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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사람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만으로도 와아하다_240428

이재호 김세진 열사의 추모식이 열렸다.

 

6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친구 세진이의 어머니는 꼿꼿하시다.
젊은 우리들을 존경하신단다.

나는 어머니를 잘 몰라서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다.
친구들과 함께 쓴 편지를 읽어 드리고 
그 편지를 드리면서 따로 인사를 드렸다.

친구들의 편지가 너무 고맙다며 
내 손을 꼭 잡으신다.

재욱이와 동생들이 왔다는데,
나는 또 재욱이의 동생들을 잘 모른다.

그래도 잘못했다.
한명 한명 이름을 물어봐주고, 
손도 잡아줬어야 하는데 말이다.

5월에는 꼭 그렇게 해야겠다.

세진이 어머니는,

세진이와 재호가 바라던 아름다운 나라가 
이제 곧 잡힐듯 했는데,

무도한 정권이 들어서서 
다시 현실을 어둡게 만들어 가고 있다며 
한탄하신다.

그래도 새날을 만드는 대열에 
젊은 우리와 함께 하시겠단다.

우리에게 아직은 
편안한 날이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학생 대표로 축사를 나온 학생이 
24학번이다.

아, 24학번이라니. 올해가 24년도인데.

그래, 어쩌면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정치 영역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올 필요가 없다.

학생들은 이미 
학생들의 대표가 필요없는 시대가 되었다.

83학번 성악과 박해성(?)의 노래와 
여러 공연들이 이어졌다.

맞아, 
추도식이라고 해서 가슴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우울할 필요가 없다.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하고, 
백일장도 하고, 그림도 그려야 한다.

정치 다음의 더 높은 영역은, 
함께 즐기는 문화의 영역이다.

김세진 이재호 추모식이 아니라
세호문화제를 열고,
그 안에서 추모식을 하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잘 하고 있다.

어머님과 재욱이와 함께 
두 친구의 회갑잔치를 하고,

민주주의의 길을 걸었다.
정말 좋은 세상이 되어서 기쁘다.

등나무 벤치가 아름다워 잠시 들렀는데,
쓰레기가 많다.

민주주의는 생활의 교양도 높이는데,
시간이 좀더 필요한 모양이다.

재떨이 주변에는,
담배꽁초가 너무 많아서
아예 빗자루를 들어 쓸었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 -

사람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조금씩 나아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