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눈을뜬 시간이 8시반이고, 준비하고 출발하니 10시반이다. 길은 아주조금 밀렸다.
1박 2일의 여행동안에 변산바람꽃은 실컷봤다. 10년도 더된 오랜꿈이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이루었다. 비내리는 날씨였지만, 괜찮았다. 다음부터는 꽃구경을 올때는 맑은날에 올것을 다짐했다. 가성비가 너무떨어진다.
변산바람꽃은 2월에 피는꽃이어서 독특한 것이지, 변산특산고유종이어서 귀하게 대접받는것이다. 노란 얼음새꽃과 더불어 늦겨울 눈속을 헤치고 꽃을피운다. 눈속에서 꽃을 피울수있다고해서 기온이 영하에 가깝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꽃이 활짝 피지않는다.
꽃을싸고있던 잎들이 서서히 꽃을 내어놓으면, 헛꽃이 드물게 날아오는 벌과나비를 유혹하여 수정에 이른다. 내변산분소에 자생지가 있어서 입구에서 요청하면 자세한 설명을 들을수 있다.
http://www.grandculture.net/buan/toc/GC08000320?search=A3/2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12151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음에 함평 별미관으로 육회비빔밥을 먹으러간다. 변산에서 20분만 더가면된다. 돈이 아깝지않은 음식의 하나다. 추석이후 처음으로 가족여행에 동참한 우주신에게 별미를 맛보여주기 위해 먼길을 돌았다. 호기롭게 특자를 시키더니 한참을 먹는다. 밥에 얹어진 육회도 맛있고, 냄새나지않는 선지국도 일품이다. 작년에 왔을때는 자리에서 직접 끓여먹을수있도록 해주어서 더맛있었다. 막걸리 한병도 나눠마셨다.
생애 첫연금을 83만원 받았다. 연금생활자가 되었다. 육회비빔밥으로 한턱냈다.
청림마을회관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동네할머니가 알려주신 곳으로 열심히 걸음을 옮긴다. 마을을 흐르는 개천의 물이 참으로 맑다. 변산에는 천개의 개천이 있다고 한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유난히도 맑은물들이 흐른다. 고사리밭 너머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계신다. 저기구나.
쪼그리고 앉아 살짝 고개를 처들어야 보일정도로 작고 화려한 꽃이다. 꽃을 둘러싼 잎들이 - 포엽이라고 명칭을 붙였는데 마음에 들지않는다. 싼들잎이라고 하면 좋겠다. 싼들잎이 화려한 꽃을 방패처럼 둘러싸고 있다. 실제로 이 싼들잎이 시기가 되어 입구를 열어주지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내변산분소에는 변산바람꽃의 일생이 펼쳐져있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의 깃대종이 바로 변산바람꽃이다. 부안종개가 또한 깃대종인데, 지금은 추워서 모습을 볼수가 없단다. 다른 어떤바람꽃보다도 화려하다고 하는데, 다른 바람꽃들도 본적이 없다. 4월에 한반도의 여기저기에 핀다고 하니, 올해는 바람꽃을 찾아봐야겠다.
바람꽃 구경을 끝내고 저녁을 먹기전에 숙소를 구하려고 바닷가쪽으로 갔다. 갯벌바다펜션의 젊은 사장님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4인실을 셋이 사용하니 10만원으로 깎아주신단다. 3층의 숙소는 깨끗하고 좋았다. 봉평의 산들꽃펜션처럼, 침구류를 하얀 시트로 바꾸고, 낡은 수건도 새것으로 교체하고, 벽에 있는 작은흔적들을 치워내고, 커텐을 새로 한다면 참좋은 숙소다. 아쉬운점은 있지만 하루밤 신세지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저녁을 먹으로 두군데의 명인바지락죽집을 찾아갔다. 한곳은 문을 닫고 있었고, 다른 한곳은 포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인삼바지락죽 2개와 바지락비빔밥을 포장해 와서 저녁을 먹었다. 들어간 재료도 풍부하고, 가격도 서울의 죽집들과 같은 12,000원이다. 역시 가성비가 좋다.
이틀동안 내변산분소와 청림마을, 내소사의 청연암계곡까지 잘 돌아다녔다. 노루귀와 얼음새꽃, 산자고까지 2월의 꽃들과 만나 기분좋은 이틀이다. 그래도 꽃구경은 쾌청한날에 하기로 마음을 굳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