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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서부여행

[ 헤이그_베이징 ] 소말리아 사람을 만난 것은 영광이었다_250116

마지막 날이라는게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긴 여행이 끝나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래전 기억을 못하기 때문이다. 사나흘 정도의 기억이 세게 남아있기 때문에 여행은 사나흘만 한것이고, 집으로 일찍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꿈이 아니지만, 꿈처럼 시간들이 흘러가 버렸다.

 

아침을 먹고 빈둥거리다가 
12시가 다 되어서 쿤스트 뮤지엄으로 갔다.

소말리아에서 온 그녀가 나를 태우러 왔다. 
소말리아는, 해적들의 나라다. 
 
그녀는 소말리아를 아는 내가 반가운 모양이다. 
물론 내가 소말리아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녀는 반가웠을 것이다. 

맘속에 그득한 해적이라는 이미지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밀쳐내는 나의 도덕은, 
생학philosophy에서 왔을까 
타고난 것일까?

짧은 순간의 흔들림에도 그리미는 멀미를 한다. 
사람이 파놓은 작은 호수를 건너 입구로 가는데, 
어라 입장료가 20유로라고. 

보지말자. 
3만원이라니. 

다시 호수를 건너와서 쿤스트뮤지엄의 정원을 
한바퀴 빙 돌았다. 
작은 조각들을 구경하며 
차갑지만 시원한 공기를 쐬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정원의 마지막 부분을 돌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 15유로(22,500원)는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5유로가 더해졌다. 
둘이 합해 10유로(15,000원). 

10유로가 과연 내가 쿤스트뮤지엄을 거부할 
이유가 될수 있을까? 

40유로(6만원)이 아니었다. 
받아들인 것과 차이가 나는 것은, 
10유로다. 

더 지불할수 있지 않나? 
그러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제서야 그리미가 말한다. 
입장료가 6만원이라고 해서 
미술관 구경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돼. 

그런데, 왜 말하지 않았어?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설득이 안되잖아. 
뒷말도 많을 것이고. 

흔들린 것은 나뿐이었다. 

 

빛이 나에게 달려온다. 빛은 커미의 공간으로 균일하게 퍼져나가는데, 나에게 달려오는 빛만을 볼 수 있다.

가로등 불빛이 수면위를 굵은 선으로 달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