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존재하지 않으니, 물고기를 버려야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막상 버리고 싶은 물고기가,
없다. 왜?
이곳에는 물고기를 찾으려는 두사람이 있다.
첫번째 사람은,
어린 시절 자기 몸으로 걸어 만든 지도와,
자기 손으로 수집해 학명을 익힌
꽃과 나무들을 가지고 있다.
그는 미리내에 있는 2천억개의 별들이
어떤 질서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5년 동안 열심히 배우고 관찰하여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물고기를 찾기 시작했고,
물고기의 20%에 이름을 붙여주는 사람이 되었다.
두번째 사람은,
먼지와 같은 삶과 사룸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세마방송의 작가로서 열심히 살지만,
스스로 멋있지 않다고 생각하여
삶을 포기하기도 했다.
마침내 사랑과 함께 삶의 뜻과
앞날을 모두 찾았지만,
7년만에 단 한번의 사고로
그 모든 것을 잃는다.
그래서 열심히 물고기를 찾아낸
첫번째 사람을 통해
잃어버린 삶의 뜻을 찾으러 다녔다.
열심히.
물고기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나의 삶을 받쳐야
비로소 물고기를 찾게 된다.
물고기를 찾은 후,
두사람의 삶은 확 달라진다.
왜 달라질까?
세마science는 직접 경험이다.
데이비드는 어느날부터
직접 경험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세마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세마활동을 멈추는 순간,
꽃 수집을 멈추는 순간,
별 바라보기를 잊어버리는 순간,
우리의 정신은 퇴보한다.
퇴보하는 정신으로
나아가는 세계를 바라보니,
제대로 바라볼수가 없다.
데이비드는 물고기를 버릴수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물고기보다 더 나쁜
미신을 믿게 되었다.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물고기를 찾아 헤매었다.
사랑이라는 물고기를 찾아 헤맸다.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가게 해줄 물고기를
직접 발로뛰어 찾아나섰다.
그리고 데이비드를 찾아서 드디어 버렸고,
세상의 사랑은 버리고
자기의 사랑을 찾았다.
두 사람이 걸어가는,
물고기를 찾는 삶의 길은,
직접경험이라는 세마의 길에서
갈라졌을 것이다.
모든 학문은 결국 윤리학 = 도덕으로 끝난다.
어떻게 살것인지와 반드시 연결된다.
신의 사다리를 믿든,
삶을 위해 머리를 버림으로써
더 놀라운 삶을 살아갈수 있게 된다는 것을
믿던 말이다.
마지막으로 깨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없다.
있다면,
티끌처럼 작고 보잘것 없으며,
언제 사라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들이,
끊임없이 세대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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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벗사메(글로 벗을 만들고, 벗으로 사람됨을 메우다)와 음성책모임에서 뽑은 책이 우연하게 겹쳤다.
Why fish don't exist
세마기자가 쓴 논픽션이라고 한다. 많이 알려진 책인지, 부천의 도서관에서는 빌릴수가 없다. 그리미는 답답했는지 한권을 샀고, 음성도서관에서 한권을 빌릴수가 있었다.
프롤로그
데이비드 스타 조단은 갑신정변부터 1차대전전까지 무려 29년동안이나 두 대학의 총장을 지낸 우생학자이며 세마학자로 80년을 살았다. 1858년 월리스의 종의 변화를 이야기했고, 1859년에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었으며,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 1883년에 우생학을 발표했다.
1) 닫힌계에서 무질서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늘어난다.
2) 무질서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힘을 써서 일해야한다. 에너지가 들어간다.
"열역학 제2법칙
똑똑한 사람은 이 진리를 받아들인다.
똑똑한 사람은 이 진리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는다." (16쪽)
사람들은 책을 사서 차례를 읽는다고 한다. 남들이 그런다고 해서 나도 몇번 그렇게 해봤지만, 순서에서는 어떤 실마리도 찾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책을 보려고 할때는 내용이 궁금했던 것이지, 어떤 제목을 붙였는지는 한번도 궁금하지 않았다. 얼른 본문으로 들어가야지 언제 제목을 보고 어설프게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있나? 이번에는 혹시 예외일까 싶어서 순서를 훑어 봤지만 또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심지어는 몇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마지막장이 라틴어인지 그리스어인지로 되었다는 것 말고는. 기계신이라고?
