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에 대해 이런 선입견이 있다. 이책을 읽으면 선입견이 바뀌게 될지 궁금하다.
선입견 때문에 엄청나게 따지며 읽게 될것이다.
우생학과 나쁜 유전자. 머리글에서 정우현은 나쁜 유전자는 없다고 했다. 나쁜 유전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우생학이 퇴치된지 오래되었는데 왜 이런 주제를 골라야했을까? 우생학은 사라졌어도 다른 이름으로 그 생각이 살아있기 때문일까? 이성-계몽-세마science로는 어떤 진보도 이루어낼수 없으니, 세마의 시대를 끝내고 싶은것일까? 이성-계몽-세마science를 하느님 아래에 무릎꿇리고 싶을까? 그러면 그는 기즐=기쁘고 즐거운=happy할까?
1. 피부색 유전자
피부색이 불러온 차별의 아픈 역사
골턴은 우생학으로 씻을수없는 죄를 지었고, 다윈도 인종차별의 마음을 벗어나지 못했다. 린네와 괴테, 데이비드 흄 등의 위대한 학자들과 링컨도 백인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아메리카에서 흑백결혼금지법이 위헌판결을 받아 폐지된것은 겨우 1967년이었다. 1910년에 테네시주는 원드롭룰을 법으로 만들었다. 흑인의 피가 한방울이라도 섞였다면 무조건 흑인이라는 법.
인종차별 발언을 드러내놓고 했다가 자리에서 쫓겨난 가장 유명한 인물이 DNA 구조를 밝혀내 노벨상을 받은, 왓슨이다. 인종주의는, 백인들이 넘어야할 드높은 망상이다.
"(다윈의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이 책에는 문제가 될 만한 주장이 여럿 들어있기 때문이다. 첫째, 남자는 여자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성 능력이 훨씬 뛰어나고, 둘째,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며, 셋째, 흑인과 같은 미개인과 유럽인은 서로 다른 인종으로 진화하여 지성 능력과 도덕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중략) 다윈은 평소 노예제 철폐를 공개 주장하곤 했는데, 그런 그였을지라도 유색인종보다 백인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까지 포기하지는 못했다. (중략 / 이성과 계몽의 시대에) 세마science는 인종차별을 없앤게 아니라 정당성을 부여했다." (36~49쪽)
말라리아는 단세포 기생충이다. 바이러스보다 크다. 말라리아는 모기와 사람을 오가며 생존번식하고, 사람에게 왔을때 적혈구에서 성장하며, 발열과 오한, 빈혈, 혈류장애를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말라리아에 걸린 모기는 죽지않는다. 말라리아와 모기는 기생충과 죽지않는 숙주의 관계다.
적혈구의 생김새가 낫처럼 바뀌면 쉽게 파괴되는데, 이때 말라리아 원충이 낫적혈구sickle-cell와 같이 파괴되어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게 된다. 목숨은 건지지만 적혈구 부족으로 빈혈이 생길수 있다.
"겸상적혈구빈혈증sickle-cell anemia은 주로 흑인이 걸리는 질병이라고 인식되어왔다. 헤모글로빈 유전자에 일어난 돌연변이 때문에 적혈구가 낫처럼 생김새가 변해 악성 빈혈을 일으키는 이 유전병은 주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흑인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그러나 (중략)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탈리아·그리스·터키 같은 지중해 연안의 다양한 지역에서 인종과 관계없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언급한 곳들은 놀랍게도 말라리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이 빈혈증이 있는 사람들은 적혈구 내부 환경이 변화되어서 말라리아의 공격에 높은 저항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환경이라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편이 오히려 생존하는 데 유리하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은 말라리아 원충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우리 조상들이 발전시킨 방어기제 진화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55쪽)
*sickle 낫 : 겸상적혈구빈혈증 = 낫적혈구빈혈증.
살색은, 80가지가 넘는 여러가지 유전인자가 결합해서 만드는데, 비슷한 살색을 가진 사람들이 한곳에 모인 이유는, 자연선택으로 수렴진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살색은 키와 몸무게와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살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원래 어두운 살색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사는곳의 자외선지수와 음식에 따라서 살색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보통 흰색은 모든 색의 빛을 반사시키기 때문에 희게 보이고, 검은색은 모든 색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검게 보인다. 따라서 햇빛을 많이 받으려면, 살색은 검어야 한다. 그런데 햇빛의 양이 적은 고위도 지방의 사람들의 살색이 빛을 반사시키는 하얀색이 되었다. 왜 그런가?
사피엔스의 살색은, 너무 많이 들어오면 독(엽산=비타민 B9 파괴)이 되고, 너무 적게 들어와도 독(비타민 D 결핍)이 되는 자외선을 적절히 필터링하기 위한 최적의 장치다. 놀라운 일이다.
1) 저위도 지역 : 살의 겉면에서 햇빛을 모두 흡수해서 살속 깊숙이 햇빛을 못들어가게 하려고, 멜라닌 색소를 많이 만들어내므로 저위도 지역의 사람들의 살색은 검어졌다. 자외선은 엽산을 파괴하거나 DNA 사슬을 끊어 돌연변이를 일으켜 피부암 등을 일으킬수 있다.
