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은 공부를 하려고 일본, 아메리카를 떠돌다가 2021년 돌아와 고향 진주에서 시간이 나면, 책이나 논문을 쓰면서 지내고 있다. 올해부터 <네 자리마다 자릿점 찍기 운동>이라는 것을 시작하였는데, 그 운동의 바탕이 이 책인 모양이다.
박종석은, 동아시아인이 수에 관련하여 두가지 독특한 현상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수학을 잘한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큰수를 잘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개의 주장이 사실임을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다. 사실의 뿌리와 줄기를 드러내지 못하면, 이 주장들은 편견이거나 엉터리다.
"동아시아인 가운데에는 이런 수 표기를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읽어내는 경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보통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십억, 백억, 천억, 조, 십조'라고 거슬러 올라가서 읽어 내려오고 있다). 이런 수 표기를 빨리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있다!!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먼저 수 표기를 다음과 같이 바꾼다. 곧 아래에서부터 세 자리가 아니라 네자리마다 '자릿점'을 찍는 것이다.
87,5308,0291,6045
다음으로 여기에 찍혀있는 점들이 아래에서부터 '만, 억, 조'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쉽게 '87조 5308억 291만 6045 팔십칠조 오천삼백팔억 이백구십일만 육천사십오'라고 읽을 수 있다." (3쪽)
재미있다. 위 주장을 살펴보자.
어린시절을 더듬어보면 큰수를 읽으려고 할때,
자리수를, 4개마다 찍을까 3개마다 찍을까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서 영어를 외우느라고 세개마다 찍게 되었고, 습관이 되어버렸다.
숫자 3개마다 자리점을 찍으면 좋은 이유는,
3개마다 찍는게 실수가 적고 빨리 찍을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종석의 이야기를 실험해 봐야겠다.
하나, 87530802916045. 이 큰수에 4개마다 실수없이 자리점을 찍을수 있을까?
3개마다 자리점을 찍는게 훨씬 익숙하고 빠른데,
4개마다 자리점을 찍는것은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걸리고 신경이 더 쓰인다.
둘, 87530802916045. 이 큰수를 읽을때 우리는,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 ... 이렇게 읽지 않는다.
3개마다 자리점을 찍고 천-백만-십억-일조로 읽어낸다. 영어가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87트릴리언 530빌리언 802밀리언 916싸우전드 045로 읽는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경단위 이상으로 수가 더 커져버릴때는, 박종석의 말대로 조-십조-백조-천조-경-십경-백경으로 읽는다.
그런데, 이렇게 읽게되는 것은 우리가 쿼드릴리언-퀸틸리언-섹스틸리언이라는 말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종석의 말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수를 읽을때 쉬운것은 한중어다. 한소리로 딱딱 떨어지게, 수를 나타내는 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어-스페인어는 한중어와는 달리 수를 나타내는 말이, 소리가 많아서 길고 어렵다. 그러므로 3자리마다 자리수를 찍어서 읽기 어려운게 아니라, 수를 나타내는 말이 어려워서 읽기 어렵다.
그리고 한중어는, 4개마다 자리점을 찍어서 읽도록 만들었다. 그러므로 박종석의 말대로 네개마다 자리점을 찍는게 읽기 쉽다는 것에는 고끄한다 = 고개를 끄덕인다 = 아이 어그리.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4개마다 자리점을 찍는것은 한중어가 잘 만들어놨으니, 인도유럽어족 사람들을 위해 수를 나타내는 말을 선물해주는 것이다. 3개마다 자리점을 찍고 10^3=천 / 10^6=당 / 10^9=가 / 10^12=자로 수를 나타내는 말을 바꿔보자 그러면, 87530802916045는 87자 530가 802당 916천 45로 쉽게 읽을수가 있다. 조금만 해보면 지금보다 훨씬 쉽게 영어로 수를 읽을수 있을 것이다.
같음과 다름은 머리의 어느 부분에서 아는 것일까?
0) 머리는 크게 앞부분과 뒤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운동, 뒤부분은 감각을 맡는다.
1) 머리의 앞부분은 운동과 비교-추론-판단을 한다 : 맨앞머리=PFC=전전두엽
2) 맨앞머리PFC는 두개의 정보를 비교-추론-판단한다 : 기억으로부터 받는 정보와 감각으로부터 받는 정보
3) 기억으로부터 받는 정보는 A영역에서 나온다. A영역은 SA-AA-VA
4) 감각으로부터 받는 정보는 MA영역에서 나온다. MA에서 나오는 정보가 AD 또는 HC를 거쳐 맨앞머리로 온다
* A : 어소시에이션 = 뭉치 / 어소시에이션 에어리어 = 뭉치영역
* SA : 소마틱 어소시에이션 = 살낌뭉치 = 살로 느끼는 뭉치영역
* AA : 오디터리 어소시에이션 = 소리뭉치영역
* VA : 비쥬얼 어소시에이션 = 보기뭉치영역
* MA : 멀티센서리 어소시에이션 = 여러느낌뭉치영역
* 학자들이 바빠 한국어 학술용어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만들고 있다.