1. 별에 머리를 담근 소년
지도 그리기 - 꽃 수집하기 - 별자리를 보는 것 - 지식을 모으는 것. 이 모든 것이 다루기 어려운 열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식을 얻으려는 노력도 집착의 하나다. 5년 만에 별의 체계를 잡았다는 것을 보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집착이나 강박은 아니다. 별의 체계를 다 알게 되었다니 부러운 일이다.
뉴욕시는 뉴욕주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다. 뉴욕주의 주도는 뉴욕시가 아니라 애버니(?)다. 뉴욕주의 동쪽에는 메사추세츠주가 있고, 메사추세츠는 인디언 부족의 이름에서 따왔다. 메사추세츠의 보스턴시에는 MIT와 하바드가 있다. 메사추세츠에는 1620년 메이플라워호가 도착한 플리머스plymouth가 있다. 뉴욕주는 온타리오호와 이리호를 북서쪽에서 만난다. 온타리오호와 이리호는 나이아가라강으로 이어지는데, 높이 차가 있어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만든다. 온타리오호와 이리호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따로 운하를 뚫어야 했다.
"수십 년간 강박있는 수집가들과 상담해온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 Werner Muensterberger는 《수집 : 다루기 어려운 열정 Collecting : An Unruly Passion 》에서 수집 습관이 모종의 "박탈 혹은 상실 혹은 취약함이 발생한 후 급격히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새롭게 하나를 수집할 때마다 수집가에게는 폭발하는 도취감을 주는 "무한한 힘의 환상”이 흘러넘친다고 말했다." (31쪽)
2. 어느 섬의 선지자
멈출수 없는 깨어남 = 깨어나기 = 계몽은 멈출수 없는 삶과 같다. 삶과 깨어남은 멈추는 순간 죽음에 이르고 열린계와 하나가 된다. 그건 그렇다. 들여다보고 생각하기를 멈춰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당대의 믿음들에 만족한다면 계속해서 발전이 가로막히고 좌절되고 병든 상태로 남을 거라고 걱정했다. 그건 안 될 일이었다. 거기서 벗어날 방법, 계몽으로 나아갈 방법은 이 세계의 털가죽과 꽃잎과 조약돌들을 계속해서 더 세밀하게, 더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37쪽)
자연의 사다리 scala naturae를 완성하는 일은, 삶의 의미와 신의 계획을 드러내는 일이며, 앞으로의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를 밝혀주는 일이다. 그리고 도덕 =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생학도 도덕이고, 분류학도 결국은 도덕이라는 말이다.
3. 신이 없는 막간극
데이비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야기꾼의 이야기로 넘어온다.
아무 의미없다는 아버지의 허무주의. 많은 것을 알아감에 따라 즐겁게 제멋대로, 다른 사람을 잘 대해주면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알고보니 뜻은 없다. 커미=커다란 미리내=universe는 어떤 질서가 있다. 그런데, 지구는 혼돈이다. 뭔가 많다. 돌도 많고, 사룸도 많고, 사회도 많고, 일도 많다. 그래서 무질서해진다. 지구는 그렇다치더라도 지구는 커미의 한점의 한점의 한점인데, 커미는 질서잡혀있지 않나? 늘어나고, 모였다가 헤어지고,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것들 모두 질서가 있지 않나? 모르겠다.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었다. 혼돈이라는 막무가내인 힘의 거대한 소용돌이, 그것이라말로 우연히 우리를 만든 것이자 언제라도 우리를 파괴할 힘이라고 말이다." (55쪽)
이야기꾼은 동성애에 끌렸던 모양이다. 그런데, 사랑을 나누고 온 이야기꾼의 고백을 받은 남자친구의 이말은 무슨 뜻인가? 신성한 무언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신성한 무언가를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가 맞지 않나? 아, 신성한 결혼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당연히 결혼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는 신성한 무언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과는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65쪽)
글들이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세마 이야기를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는 사람이어서일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글들을 읽어나간다. 비결은 뭘까? 삶이 유지될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져 있다. 그리고, 매일같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함께 밥먹고 여행을 할 사람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 가장 암울한 날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비결, 신앙없이도 믿음을 갖는 비결말이다." (66쪽)
4. 꼬리를 좇다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정말로? 그렇게 타고난 모양이다.
"이미 지나간 불운에 대해서는 절대 근심하지 않는다" (80쪽) 이거는 고끄=고개가 끄덕여진다. 새로운 말을 만들어낼 때마다, 나도 만드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매우 기쁘다.