2) 고위도 지역 : 햇빛을 모두 흡수해버리는 멜라닌을 포기하고, 반사되지 않은 자외선의 일부라도 살속 깊이 들어갈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살색이 하얗게 되었다. 적게라도 흡수된 자외선이 피부 깊숙한 곳에서 비타민 D를 만든다.
살색이 어떻든 사피엔스는 99.9%가 같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0.1%의 작은 차이가 이렇게도 많은 차이들을 만들어낸다. 80억의 사람들 중에서 똑같은 사람은 없다.
"인류는 유전적으로 사실상 '클론clone'에 가깝다. 어떤 사람이든 모든 유전체에 걸쳐 염기서열이 99.9퍼센트 똑같다. 차이는 단 0.1퍼센트뿐이다. 이렇게 동일한 종은 포유류 중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53쪽)
정우현은 인종차별에 몹시 분개하고 있다. 특히 거인 세마학자와 생학자들이 앞다투어 인종차별을 뒷받침하고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판타레이를 쓴 민태기는, 계몽시대의 세마학자들은 야만의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모두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변명한다.
정우현은 이 변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세마라는 이름으로 올바름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사람은 올바름으로 나아가는가?
오직 신을 믿는 것으로?
2. 희귀병 유전자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무서운 질환들
로마제국(~476) - 동로마제국(~1453) - 신성로마제국(962 오토1세 ~ 1806 프란츠 2세)으로 연결된다. 신성로마제국은 볼테르의 말대로, 신성하지도 로마도 제국도 아니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7선제후가 뽑는 황제를 오래도록 독식해서 합스부르크 = 신성로마제국으로 인식된다. 스페인의 카를5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지만, 그 아들인 필리페 2세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아메리카의 왕이었다.
"16세기 초 막시밀리안 1세는 손자 카를 5세를 포르투갈의 이자벨 왕녀와 결혼시켜 이베리아 반도 전체를 수중에 넣었으며, 그다음 카를 5세의 동생인 페르디난트 1세를 헝가리 왕실과 결혼시켜 중부유럽을 차지했다. 이들은 곧 보헤미아와 이탈리아 대부분의 영토를 장악했다.
이 시기에 페루를 중심으로 한 잉카 제국을 포함, 신대륙마저 상당 부분 스페인의 영토가 되었다. 1521년 탐험가 마젤란 (1480~1521)에 의해 스페인 영토로 편입된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필리핀의 명칭은 카를 5세의 아들인 펠리페 2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불과 약 50년 만에 유럽 대륙의 절반을 포함해 세계 곳곳을 장악한 합스부르크 제국의 무기는 바로 결혼이었다.
“다른 이들은 전쟁을 하게 내버려두어라,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그대는 결혼을 하라!"라는 유명한 시구가 오랫동안 회자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중략) 이후 합스부르크 가문은 막대한 정치권력의 분산을 막고 왕족 혈통을 굳건히 지키고자 가까운 친인척 사이에서만 반복적으로 혼인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중략) 왕가의 계통에서 있었던 11건의 결혼 중 9건이 8촌 이내 사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도 이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사실 훨씬 전에 '미남왕'이라 불렸던 펠리페 1세의 아들 카를 5세는 이미 흉하게 튀어나온 턱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합스부르크 턱 Hapsburg jaw'이다. (중략) 잘생긴 펠리페 1세와 결혼한 후아나는 우울증 비슷한 정신질환이 있어 '카스티야의 광녀'라고도 불렸다. 그녀의 집안은 이미 오랜 기간 근친혼을 반복해온 전력이 있었다.
후아나는 증손자가 될 돈 카를로스Don Carlos de Austria(1545~1568)에게 광기를 물려주었다. 펠리페 2세의 후계자가 될 돈 카를로스는 흉골 기형에 척추가 굽은 신체장애가 있었을 뿐 아니라 정신병과 망상에도 시달렸다." (86~7쪽)
무통분만을 받아들인 빅토리아여왕을 보면 출산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알수 있다. 고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이를수도 있다. 무통분만을 하는것이 당연하고, 그것도 안된다면 제왕절개로 출산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 좋다.
"당시 클로로포름을 이용한 무통수술법을 시행하던 의사는 런던 소호에서 창궐했던 콜레라의 전파 원인을 밝혀내 훗날 '근대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되는 존 스노우(1813~1858)였다.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은 존 스노우를 왕궁으로 불러 무통분만을 집도하게 했다. 당시 클로로포름은 마취제로서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에 주치의들은 크게 반대했다. (중략) 여왕은 마취 효과에 크게 만족했고, 4년 후 아홉 번째 베아트리스 공주를 출산할 때도 클로로포름의 축복을 다시 한 번 누리게 된다.