* AD : 어믹딜러 = 편도체 ; 아먼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HC : 히퍼캠퍼스 = 해마 ; 시호스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5) MA영역의 정보들은 두개의 길을 거쳐서 맨앞머리PFC로 간다 : ① AD ② HC
6) A영역의 정보들은 바로 맨앞머리로 간다
7) 어믹딜러 AD은, ㄷㄷ반응을 결정한다. 다가갈 것이냐 달아날 것이냐 = fight or flight
8) 히퍼캠퍼스 HC는, 오래 기억할 것인지를 결정해서 뭉치영역에 저장한다. AD와 같이 감정을 만든다
9) 맨앞머리는 MA로부터 받은것과 A영역으로부터 받은것을, 비교-추론-예측-판단해서 PM과 M1을 거쳐 척수로 내려보내 운동을 하게하는데, 이것을 행동이라 한다. 기억과 감각을 바탕으로 한 운동이 바로 행동이다
* PM : 프리모터 에어리어 = 운동앞영역
* M1 : 프라이머리 모터 에어리어 = 1운동영역
10) 작업기억=워킹 메모리는 A영역에 저장된 정보들이 날라오는것을 말한다. 맨앞머리PFC로 작업기억이 날아오고, MA에서 감각정보들이 날라오면, 이 둘을 맨앞머리에서 비교해 행동을 한다.
비교한다는게 어떤 것인지를 한번 살펴봤다. 박종석의 글과는 다른 이야기니 여기까지만 알고 넘어가자.

n+n의 함정을 벗어나서 수사 만들기. 사칙연산은 도대체 언제부터 있었을까? 매듭이나 수막대기를 바탕으로 덧셈과 뺄셈은 문자를 만들기 전부터 있었을 것으로 미말하고=프레딕트, 곱셈과 나눗셈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기록이 남아있는데, 우리 단군시대때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사도 그즈음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봐야겠다.
"(19 다음 20을 말할때) 지금까지 해온 '관성'으로 하면 '열 열'이 될 것이다. 이것이 논리로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나, 이렇게 하면 '비효율의 체계가 생겨난다. 이렇게 한다는 것은 이 크기에서도 '덧셈'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곧 열+열. 이를 '열 더하기 열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효율높은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무엇인가? 여기서 '곱셈'을 적용하는 것이다. 곧 이 상태를 둘 열 로 표현하는 것이다. 곧 '둘×열'이라는 의미이다.
이를 일반화하면, n+n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47쪽)
우리나라는 두개의 수사를 쓰고 있다. 고유의 수사와 중궈에서 온 수사. 흔한 일은 아니다. 앞으로 고유어 수사는 사라질수 있겠다. 3일과 사흘이 같이 쓰다가 사흘의 뜻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고유어인 사흘이 차츰 죽는말이 되고 있다.
그런 바뀜을 보는 한편, 중궈의 발음과 우리의 발음이 비슷한데, 왜 우리는 발음을 바꿨을까? 생각해보니 우리가 바꾼 발음이 더 간결하다. 왜? 성조와 길이를 모두 발음해야 하는 중궈렌들과는 달리, 받침을 마음대로 발음하는 우리는 적은 정보량으로 발음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수사들은 선진 문명에서 들어오기도 하고 더 간결하기도 해서 여러 장면에서 고유어 수사들 대신에 쓰이게 되었다고 하자. 특히 수학을 하는 데서." (61쪽)

큰수는 만억조경해까지만 알아두자.
해는 10의 20곱이다.
그리고 불가사의는 10의 64곱이다. 내가 64년생이라 좋아하는 수다.
산스크리트어에서는 붓다 시기에 벌써 불가사의를 넘어 무량대수까지의 수를 생각했었다.
유럽에서는 밀리언(13세기) - 빌리언(15세기)에 나타난다.
왜 이런 것일까?
생각에 생각을 더하다보니 자꾸 커질수밖에 없었다.
유럽에서는 쪼개고 쪼개다보니 원자와 힉스입자에 이르렀다.
쪼갤수 있는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 경험과 관찰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내야할 수가 늘어났다.
