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40분에 일어나서 책을 본다고 하다가 혼나고 다시 누웠다. 6시 20분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아침산책을 나갔다. 사누르 해변길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모두들 건강한 모습이다. 가게들은 벌써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었고, 집앞의 모래를 쓸어 깨끗한 길을 만들고 있었다. 신심이 깊은 부부는, 한참을 쪼그려앉아 신께 공물을 받치고 기도를 한다. 그들의 경건함이 아름다운 삶으로 이어지기를.
한시간여를 걷다가 담배꽁초가 잔뜩 버려진 해변을 발견했다. 마침 옆에 쓰레기통이 있었다. 줍자. 맨손으로 담배꽁초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2분 정도 주우니 주변의 꽁초들은 전부 해결이 되었다.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맙단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학생들의 밝은 모습에서 해방감이 느껴진다. 아직 7시도 되지 않았는데, 단정하게 차려입고 자전거의 속도로 아침 해변가를 즐긴다.
바다로 나가 보았다. 세상에. 10미터 앞에서 봤을때는 분명 뿌연 색이었는데, 이렇게 맑고 깨끗하다니. 사누를 비치를 오해했구나.
40분을 걸어 반환점에서 배가 고파 물을 한병 샀다. 이 산책로의 맨 윗부분은 섬들로 보내는 물건들을 보트로 운반하는 항구다. 항구 주변으로 아주 작은 가게들이 성냥갑처럼 붙어있다. 작은 탁자에 둘러앉은 발리사람들이 아침을 먹고 있다. 편안한 얼굴이다. 물론 백인들이 그득한 이쪽의 빌라들의 고급스런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도 괜찮다. 맑은 해변을 똑같이 누리고, 똑같이 한끼의 식사를 하며,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떨어진 꽃들을 귀여운 조각상들 머리위에 다시 꽂아주었다. 떨어진 꽃도 재사용한다.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플루메리아의 꽃들이 떨어져있다. 머리위에도 발아래도 온통 꽃천지다. 내일 떠날것인데도 벌써 이길이 그리워진다.
오후 1시경이 되니 청소하러 청년들이 몰려온다. 나가자. 쇼핑센터로. 사롱도 사고, 썬크림 지우는 오일도 사자. 어제보다는 덜덥고, 모자가 확실히 도움이 된다. 씩씩하게 쭉 걸어간다. 아, 덥다. 은세공품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면서 더위를 식혔다. 쇼핑센터는 정찰제라 가격협상을 하지 않는다. 달릴때 실은 가벼운 운동화를 봤더니 8만원~12만원이다. 과일가게도 들려서 가격도 알아보고, 오일도 샀다. 입구에 있는 곳에서 녹색의 사롱도 샀다.
가자, 어디로. 맛있다는 꼬치구이집으로 . warung rainbow. 무지개 노점상. 문이 닫혀있다. 일단 위치는 확인했다. 얼른 시원한 카페로 가자. 에어컨이 있는집으로.
분명히 에어컨은 돌아가는데, 그저 더위를 살짝 피할 정도다. 망고쉐이크를 주문했는데, 오, 제대로다. 다 먹는데 30분 걸렸다. 아포카도도 먹을만했다. 음료를 마시며 고생대 6대륙의 변화과정을 다시 공부하였다. 써먹을려는 생각은 없는데, 써먹지 않으니 외워지지 않는다. SK - BC - LG가 6대륙이다. 재미있는 쌍이다. 시베리아대륙과 카자흐스탄대륙, 발틱대륙과 중국대륙, 로렌티아대륙과 곤드와나대륙이 500ma 캄브리아기의 6대륙이다.
쉐이크를 다마시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과일가게에 들러 잭프룻과 파파야, 바나나를 샀다. 사롱은 원피스와 마찬가지로 염색물을 빼내야해서 열심히 빨아서 널어두었다. 오후 5시가 다되어 수영장에 갔다. 1시간 정도 열심히 했다. 그리미가 내손을 잡지않고, 7m를 무사히 떠서 간다. 놀라운 발전이다.
그랩으로 나시고랭과 돼지고기 사태를 주문해서 수영장 옆에서 먹었다. 빈땅 3병까지. 발밑에는 모기향을 피워놓고, 몸에는 모기기피제를 뿌리고, 멀리서 도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선풍기 한대만 제대로 돌아도 훨씬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랍스터 먹느라고 더위와 파리때문에 고생한 것에 비하면 훌륭하다. 수영을 마친 시점에서는 매우 시원하고 좋았는데, 샤워를 하고 옷을 입었더니 다시 덥다. 무더운 발리는 역시 발리다.
언제나처럼 viva la vida와 파가니니아를 들으며 쉬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