"새로운 이름을 하나씩 붙일때마다 믿을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다." (89쪽)
5.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이름붙이기 = 실재를 말로 표현하는 것 = 보편과 추상을 통해 소통하는 사피엔스 = 소통이 커질수록 더 큰 변화와 발전을 이룩한다.
이름붙이기는 실재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피엔스 모두가 고끄 = 고개를 끄덕일수 있어야 한다. 모고끄 = 보편. 지금의 실재를 모고끄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앞날의 실재에 대한 모고끄=보편도 필요하다. 앞날의 실재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떠올릴수밖에 없다. 떠올리는 것 = 뇌로 그려내는 것 = 추상이 필요하다. 앞날의 실재에 대한 고끄가 커지면서, 소통은 더욱 커져갔고, 마침내 사피엔스는 앞날을 만들어낼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박문호는 이러한 추상능력이 램프의 요정 지니라고 말한다. 추상의 소통을 통해 앞날의 실재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름붙이기가 안된 실재들은 무엇인가? 이름붙이기는 소통을 위한 사피엔스의 수단이다. 이름붙여지지 않은 것은, 소통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존재하되 소통과 엮여있지 않다. 희토류를 보라. 전자산업 세상이 펼쳐지기 이전에 희토류는 소통과 엮이지 않는 존재였다.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이름을 갖게 되었다. 소통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름은, 존재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생각들은, 이름붙이기에 지나치게 큰 뜻을 두거나, 이름붙이기를 쓸모없는 것으로 바라보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중략) 사람이 이름붙인 범주에 속하는 대상들 대부분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 (중략) 우리가 만물에 붙인 이름들은 잘못된 것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중략) 마녀는 화형을 당하는게 마땅한 존재들이었나?" (93~5쪽)
그런데, 아노말루스의 그림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서리가 없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다른 물고기과 그렇게 다르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왜 이 물고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을까? 이 물고기는 가짜일까? 이 가짜물고기에 자기 이름을 붙였다면, 데이비드는 자기는 학자도 총장도 아닌 그저그런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물리법칙에 어긋나고, 기하학이 무너지는 곳이 어디란 말인가?
많은 가족과 친구들을 잃고, 고기를 잡는 방법도 끔찍해지면서까지 데이비드는 물고기를 찾아 이름붙이기 = 수집하기에 빠져산다. 이름붙이기는 혀를 달콤하게 만들고, 혼돈한 세계에 질서를 주는 기쁨 = 신이 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믿기지는 않지만, 뭐 그럴수 있다.
6. 박살
1906년 4월 18일 진도 7.9, 47초의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수많은 물고기 표본병이 박살이 났고, 데이비드는 이름표를 표본에 직접 꿰매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리고, 살아남고 기억나는 표본들을 그 방법으로 이름표를 붙였다. 제인 스탠포드가 죽고 나면 더이사의 반대자가 없을줄 알았지만, 자연은 그의 30년 노력을 47초만에 박살내 버렸다. 그런데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는 일어설수 있었을까?
큰일은 아니다. 자연의 질서를 주는 이름표 수천개가 없어졌다고 해서 내 삶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나는 절박했다. 단순하게 말하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책에서, 망해버린 사명을 계속 밀고 나아가는 일을 정당하게 하는 그 정확한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 내게는 절박했다." (120쪽)
7. 파괴되지 않는 것
무지에 대해 즐겁게 말한 조르다노 브루노는 가톨릭 신부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멀쩡한 사람을 산탄젤로성에 7년동안이나 가두어 재판하고, 고문하고 죽여버리는, 무지는 죄악이다. 무지는 웃어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무지에서 벗어나려면 큰힘을 써야한다. 애꿎은 많은 사룸=life까지도 희생될수가 있다. 막아야 할 죄악이 바로, 무지다.
부르노는 삼위일체설과 성령잉태설도 부인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호의호식하는 가톨릭 신부들은 두려웠을 것이다. 무서웠으면 미안하다고 했으면 될일을, 거짓을 거짓으로 덮으려고 고문과 살인까지 저질렀다. 그 죄를 어떻게 씻으려고.
"(1600년) 지구가 한울=커미=cosmos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었다는 이유로 화형당한 천문학자 조르다노 브루노를 영웅으로 칭송했다. (중략)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 아무런 노동이나 수고없이도 습득할수 있으며,정신에 우울함이 스며들지 못하게 해주니 말이다." (125쪽)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신이 있고,
신의 바로 아래 자리에 사피엔스가 있고,
사피엔스가 지구를 비롯한
모든 커미universe=universo를 지배하길 원하는가?