박종석이 이 글에서 말하려는 고갱이는 이것이다.
한중어의 수사체계는,
1) 만단위까지 다른 수사를 만들고
2) 만부터 만단위로 새로운 수사를 만든다.
그러므로 수사체계에 맞는 점의 위치는, 4자리마다 자리점을 찍는 것이다.
"한중어의 수사체계의 구조와 점 위치가 맞지 않다." (70쪽)
4자리마다 자리점을 한번 찍어봤다.
23,4795,8736,9884,8504,3038 읽기가 정말 쉽다.
자리점 찍는 습관만 바꾸면 되고, 봐꿔야겠다.
재미있다. 몇년전에 나도 이런 주장을 실은 글을 쓴적이 있다. 누구 주장이 먼저인지를 따져봐야겠는데, 내글이 검색되지 않는다. 아마도 어떤 글속에서 그런 주장을 했기 때문이리라. 박종석의 주장이 나보다 체계가 높고, 적절한 대안까지 고민했으니 훨씬 수준이 높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한글로 영어의 문자를 대체하자고 말하고 있다.
"영어 수사체계를 검토한 결과,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수학을 하는 데서 상당히 불리할 것임을 추정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영어 화자들이 원한다면, 영어 수사체계를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공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문화 접촉 과정에서 동아시아 여러나라들이 중국어 수사체계를 받아들여 쓰게 된 것을 생각해 본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의도하지 않은 변화인가, 의도한 변화인가 하는 차이가 될 것이다. (중략) 문제는 현행 수사체계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하는데서 얼마나 불리한가를 인식하고 이 문제를 수사체계 수정을 통해 개선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일단 개정 수사체계를 수학 시간에만 사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겠다. " (101~3쪽)
십진법 체계에서 1~9까지의 수는 언제든 진법으로 나아갈수 있었다. 다른 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나아가지 못했을까. 십진법은 정말로 편하고도 유용한 진법일까. 모든 00000000000000은 나름의 진법을 만들수 있다. 게을러서 만들지 못한 것일까.
"첫째단계에서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는 어느 진법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상한 현상이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는 첫째단계에서는 모든 수사가 독립 이름을 가지며, 아직 진법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이는 첫째 단계 수사들 하나하나가 독립 진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152쪽)
아, 이런. 살짝 눈물이 나려고 한다. 호주의 사피엔스=애버리진들이 대륙에 도착한 것은 6만년 전이다. 그런데, 나에게 남겨진 이미지는 털이 북실북실하고 더러운 사람이 디저리두라는 이상한 악기로 뭉툭한 소리를 내는 모습뿐이었다. 그럴리가 없는데. 그런데, 박종석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읽었다. 오진법의 완전한 체계.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완전한 12진법 체계도 매우 아름답다.


배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문제다.
1) 선행-동행-후행은 배우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 맞다
2) 배움은 예습복습이 꼭 필요하고, 수업시간에는 집중해야 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알수 있다
3) 공교육 밖의 교육도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수준을 높여야 한다
4) 놀이로서의 공부가 될수 있도록 공교육 안팎에서 같이 노력해야 한다
"선행학습 금지는 웃기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가 가진 자원(시간, 돈 등)을 적절히 동원해서 최대한 효과를 거두고자 한다. 공부 내용은 선행학습일수도 있을 것이고, 동행학습일수도 후행학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내용/방법이 필요한가는 학습자가 판단할 일이다.
선행학습을 해본 학생들이 성적이 오른다면, 교육 당국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선행학습을 하도록 권장할 일이다. 선행학습을 해본 학생들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권장해도 아무도 안 할 것이다. 경제력이 약한 집안 학생이 선행 학습을 할 기회가 없어서 성적 격차가 커질까 걱정한다면, 이를 동정하는 자원봉 사자들이 선행학습 기회를 제공하도록 권장하거나,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서 선행학습기회를 제공할 일이다." (184쪽)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다. 홀사=인디비듀얼한 느낌 때문이기도 하고, 글이 쉽기도 했고, 글 체계도 꼼꼼하게=건너뛰지 않고 잡혀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1) 수사체계평가기준에 대한 고끄=어그리를 얻거나 고쳐야한다.
2) 이 표를 알아야 한다. 우리 수사체계가 십진법-만진법 체계임을 알아야 자리점을 제대로 찍을수 있다.

3) 이글은 빨리 영어로 번역해서 발표해야 한다 : 특히 유럽모든나라의 대사관에 보내져야 한다
4) 네자리 점찍기는 수학교사연구 그룹에 전달되어야 한다. 그분들이 받아들이도록
오랜만에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고마워,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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