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남정현이 발표한 이야기, 미군에 의해 짓밟힌 이야기 '분지=똥의 땅'은, 조선*의 기관지인 조국통일에 그대로 실린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다까끼 마사오는, 우리 조상들이 36년 동안이나 흘린 피와 땀을 무상 3억$, 유상 2억$에 팔아넘긴다. 말도 안되는 이 짬짜미에 대해 대한국민의 저항이 심해지자 정권이 흔들린다. 그 위기를 돌파하는 꼼수의 하나가 바로 남정현의 이소설을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일이었다. 까불면, 빨갱이거나 간첩이다. 간첩이거나 빨갱이거나. 반공법 위반으로 떠들썩하게 포장한 이 사건은, 선고유예로 끝난다.
* 조선
: 북한이라고 부르지 않으려 한다.
통일도 더 바라지 않는다.
사이가 좋을수 없는 이웃나라인 조선과,
싸움이나 다툼을 줄이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랄뿐이다.
북한은,
버려지고 뒤떨어진
남한의 어느 조각같은 느낌의 이름이다.
조선은,
봉건시대에 머물러있는 나라의 이름이다.
버려진 조각보다는 어쩌면,
딱 적당한 이름이겠다.
경고구역_남정현
뭔가? 어느 빈구석에 놓여있다가 우연히 눈에 띈 이상한 물건. 현진건이나 김동인, 김유정이 죽고 난 이후의 이야기들을 써놓은듯하다. 해방 직후에서부터 70년대까지. 처참하기 이를데없고, 드러내놓고 지저분하다. 웃기다.
미군으로부터 버림받은 동생 순이는, 청춘이 모두 망가져 온몸이 비쩍 말라 매일 아프다.
그러다가 요강에다 용변을 볼때면 옷을 훌훌벗어버린다. 사람이 있든없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아내 숙이는 돌아다닌다. 어떨때는 사흘씩도 외박을 한다. 일이 없는 남편은 아내를 기다리다가 24k 손목시계를 맡기고 돈을 빌려 생활을 한다. 그런 아내가 손목시계를 사기쳐서 도망간 친구와 택시를 타고 사라져버린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집에 돌아오니 다행히 모두들 자고 있었다. (중략) 잘사는 사람들이 내다버린 무슨 폐품과 같은 꼴이었다. 목숨이 취하는 마지막 자세처럼 헝클어진 저 머리며 다리며 팔 등을 누가 주섬주섬 집어다가 시궁창에 버려도 괜찮은 존재만 같았다. (중략) 하지만 종수는 실망하지 않았다. 저렇게 다 죽은것 같다가도 도다시 일어나 준 예는 전에도 허다했으니 말이다. 즉, 부활하는 것이다. 예수는 죽어 삼일만에 부활했다고 뻥뻥대지만, 그러나 우리집 이 네식구는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과 같이 부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33쪽)
너는 뭐냐?_남정현
번역으로 돈을 마련할지도 모르는 관수의 아내는 위생관념이 철저한 사람이고, 식모는 연예인 지망생이다.
주인집 아이들은 라디오 드라마에 빠져산다.
관수는 라디오 드라마도 모르고, 연예인도 모르고, 위생관념에도 철저하지 못하다.
그는, 아내의 애인을 만나 멋진 남자가 되는법을 배우기위해, 아내로부터 4만환을 빌려서 양복을 맞추었는데,
애인도 만나지 못하고, 돈도 갚지를 못했다.
"현대인의 자격은 말이죠, 우선 금전거래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중략) 이런 경우 황송한 마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그저 고개나 푹 숙이고 아무말없이 옃방울 눈물이나 흘리고 앉았으면 일은 간단히 끝나고 말것을 (중략) 이 소설만 다 번역하면 그깐 돈 몇만환쯤은 문제도 아닌거야. (중략) 원, 사내대장부가 여인의 돈을 다 떼먹어!" (68~70쪽)
막되먹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뱉어내는 이야기들을 주워모은듯한, 밑바닥의 재미가 있다.
"삶의 기쁨을 천명하는 웃음이라기보다는 아직도 이런 쓸개빠진 자식의 생존을 허락하는 세상인심이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는 실소였다." (77쪽)
하여튼 재미있다. 60년대쯤을 이야기하는데, 21세기 중반의 생각으로 한다. 예스러우면서도 앞서있는 이야기라서 더 재미가 있다.
"나는 언제나 적당한 시기가 오면 당신과 나사이에서 받은 이 남편이라는 작위도 선선히 내놓을 생각을 가지고 있는거야." (78쪽)
나도 사람이니, 사람대접을 해라.
현장_남정현
밑바닥의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듯하다. 남자들의 무기력이 바닥을 뚫는다. 재즈가 점령한 정신문화, 군바리가 망치고 있는 민주정, 불륜이야기로 뒤덮인 사랑이야기. 병약한 무기력과 쫓겨난 무기력이 쌍으로 춤을 춘다. 무기력한 시대인 60년대를 어떻게 이겨왔을까? 현장에는 어떤 가능성도 없다. 좋은 싹이라고는 없다. 오직 하나 아무런 힘이 없을 마음하나는 있다. 어떤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k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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