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3시에서 4시 사이에 눈이 떠졌는데, 시차 적응이 되었는지, 5시간 넘어서야 정신이 약간 돌아오고, 6기가 되어서야 눈을 뜰수 있었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짐을 챙긴 다음에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어제 누룽지를 먹었으니, 오늘은 라면과 어제 남은 빵과 귤 2개.
숭늉으로 마실물을 준비한 다음에 커피물을 올리고, 라면을 끓일 준비를 했다. 배가 고플수도 있으니 라면 2개를 끓였다.
설겆이를 해놓고, 짐을 거의 다 싸놓은 다음에 에라스무스의 집으로 출발한다.
위키백과를 아무리 뒤져도 에라스무스는 이곳 안데르레히트에 산적이 없는데,
이곳에서 약초를 키우고 살았으며, 그의 후손들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성당에서 열심히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 아이들 중에도 건희석렬이처럼 혼나는 아이가 있었다.
내가 봐도 노래와 춤이 길고도 어려웠다.
그 아이가 잘 크려면 한번 꼭 안아줘야 하는데,
브뤼셀의 선생님들은 냉정하고 단호하다.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2.2km 거리에 있는 에라스무스 하우스는 그냥 작은 집이다.
10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우리는 겉만 보았다.
직원들이 와서 사진을 찍어 줬는데,
열심히 찍어주었지만, 대충 찍은 것과 작품이었다.
의도가 좋다고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에라스무스는 가톨릭의 부패를 맵게 지적했지만, 가톨릭을 버리지는 않았다.
1517년에 대자보를 붙여 종교개혁의 시동을 건 루터가 에라스무스에게 함께할 것을 요청했지만,
그는 그의 길을 갔다.
양쪽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너의 입장이 뭐냐고.
에라스무스는 답한다.
평화와 자유의지라고.
평화는 당연하고,
에라스무스는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신앞에서도 자유의지가 있음을 믿었다.
루터는, 그에게 이교도라고 비난했다.
신앞에서 어떻게 자유의지가 있을수 있느냐며.
루터의 길과 에라스무스의 길 중에서 어느길을 갈 것인가?
숙소에 다시 돌아온 시간은 10시 14분이다.
브뤼셀공항은 작으니까,
11시에 숙소를 떠나려고 했다가
조금 일찍 가자는 생각에 10시 4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우리의 비행기는 브뤼셀항공 14시 10분 비행기다.
공항에 가면 샌드위치가 비쌀테니 이곳에서 샌드위치를 사가기로 했다.
네덜란드어와 독일어, 아주 작은 영어로 쓰인 메뉴판을 보며 주문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한참이 걸려 닭고기와 바질 샌드위치 큰것 2개를 주문했다.
엄청 크다. 괜히 두개나 주문했나?
그것도 큰것으로.
브뤼셀 미디역에 도착했는데,
KLM과 에어프랑스의 짐 부치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브뤼셀항공이라 아닌것 같은데,
직원이 모두 가능하다며 들어오란다.
오, 고마워.
여권을 받아 한참을 해보더니,
안된단다.
이런,,,,,,
게다가 직원은 서두르란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그러면서 친절을 베푼다고 기차시간표를 알아봐 준단다.
기차역에 들어서면서 공항가는 열차와 시간, 플랫폼까지 다 알아두었다.
그녀의 친절에 거절을 못하고 잠시 서있는데,
헤매는 느낌이다.
내가 다 아니까 알아서 가겠다고 했더니,
못미더워하는 표정으로, 그러란다.
7번 승강장 앞으로 가고 있는데,
에어프랑스의 그녀가 뛰어오더니
7번 승강장으로 가라고 한다.
알았다고,
고맙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간은 없었지만.
이제 시간은 10분이 남았고,
나는 아직 표를 끊지 않았다.
승강장에 두명이 있었다.
어디에서 표를 사냐고 물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올라온 곳과는 다른 아래다.
만일 원한다면 자기가 함께 가주겠단다.
좋아요.
그리미에게 카드를 받아 그녀와 함께 지하광장으로 내려갔다.
놀랍게도,
표를 파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당황했지만,
젊은 그녀는 흔들림이 없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다시 승강장으로 돌아가며
스마트폰으로 사자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지나가던 직원에게 묻는다.
어디에 자판기가 있느냐.
답을 들은 그녀는 나에게 가자고 한다.
나는,
지금 3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기차 놓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4분 남았다며,
표를 끊으러 가잔다.
자판기는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열심히 눌렀다.
그녀의 지시대로.
그리고 표가 출력되어 나왔다.
이제 1분 남았다.
승강장에 남아있던 그녀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차가 출발하려고 한단다.
그녀가 뛰었다.
나도 뒤따라 뛰었다.
산책할때, 추울까봐 두겹 세겹 껴입은 옷들이 너무 무거웠고,
계단을 뛰어 오르는데,
숨이 차오른다.
땀이 흐른다.
기차가 출발했으면, 다음 기차를 타면 되는데,
에어프랑스의 그 아가씨는 서두르라고.
2시간은 필요하다고 해서,
반드시 이 기차를 타야했다.
계단 위에서 그리미가 외친다.
“서둘러, 어서 빨리 -“
그녀는 더 빨리 뛰고, 나도 뛰었다.
캐리어를 들어올리고,
마지막 한발을 들어올리자,
열차의 문이 닫힌다.
해냈다 -
너무 고마웠다.
끝까지 침착했던 그녀가.
그리미와 한참을 이야기하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땀을 식히다가
준비해 온 숭늉을 마시고,
나머지를 버리기로 했다.