지구라는 떠돌이별에
사피엔스만 80억이 득시글거리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오히려 힘들다.
내몸이 작은 먼지덩어리에서
이만큼 멋지게 커온 것만으로도
자랑스럽지 않은가?
무엇이 그리 허무하고 허망한가?
"세마science 세계관이 보여주는 것은
허망함뿐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
(중략/허무와 우울을 이기려면) 데이비드는 청교도답게
손을 게으름에서 벗어나게 하라고 권한다.
(중략) 그는 우리 몸이 일으키는 전기에
구원이 있다고 주장한다." (126~7쪽)
음성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이 가지는 외로움과 허망함은,
언제나 늘 매시간 나와 함께 있는 짝이 없을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룰루밀러도 데이비드도,
짝이 있을때는 힘들지 않았고,
짝이 없을때는 외롭고 허망했다.
답은 짝이다.
파괴되지 않는것은 사람의 의지인가? 답은 모르겠다.
* 커미 = 커다란 미리내 = universe = universo
* 한울 = 커다란 울타리 = universe = universo
* 세마 <= 세막 <= 셈막 <= 셈학 <= 셈을 하는 학문 = science = ciencia
8. 기만에 대하여
나를 믿는 것과 내밖의 무엇을 다스리는 것은, 다르다. 세상에 나와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받아들이면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했으나, 잘 안되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마음으로 조금 벗어나서 사는 것으로 거리두기는 잘하고 있다.
아닌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서 무리수가 두어진다.
"긍정착각지수가 높게 나올법한 이들 중 많은 수가 (중략) 바로 자기 손으로 혼돈을 통제할수 있다는 믿음이다. (중략) 그들은 자존감이 높기는 하지만 자존감에 대한 위협을 쉽게 느끼는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위험한 이들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150~1쪽)
9. 세상에서 가장 쓴 것
갑자기 장르가 바뀌고 있다. 어쨌든. 말이 많은 것에 찬성하는 편이다. 다만 말에 내용과 정보가 그득해야 한다. 그러면서 얇다면 더 좋은 일이다.
"그책이 그렇게 얇은 것은 로버트 커틀러가 미래에 주는 선물, 헛소리를 걸러내고 진실만을 담고자 한 그의 노력의 결과다." (168쪽)
세상에서 가장 쓴것. 스트리크닌 strychnine [ 위키백과 ] 1818년에 분리된 변비약 또는 독약. 알카로이드로 염기가 질소N를 포함한 화합물. 퀴닌(키나나무), 모르핀(양귀비), 코카인(코카나무), 니코틴(담배), 카페인(커피) 등 약제이며 마약. 분자식 : C21H22N2O2
데이비드 조단은 스트리크닌을 나무뿌리에 숨어있는 물고기를 잡는데 쓴다고 안내해주고 있다.
10. 진정한 공포의 공간
움직이는 힘을 스스로 버리고 바위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멍게나 따게비. 이들은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 뇌조차 없애버린다. 그러면, 뇌는 뭔가? 생각하기 위한 뇌인가 운동하기 위한 뇌인가? 자원을 배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뇌이고, 더이상 자원 배분이 필요없는 상태가 된다면, 뇌는 있어야 하는가? 뇌가 없다면, 차원이 낮은 사룸인가?
그의 도움에 힘입어 미국땅에 널리 보급된 단어, 우생학eugenics은 알만한 사람들의 실수인가, 세마에 대한 맹종이 불러온, 세마를 신처럼 받든 바보같은 짓이었는가? 그렇다면 태아의 유전자 검사 결과는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
"세월이 흐르는 내내 아오스타 마을은 계속 데이비드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는 그 마을이 루이 아가시가 동물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던, 바로 그 퇴화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염려했다. 데이비드는 멍게나 따개비 같은 한자리에 고착되어 살아가는 생물들이 한때는 물고기나 게처럼 더 높은 차원의 형태를 갖고 있었으나, 기생으로 자원을 획득해온 결과, 더 게으르고 더 약하고 더 단순하며 더 지능이 떨어지는 생명체로 “퇴화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더 넓게는, 어떤 식으로든 오래도록 한 생물에게 도움을 주면 그 결과 신체로나 인지능력이 쇠퇴하게 된다고 믿었다.
