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은 벌레들을 퇴치할 방법을 찾느라 우왕좌왕했다. 벌레들은 방에는 있지 않은데, 출입문의 아래 틈새로 따뜻한 방안을 향해 침투한다. 그래서 방문 아래틈을 발받침과 휴지등으로 틀어막았더니 들어오지 못한다. 그래도 밤새 강풍이 몰아치고, 수탉이 울고, 지프차가 다니는 생활소음을 막지 못했다.
어제밤부터 물놀이 오카리나 연습을 하느라 시간가는줄 모른다. 더 많이 하고 싶은데, 작은방이라 그리미가 고통스러운 모양이다. 총 5줄을 연습하고 멈추었다. 적당하게 적절한 확률로 멈춰야 한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바투르산 잘란 잘란을 간다. 잘란잘란은 산책하다라는 킨타마니 사람들의 인사다. 비상식량을 빵과 물 2병을 챙기고, 우비 2벌과 우산 하나를 챙기고 길을 나섰다. 어제부터 인사를 튼 마을주민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며, 산으로 간다. 잘란 잘란을 잘다녀오라며 길안내를 해준다. 그때까지는 문제없었다.
구글맵은 틀렸다. 없어진 길들로만 안내한다. 마을사람들의 안내가 없어지 높은 산길에서 몇번이나 길을 되돌아 왔는데도, 제대로된 등산로를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무족건 포장도로를 따라 크게 돌아가는 길이 올바른 길인 모양이다. 오늘은 실패다. 실패하면서 산중턱에서 돼지를 키우며 파농사를 짓는 농장을 지났다. 참 열심히 가꾼 농장이다.
농장에서 길을 찾지 못한 사이에 - 길이 없어졌으니, 찾지 못할수밖에, 갑자기 몰아닥친 먹장구름에서 사나운 소나기를 퍼붓는다. 24도라고는 하지만 언덕을 오르느라 더웠는데, 순식간에 시원해진다. 준비해온 우비를 입고도 운동화와 바지는 비에 흠뻑 젖었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 내려오다가 올라가며 만나 어린 꼬마애가 생각이 난다. Hello와 Good morning으로 나와 소통하려 했다. 온가족이 나와서 소녀의 용기를 응원했다. 아, 정말 천국이 따로 없구나. 이렇게 사랑을 주고받을수 있다니. 커피 한잔 같이 하자고 했는데, 바투르산을 오를 생각에 거절한 것이 몹시 아쉽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들과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렸으면, 틀림없이 길도 제대로 찾고 비도 피할수 있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워터파크를 갔다. 발리인은 5천원, 관광객은 3만원이란다. 훌륭하다. 그래야지. 바투르 호수를 이용한 워터파크인데, 우리는 그냥 돌아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온천수영장을 채워서 그리미 수영연습을 했다. 우붓의 수영장이 너무 깊어서 연습을 못했는데, 이곳은 물도 천연온천수라 깨끗하고 따뜻하다. 90분 가까이 수영연습을 해서 드디어 혼자서도 물장구를 치며 앞으로 나아갈수 있게 되었다. 훌륭하다.
샤워도 필요없이 몸의 물만 닦아내고 침대에 드러누워 일정도 짜고 휴식도 취하고 듀오링고도 하고 잠도 잤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저녁시간. 일부러 4시 반에 저녁을 달라고 했다. 일찍 먹고 일찍 소화시킨 뒤에 일찍 잘 계획이다. 구운 생선(5천원)과 나시고랭, 감자튀김을 보드카 한잔과 함께 먹고 마셨다. 즐겁다.
주인장께 다시 온천물을 받아달라고 해서 비오는 저녁 수영을 한다. 1717m의 바투르산이 동네뒷산처럼 여겨지는 멋진 수영장이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이곳에 오면서 별들이 쏟아질것을 기대했지만, 우기의 특성으로 바투르산과 아궁산 일대에 계속해서 낮은 구름이 걸리고 비가 뿌리는 바람에 보지 못했다. 그대신 비를 맞으며, 따뜻한 온천물에서 물놀이를 하고, 물놀이 연주연습을 했다.
잠깐 쉬는 사이에 해피 아저씨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기에 뭘하나 봤더니, 헉, 게임이다. 게임을 하면서 계속 돈을 잃고 있다는데도, 웃으면서 계속한다. 아, 이것 참. 일단은 말렸지만, 재미로 한다고 하니 어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