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3시간 넘게 해서인지 모든 것이 귀찮아서 씻고 잤다. 8시가 넘어서야 일어날수 있었다. 아침을 먹으며 뭉그적거렸다. 남은 소스들을 버리기로 했다. 감격하며 먹었던 바질페스토도. 먹을만큼 먹었던 모양이다.
리스본행 기차를 타자마자 그리미는 잠에 떨어진다. 쏟아지는 햇빛을 견디기 어렵다. 18도. 실내는 20도가 훌쩍 넘는다. 옷을 너무 두껍게 입었다.
기름값은 스페인이 훨씬 저렴했다. 포르투갈 1.8유로 스페인 1.6유로. 스페인 국경 근처까지 쉼없이 달려와서 목적지 50km를 남기고 1.51유로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 반납할때 약간 간당간당했지만 그 정도는 봐줄만한지 넘어간다. 공항까지는 무료 셔틀이 있지만 기차역은 볼트나 우버를 이용해 달란다. 외곽이라서 볼트가 비쌀줄 알았더니 6유로(9천원)이다.
우리도 볼트나 우버시스템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시스템이 벌어가는 것은 제한하고, 누구나 차를 가지고 이동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다면, 밤이고 낮이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특히 이동거리와 시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므로 바가지를 쓸 염려도 없다. 시골에는 택시가 없고, 왕복요금을 받으니 비싸다. 15분 거리를 3만원이나 주고 타야한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개인택시업자? 시민이 10만명이면 개인택시업자는 천명도 안된다.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펴야 하는가?
세비야는 옅은 안개로 스페인광장과 루이사 공원을 보여준다. 환해도 좋고, 어스름해도 좋다. 어스름하니 옛생각이 난다. 추운 가을날 엄마 없는 학교를 향해 걸어가던 어린 내가 늘 보인다.
멀리 포르투갈이 보이면서 푸른 하늘이 드러난다. 산악기후가 해양기후로 바뀌면서 강렬한 햇님을 맞이한다. 기차시간과 플랫폼을 다시 확인하고, 시간이 남아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주말 대낮부터 맥주잔치를 벌이고 있다. 스파게티와 돼지고기 덮밥을 시켰다. 먹을만했다. 맥주한 병까지 25유로로 파루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한다. 나이드신 주인장은 우리의 주문을 받자 요리복으로 가라입고 천천히 만들기 시작한다. 우리가 시간이 많아 보이는 모양이다. 바깥은 시끄럽고 담배연기로 자욱하고, 안은 지긋한 요리사의 느긋한 손놀림과 고소한 치즈녹는 냄새로 가득하다.
배가 너무 부르지만, 우리가 잘 먹는지 계속 확인하는 그를 보니 도저히 남길수가 없다. 열심히 전부 먹었다. 잘 소화시킬수 있을지 모르겠다.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달콤한 떡을 디저트로 내어주신다. 좋아요.
4번 승강장에 기차가 한대 서있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기차번호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도대체 뭘보고 672 기차인지를 확인하라는 것일까? 할수없이 승객으로 보이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맞단다. 일단 타자. 그리고 짐을 보관하는 곳에다가 우리의 트렁크를 올렸다. 지금까지처럼 아무일도 없기를 기대하면서.
열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올때는 편안하게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등석 열차칸이 왜 이러지? 와이파이 신호도 매우 약하다. 데이터가 많이 남았으니, 그것을 이용하자. 약간 졸리는듯 하다. 푹 자고 일어났더니 조금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2시간 반을 운전하고, 3시간 반을 기차를 타고 있으니, 오늘은 6시간째 이동이다.
리스보아 오리엔테까지 가려다가 생각해보니 4.25 다리를 건넌다면, 중간에 서는 역 아무곳에서나 내리면 된다. 오히려 시간이 절약된다. 나머지 기차표는 버린다. enter campo 역에서 내렸다. 볼트로 5유로다. 여자기사분이 능숙한 솜씨로 리스본의 좁은 골목길을 누비다가 정확하게 집앞에 내려준다. 팁을 1유로 드렸다.
오래된 집의 내부를 수리해서 에비로 내놓았다. 네사람이 쓰면 좋은 크기다. 1박 9만원(2사람). 목이 말랐는데, 물을 한병 가져다 놓았다. 초코렛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둘침대는 집안쪽에 있어서 문앞보다는 따뜻하다. 게다가 밖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건희석렬이가 잡혀가지 않은 모양이다. 민주정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기가 느껴진다. 아직 일주일이 남았으니 그 안에 잡혀가리라.
편하게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