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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떠나려 하는데 동네에 정이 든것을 알았다_240429

부천 괴안동으로 이사온 가장 큰 이유는,

오래된 이 아파트가 언젠가는 깨끗하게 재건축되어

멋지게 살거나 비싼값으로 팔아서 노후자금을 마련할수 있을 것으로 믿어서다.

 

 

꼭 23년만에 그 모든 꿈은 사라졌고, 이제는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떠나야 한다는 생각의 한편에 이곳이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 말에 8천만원 전세집을 구해 부천생활을 시작했고,

2002년에 재건축을 기대하며, 오래되어 값이 싼 31평 아파트를 1억 6천에 사서 이사했고,

2010년에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3억 3천을 주고 40평 아파트를 사서 이사했다.

 

빚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서

빚내기를 두려워하여 저축한 돈이 없으면 집을 옮기지 않았다.

 

 

지금은 서울로 들어가야할 필요가 생겼는데,

아파트도 팔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시도도 하지 못하고 있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서 아파트를 처분할수 있게 되면,

그때 서울에 가서 전세 또는 월세로 거주할 생각을 갖고 있다.

 

18년전에는 재건축을 바라보고 아파트를 샀는데,

지금 재건축을 반대하는 이유는, 아주 분명하다.

지금 아파트를 계속 유지관리하며 사는데는 돈이 한푼도 들지 않거나

수리비용(요즘은 수리비용도 1억 가까이 든다고 해서 손도 대지 않는다)만 들이면 된다.

 

그런데, 재건축을 하면 부담금을 3~5억원 내외로 내야한다고 하니 끔찍한 노릇이다.

평당 건축비 2천만원 x 30평 = 6억원이니까.

3억원을 내고 완공이 되어 집을 매매하고 원하는 곳으로 이사할수 있다면 다행인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매매는 불가능할 것이다.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누가 사줄 수 있을까.

 

우리 동네는 아파트인데도 이웃끼리 인사도 나누고

서로 먹을것도 나눠먹기도 한다.

 

아직 사람을 초청해서 식사대접을 한 경우는 없지만,

아래 윗집 문제가 생겨도 서로 배려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심지어는 총선 선거운동도 서로 편하게 할수 있을 정도다.

 

고속도로가 잘 깔려있고,

서울과 붙어있어 60분 내로 서울 중심부의 문화 예술시설 어디든 접근할수 있다.

솜씨좋은 기술자들이 차도 잘 고쳐주고,

시장도 여러곳에 있어서 10% 할인을 받는 지역화폐가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주변에 대형 단지들도 많아서 온갖 편의시설이 15분내로 접근 가능하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다.

언제나처럼 쓰레기를 주울 아무런 준비없이 -

재개발을 하지 못하는 부천의 오래된 우리 동네는,
음식도 여러가지 팔고, 가격도 싸다.

게다가 요즘 사람 눈높이에 맞추느라
음식도 실내도 깨끗하다.

가족들이 식사하는 모습이 식당마다 가득하다.

2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들이

맛있는 음식과 저렴한 가격으로 잘 버텨주고 있고,

망하는 식당들을 뒤이어 새로운 식당들도 속속 들어서서

절대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새삼 우리동네가 좋다.

동네 한바퀴를 돌며 쓰레기를 주워서
문가에 내어놓은 쓰레기 봉지에 집어넣는다.

버려진 담배꽁초가 많으니
담배피는 사람들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담배를 피우더라도 깨끗하게 피우자.

좋은 생각, 좋은말 , 좋은 행동은
사람에게는 좀 어려운 일이다.
조금씩 나아지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