(중략) 자연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이 오해를 그는 '동물세계의 극빈자 상태'라고 불렀고, 아오스타에서도 바로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거라고, 아오스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새로운 사람의 종으로 퇴화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180쪽)
가난, 범죄, 문맹, 정신박약, 방탕함은 혈통인가 아닌가. '부적합자'와 '백치'들은 모두 자기 핏줄의 마지막 세대가 되어야 하는가, 그들이 선택할 문제다. 마지막 세대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1) 가난 : 사회안전망과 교육이 가난에서 벗어날수 있는 길이다. 혈통과는 관계가 없다.
2) 범죄 : 사회안전망과 교육이 범죄를 예방할수 있는 길이다. 혈통과는 관계가 없다.
3) 문맹 : 사회안전망과 교육이 문맹을 예방할수 있는 길이다. 혈통과는 관계가 없다.
4) 정신박약 : 유전자 검사로 미리 발견할수 있다. 부모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가?
5) 방탕 : 사회안전망과 교육이 방탕을 치료할수 있는 길이다. 혈통과는 관계가 없다.
동질성 말고 다양성, 새로움을 만드는 변이를, 우리는 정말로 좋아하는가, 아니 좋아할수 있는가? 우리는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공감하는 마음과 나와 비슷한 것들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비슷해야 친구도 될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것을 찾으려는 노력과 다양성을 찬양하는 것은 함께할수 있을까? 물론 있다. 변이가 새로움을 만들고, 새로움이 즐거움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햇님계는 닫힌 계지만, 지구는 햇님계에서 열려있다. 질서를 깨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나타난다. 햇님이 무려 50억년을 버텨왔지만, 앞으로 50억년 이내에 반드시 혼돈에 의해 파괴된다는 예측이다. 어머니인 지구는 그보다 훨씬 수명이 짧을 것이다.
"혼돈이,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기온 급변, 경쟁자, 약탈자, 해충의 침략 등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때 (중략) 동질성은 사형선고와 같다. 한종에서 돌연변이와 특이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도록 만들어 위험을 초래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의 거의 모든 장에서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187~8쪽)
사룸균이 없었다면 1%의 산소, 21%의 산소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광분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낸 이상한 세균이 지구에 태어났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박문호는 지구 사룸life의 시대를 pax ciaynobacteriana의 시대라고 말한다.
"사룸균=사룸life을 만드는 균=cyaonbacteria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중략) 이름조차 없었다. 1980년대 어느날,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상당량을 이 사룸균들이 생산한다는 사실을 세마학자들이 우연히 발견 (중략 / 다윈이) 지구의 수많은 사룸들의 순위를 정하지 말라고 그토록 뚜렷이 경고한 이유는 (중략) 사람의 지력으로 도저히 다 이해할수 없는 생태의 복잡성에 대한 조심스러움과 겸손함, 공경하는 마음" (189쪽)
정말 끔찍한 일이다. 세마인들은 겸손해야 한다. 자칫 이런 막되먹은 짓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지를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무서운 나라다. 아메리카는.
"멕시코와 이탈리아, 일본 이민자의 아들과 딸들 (중략) 미국정부는 1970년대초에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2500명 이상을 강제로 불임화했음을 인정했다. (중략) 1960년대와 70년대에 수백명의 흑인여성들을 찾아내 불임화했다. 그리고 당혹스럽게도 1933년과 1968년 사이 푸에르토리코 출신 여성중 약 3분의 1이 미국 정부에 의해 불임화되었다. (중략 / 불임화수술을 합법화한) 캐리벅 소송의 대법원 판결은 이후 한번도 뒤집히지 않았다.
(중략) 2017년 여름에는 테네시주의 샘 베닝필드라는 판사가 잡범들에게 불임화를 받는 대가로 수감형량을 줄여주겠다고 제안한 것이 드러났다. (중략) 골턴의 어리석음, 가난과 고통과 범죄가 혈통의 문제이며 칼로 잘라 사회에서 제거할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아메리카에서 우생학 이데올로기는 결코 죽지 않았다.
