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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아내와의 하루

기다리던 방학이 왔는데도,

서로의 일로 함께 하지 못했다.


29일 목요일 아침,

따뜻하게 차려입고,

햇볕이 따사로운 시간을 골라 집을 나선다.



상가 피자집에서 천재아들 방학파티에 쓸

피자를 맞춰서 학교에 보내 놓고,

은행에 들려 지갑을 채운다.

별로 쓸데는 없지만 빈지갑은 왠지 쓸쓸하다.


바람이 그다지 세지 않아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한쪽은 아파트 한쪽은 오래된 주택단지가 마주선 길을 따라

10여분을 내려가면 산자락에 도서관이 나타난다.

지난번 빌렸다가 잃어버린 책을 어제 사 두었는데,

오늘 반납을 한다.



반납을 끝내고 도서관에 온 기념으로 나란히 앉아서

책을 본다.

무일은 자전거 여행기,

그리미는 톨스토이의 부활.

신나게 읽고 있는데,

눈이 아프단다. 공기도 좋지 않고.


자전거 여행을 다룬 책 두 권과

제주여행을 다룬 책 한 권을 빌려서 들고,

다시 산책을 한다.



집 가까이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하니브래드를 시켜 놓고

별 이야기 없이 또 앉아 있다.


빵도 에스프레소도 향과 맛이 좋다.

우주신을 불러 내어 빵과 핫초코를 사 주고

들여 보냈다.


실컷 여유를 즐기고 일어서기 직전

갑자기 뜨게질을 하고 싶다는 그리미의 뜻대로

시장통으로 향한다.


폴라형 조끼를 뜨기 위해

두군데의 실집을 거쳐

원하던 실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산책길에 우연히 탁구장 개관 광고지를 보았다.

실집 가까이에 탁구장이 있기에

내년 1월 중순부터 한 달간 매우 특별한 가격인

1인당 5만원에 교습을 받기로 하고 

세 사람의 교육비를 지불했다.

그리고 삼십분 남짓 땀이 흐를듯 말듯 할 때까지 탁구를 쳤다.


더운 몸으로 차가운 저녁 바람을 견뎌내며

정말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한다.

무일은 설거지를 하고,

그리미는 연어 샐러드를 준비한다.


때마침 일찍 돌아온 천재아들까지

네식구 모두 식탁에 둘러 앉아 저녁을 먹는다.


참 오랜만에 길고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