출국 수속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물을 버리면서,
옆칸에 그녀가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생각해보니,
배낭에 커다란 샌드위치 2개가 있었다.
하나를 그녀에게 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다시 가서,
괜찮다면 이 샌드위치를 받아달라고 했다.
그녀는 여전히 느긋하게 웃으며,
당신에게 필요한 샌드위치 아니냐고 묻는다.
나는 하나 더 가지고 있으니 걱정말고 받으라고 했다.
그때에야 비로소 웃으며 하나를 받아든다.
한번더 고마움을 표시하고,
우리 칸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그녀의 이름을 묻지 못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기차는 12시 3분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려,
첫번째 엘리베이터는 빨리 탔는데,
또 하나의 엘리베이터가 있다.
사람이 너무 많다.
아, 어쩌나?
에스컬레이터로 가자.
에스컬레이터는 잘 나가는듯 싶더니
누군가가 앞을 가로 막는다.
갈곳을 모르는 모양이다.
시간이 없다.
옆으로 돌아서 올라갔다.
브뤼셀항공은,
국적기답게 제일 가까운 5번 수속장에 있었다.
사람이 많았는데,
뭘 잘못 알고 줄을 선 사람들인지,
안내원이 다른 곳으로 보낸다.
우리 앞에는 가족여행객 두팀, 허리가 구부러진 노인들을 포함해 14명이 있었다.
그들이 빠지고 나니 우리 수속이 더욱 빨라진다.
12시 35분에 표를 받았다.
끝.
결국 내 계산이 맞았다.
2시간이면 충분한 시간이었고,
11시에 숙소에서 나왔어도
비행기를 타는데,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10분이 지연된다는 안내가 떴다.
신난다.
벨기에 맥주를 먹지 못했다.
여기에서 먹자.
500cc 2잔을 시켜서
샌드위치 안주에 배부르게 잘 먹었다.
비행기에 오르니,
비상구 좌석이다.
비상구 앞으로 좌석을 지정하기는 했지만,
설마 이렇게 좋은 자리인지는 몰랐다.
우리 앞에 한 사람은 더 앉아도 될 정도로 넓다.
술도 깰겸 공항에서 마시지 못한 커피를 주문했다.
무료인줄 알았더니,
한잔에 3유로란다.
좋아.
Sygic 앱을 다운받았다.
페이스북으로 로그인하고,
포르투갈의 지도를 다운받았다.
스페인은 세비야 지역의 지도를 다운받았다.
시험을 해보니 잘 작동한다.
1년에 16유로,
6개월에 15유로라고 한다.
포르투에서 사용해 본 다음에 괜찮으면,
사야겠다.
샌드위치 2개에 13유로인데,
1년 쓰는 네비가 16유로라면 비싼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1유로를 천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계산하려니 스트레스 받는다.
어차피 써야할 돈이라면, 편하게 쓰자.
브뤠셀항공의 비행기는 시원하게 이륙한다.
짐을 찾는데까지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밖으로 나가야 차를 빌릴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어떻게 된일일까?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서 다른 렌트카 회사에 물어봤다. 이 회사가 어디에 있냐고?
공항밖으로 나가서 원형교차로 round-about까지 가면 있다고 한다.
우산을 펴들고 교차로까지 갔더니 비로소 이상하게 생긴 문자로 cael이 써있다.
휴, 다행이다.
차량 빌리기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마지막에 보증금이 필요한데, 운전자 명의의 신용카드가 필요하단다.
헐, 이건 또 뭐야?
현금도 안되고, 운전자를 교체해도 안되고, 변경도 안되고, 취소도 안되고, 뭐 이런 경우가 다있지?
열심히 렌트계약조항을 읽으니, 신용카드 실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빼박이다.
어쩔수 없이 완전면책보험을 다시 한번 들었다.
차를 빌려도 한번도 보험을 든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환갑기념으로 보험을 들었다가 이런 낭패를 보았다.
생각해보니 내 카드를 가져왔어도 해외결제가 안되도록 막아둔 카드라서
이 문제에서 벗어날수 없었을 것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피아트 500을 받아서 점검을 한다. 수동기어이고, 예쁜 차다. 하이브리드다. 잘 나간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거의 2시간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잘 찾았다. 주차장도 여유가 있다.
주인장 내외분은 모두 친절하다.
방은 사진과 똑같았다. 그런데, 화장실이 공용이다. 자물쇠도 없다.
부엌의 상태는 더 좋지 않았다. 행주가 지저분하다.
뭘 생각하며 예약을 했는지 모르겠다.
배고프다고 하니, 쌀밥에 붉은콩으로 만든 소스를 부어준다. 그냥 먹을만하다.
토마토와 아보카도를 잘라 주며 먹으라고 한다.
접시도 예쁜 것을 가져다주고.
계속해서 말을 시키는데, 알아듣기가 어렵다. 눈치로 대충 듣고 하고 싶은 말을 해주었다.
창고에 가서 수건과 베게커버를 가져다가 잠잘 준비를 했다.
와이파이가 없다.
이곳에서 3박을 해야 하는데, 어쩌나??
앗, 휴대폰이 없어졌다. 설마?
한참을 찾다가 보니 담요밑에 들어가 있었다. 아까 이불을 정리할때 들어간 모양이다.
도대체 뭘 잘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사진만 확인하고 세부내용은 확인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쉽다.
내일부터 돌아다니며 볼 수 있는 곳을 봐야겠다.
아침부터 전쟁을 치렀기에 졸리다.
난방기 소리가 시끄러워서 끄고 잤더니
새벽녘에 찬기운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다시 난방기를 켰다.
오늘 아침에 유럽에 온지 5일만에 맑은 조각하늘을 처음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