(중략) 미국 세마의 사원인 국립과학아카데미로 드렁가는 길목에 청동으로 새겨진 프랜시스 골턴이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주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조각상중 하나가 루이 아가시다. 흑인은 사람보다 낮은 종이라고 믿었던 루이 아가시 (중략)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집단을 몰살시킬 것을 촉구하며 전국을 누볐던 남자를 기리는 이름이 붙어있다. 바로 '조던 홀'이다." (195~7쪽)
11. 사다리
사람은 원숭이로부터 진화하지 않았다는 믿음이나 사람은 신에 의해, 신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에 창조되었다는 믿음. 그 믿음은 사랑스럽고 따스하다. 진리는, 혼돈스럽고 차가운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비록 어리석지만.
"자연의 사다리.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사람에 이르기까지,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 (중략) 생존하고 번성하는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무시하고 / 중략 / 조던이 사다리를 버리지 못한 이유는) 혼돈이었을 것이다. (중략) 눈부시고 가차없고 뚜렷한 진실.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을 흘낏 엿본 바로 그 느낌일 것이다.
그 사다리가 데이비드에게 준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 (중략) 어느 차원에서는 나 역시 그가 갈망한 것과 똑같은 것을 갈망했다." (203~7쪽)
12. 민들레
민들레는 예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사룸life에 높고 낮음은 없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수 있다. (중략) 그것이 민들레법칙이다. (중략)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려고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사룸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226~7쪽)
13.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시원하면서도 가슴 서늘한 이야기다.
1) 내가 믿고 있는 진리가, 엉터리 직관일수 있다.
2) 직관과 진실 중에서, 직관은 늘 받아들인다. 그러나, 진실을 받아들이기는, 그리 쉽지 않다.
3) 느낌이나 직관이 중요할 때가 있다. 그때, 그것들이 진실과 손을 맞잡은 직관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는 자기가 대적하기에 너무 센 적수를 상대하고 있는것 같다고 걱정스러워했다. 그 센 적수는 바로 직관이다. 그는 사람들이 결코 편안함을 진실과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략) 그것은 단순한 눈속임이 아니다. 그것은 적나라하고 엄연한 진실이다. (중략) 물고기를 잃은 잔인한 경험" (244~5쪽)
똑같은 수학문제를 보고도 풀이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도 저게 무슨 소리지? 직관으로 알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 안에 뭘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에는 고끄=agreement하기 어렵다. 우리는 닫힌계의 세포덩어리로 태어난다.
"자연계의 질서가 어쩌면 우리 안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는 괴상한 사실을 배우게 될 것이다. (중략) 질서를 만들어내는 어떤 메카니즘이 우리 안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중략) 누가 같은 부류에 속하고, 누가 서로 다른 부류에 속하며, 누가 제일 윗자리를 차지하는지 등을 판단하는 분류법 (중략) 그 질서가 진실임을 뜻하는건 아니다. 그저 그 질서가 유용하다는 뜻일뿐이다. 그 질서가 우리 사람종이 우리를 둘러싼 혼돈을 항해하는데 성공하고, 탐험할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수세대에 걸쳐 기여해왔다는 뜻이다." (245쪽)
사다리 말고, 민들레 말고, 신의 질서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만든 엉터리 정의 말고, 진짜 정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알리는 기쁨.
"그의 아픔을, 어느 정도는 고뇌를 느낄 그를 상상해보는 일 ... 그것은 나에게 경이로운 효과를 발휘했다. 그 상상은 무신론자에게는 가장 금기시되는 판타지로 내 피부를 콕콕 찔러댔다. 어찌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밖, 혼돈의 차가운 수학 속에 결국 일종의 커미의cosmic 정의가 존재한다는 판타지 말이다."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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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1930년대로 돌아가보자. 그때 우리가 평화운동을 한다고 하면, 데이비드를 우리 대열에 합류시키려 할까? 어떤 이유로든,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를 평화운동의 대열에 참여시키자. 그렇지만 그가 국제평화상을 받는 일은 없도록 막자.
"한 국가가 낳은 최고의 인재들을 파괴하는 일 (전쟁 / 중략) 다시 말해서 그는 자신의 우생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평화주의자가 된 것이다." (233쪽)
물고기를 포기한다는 것
1) 쉬운 무지에서 벗어나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
2) 혼돈을 정돈하는 틀은 갖되, 그틀을 부수는 모든 의문에 대해 잘 듣고 공부할 것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성소수자의 이야기다.
깨어남=계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실천한 세마학자조차 계몽에 이르지 못했다. 야만에서 벗어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지금도 깨어남=enlightenment가 필요하다. 깨어나기 위해 늘 힘써야 한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