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도바까지는 1시간 40분. 날씨가 안개가 끼어 스산하게 좋다. 좁은 주차장을 곡예하듯 빠져나와서 고속도로를 달린다. 쫘악 뻗은 직선도로는 없다. 어디를 가나 고속도로가 있지만, 그 도로들 모두 S자를 유연하게 그리며 뱀처럼 뻗어나간다. 알카사르 공용주차장에 차를 댔다. 6유로 50.
날이 갠다. 아침에 죽을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코르도바 알카사르를 한바퀴 돌고 나서 벤치에 앉아 김치볶음밥을 먹는다. 도시락통에 담겨진 우리의 맛이 따뜻하고 고소하다.
가자. 먹었으니 걸어야지. 작은 도시다. 이곳을 여행한 유튜버들의 영상에 끌려 휴식시간을 반납하고 왔다. 잘 왔다. 이동시간까지 포함해서 6시간이면 모든 궁금증이 풀린다. 깔끔하다.
로마다리 위에서 스페인의 처녀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치즈 대신에 김치를 가르쳐주고 여러가지 자세를 요구했다. 잠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작은 골목들을 구경하며 지나다가 코르도바 대성당을 들어간다. 입장료 13.5유로(2만원). 그동안 공짜구경만 하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입장료를 낸다. 성당은 성당일 뿐이다. 모스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성당과 모스크를 모두 볼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래위 2단의 아치는 높이를 높이기 위한 것인지 멋을 위한 것인지. 멋을 위한 것이라면 실패다. 오히려 혼란스럽다.
제단주변의 화려함은, 모스크의 화려함 위에, 나무 조각 또는 돌조각을 덧입힌 어울림이 좋았다. 섞어도 이렇게 섞으면 새로운 문화다.
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