늘 공원 건너 휴게장소에 도착했다.

마지막 남은 빵 반조각을 아껴 먹으며, 사탕도 하나 더 먹는다.

오랜 만에 옛 직장 선배가 보고 싶다며 전화를 해서

봄바람 부는 3월 하순에 한강변 산책을 하자고 했다.

은퇴하시고 한참 여유를 즐기고 계신다.


3구간의 초반은 무난하게 2-6 또는 2-5로 잘 끌고 왔는데,

마포대교부터 마파람이 심해서 2-4로 기어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 평속이 17키로 이하로 떨어진다.

로드를 타는 젊은이들은 허벅지 근육을 팽팽하게 하며 쌩쌩 앞질러 간다.

저 정도는 안되더라도 꾸준하게 20km/h의 평속을 만들어 가 보자.


하늘공원 앞으로 또 하나의 다리가 건설 중이다.

저 다리가 연결될 도로가 어디일까?

강남북을 연결하는 다리가 늘어나는 만큼 이쪽의 교통체증도 늘어나는데.




바람이 찬데도 수많은 인파가 운동을 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 보다도 역시 중장년층이 많다.

아무래도 생활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등에서는 땀이 흐르는데도 두꺼운 장갑을 낀 손이 약간 시럽다.


앞으로 한시간이면 4구간을 완주하고 집에 도착할 예정이다.

단, 마포대교에서 앞서간 어르신 부대를 못 따라 잡은 체력이라

약간 더 걸릴 수도 있겠다. 어쨋든 한 시간을 목표로 가자.


안양천 자전거 도로는 기분좋게 뒷바람이 지원해 주는 바람에

2-7 기어비로 가뿐하게 달리게 되었다.

오 제발, 이 분위기로 주욱 달릴 수 있게.

적당하게 많은 자전거들이 나와 있어서 선의의 경쟁을 하며 달릴 수 있었다.

옥의 티, 어떤 단체 자전거팀이 속도가 느린 자전거를 지나면서

꽥 소리를 지른다. 비켜달라는 뜻인 모양인데,,,

분노의 감정이 실린 외침,,, 즐거운 운동에 스트레스 받겠다.


고척교까지 오랜 만에 멋있는 뒷바람의 지원을 받으며 가볍게 도착했다.

나머지 도로 구간을 잘 끝내면 1시간 내로 갈 수 있겠다.

차량도 퇴근 시간 보다 1시간이 빠르니 적당한 흐름이다.

이렇게 적당한 차량 흐름이 자전거의 도로 주행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

너무 정체되면 자전거는 기분 좋지만 갑자기 튀어 나오는 차들 때문에 위험하고,

너무 흐름이 좋으면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큰 위협이 된다.


신호등을 몇 번이나 걸리게 되어 휴식은 잘 취했으나 평속은 떨어진다.

오류동 고개와 성공회대 앞 고개를 넘어 드디어 아파트 입구 도착.

입구에서부터 집까지 지옥의 마지막 오르막을 1-2로 기어비를 낮추고

천천히 천천히 오른다. 어쨋든 걷는 것 보다 빠르고,

앞으로 만나게 될 엄청나게 긴 여행의 오르막 길을 연습하는 것이다.

드디어 도착했다. 우리 집.


휴식시간 포함해 총 주행 5시간

순수 주행시간 3시간 56분

평균 속도 17 km/h 

총 주행 거리 70km.


그래,,, 이 정도면 출퇴근 하면서 체력단련하기에 적당한 거리다.

자신이 붙으면 조금씩 속도를 올려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