무통분만은 여성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부류가 있었다. 출산의 고통은 원죄의 대가로 신이 이브에게 내린 징벌이기 때문에 이를 일부러 피하려는 시도는 어떤 것이라도 신의 섭리를 거역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비판한 종교계의 인사들이었다" (73쪽)
니꼴라이 2세 부부가 혈우병을 앓는 아들을 고치기 위해 애쓰다가 라스푸틴이라는 괴물을 받아들였고, 파탄에 빠진 러시아 제국이 결국 볼세비키혁명으로 무너졌다. 정우현은 볼세비키 혁명의 성공의 바탕에 혈우병이 있었고, 이것은 빅토리아 여왕이 뿌린 비극의 씨앗이라고 한다. 여왕의 자식이 혈우병의 인자를 가지고 있었으니 비극의 씨앗이었던 것만은 틀림없으나, 그것으로 러시아제국이 무너졌다고 보는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정우현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근거로 들면서 이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모든 책임을 유전자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런 식의 문장은 참이기가 어렵다. 학자라면 누구도 어느 한가지로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않는다, 도킨스도. 그런 생각이라면, 모든 것을 유전병 탓으로만 돌리는것도 스스로 돌아봐야할 일이다.
"(신승환은) 현대의 생명공학은 무엇보다 먼저 유전병이 발생하는 '원인'과 '작인'을 구별해야 한다 (중략) 유전질환은 유전자뿐 아니라 그것이 발현되는 환경조건에 따라 증상이 크게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화두가 되는 유전자 치료란 유전병이 생기는 수많은 요인을 유전자라는 단 하나의 개념으로만 환원시키는 극단 행위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잘못된 결과들의 모든 책임을 유전자 탓으로만 돌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전자는 일찍이 세계의 역사를 수없이 바꿔왔다. 그러나 유전자는 우리에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사룸life는 자신이 지닌 유전자로만 살아가고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므로, 사룸은 역사 속에서 형성되고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미래를 계획하고 하나하나 바꿔나가는 역동하는 존재이므로." (109쪽)
머리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책을 쓰는 이유를 분명히 해두는게 좋겠다.
1) 유전자결정론은 틀렸다
2) 세마가 아니라, 세마science를 해석하는 방식이 틀렸다
"검은 피부를 만드는 유전자, 정신지체를 유발하는 유전자, 유대인의 정체성을 만드는 유전자, 범죄 유전자, 동성애나 불륜, 그리고 암과 같은 퇴행성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까지, 나쁜 유전자는 늘 사람의 불안과 혐오의 대상이자 편견의 도구가 되어왔다. 유전자는 마치 우리의 인생을 옥죄는 올가미처럼, 벗어나기 힘든 숙명처럼 이해되었다. 그 뒤에는 세마science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잘못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나는 과거 우생학의 비극으로부터 현대의 유전자 치료담론까지, 우리가 유전자에 덧씌운 오해를 하나하나 벗겨내고자 했다. 무심코 믿어온 '유전자 결정론'이라는 견고한 신화를 최대한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해체하려고 노력했다. (중략) 유전자에 새겨진 것은 가능성이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 필연이 아니다.
(중략) 사람의 본성에 어떤 내재된 본질이나 발견되어야 할 보편의 사람됨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략) 나는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완성' 존재가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과정'의 존재임을 기억해달라고 책의 어딘가에서 말했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불안과 방황이야말로 사람다움의 증거라고 나는 믿는다. (중략)
세마science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차별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연대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유전자에 관한 사실 중 무언가가 잘못 전달되었다면, 그것은 세마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세마를 해석하는 방식이 틀렸기 때문이다." (373~4쪽)
3. 사나운 유전자
우리는 어떻게 사람이 되었을까
자연선택과 적자생존 중에서 어떤 말이 더 잘 풀어쓴 말일까? 자연선택에 의해 삶과 죽음이 결정되었다. 자연이 원인이 되어 알맞은 사룸이 살아가게 되었다. 원인과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둘중 어느 하나를 고를 필요가 없다. 적자생존이 원인이 되어 적자생존이 되었다고 이해하는것은 맞지 않다.
다정한 것에 대해서는 뭔가 생각이 필요하다. 정우현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 끼리끼리 모였을때는 다정하고, 먹이사냥을 할때는 사나워야한다. 그래야 살아남기에 좋을 것이다.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환경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 사룸life가 다른 라잎보다 더 잘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사용했지만, 사람들은 자연이 마치 의식있는 존재인 것처럼 특정 생명체를 능동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오해했다. (중략)
적자생존=서바이벌 업 더 피티슽이라는 용어는 진화론을 설명하기 위해 차용된 이후로 예기치 않게 많은 조롱을 받았다. (중략) '적자', 즉 '적합한 존재'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연선택이 일어날 때, (중략) '살아남는데 성공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식의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중략) 우리는 어떤 성질이 살아남기에 적합한지 미리 알 수 없다. 모든 사건이 끝난 다음에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중략) 다정함을 생태계 최고의 생존전략으로 꼽는다면 바보같은 판단이다. 다정해졌기 때문에 사람처럼 성공한 예는 아마도 인간이 유일할 것이다. (아니면 사람의 다정함에 동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개 정도를 추가할 수 있겠다.) 더구나 사람이 정말로 다정한지 깊이 따져보기 시작하면 할 말은 더 많아진다." (140쪽)dkd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