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20분만에 평창역에 내렸다. 강릉행 금요일 열차는 여인들로 가득하고, 가방을 등에 맨 외계인처럼 넓은 객실에 홀로 앉아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서 에이다-튜링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에이다에 대한 과도한 평가는 그렇다치더라도 찰스 배비지의 두빼엔진과 튜링의 에니그마 해석기계는 모든 사람이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다. 동성애는 다루기 힘든 영역이다. 인정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편하게 어울릴수 있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여자친구가 있듯이 제3의 성을 든든하게 받아들일때까지는 아직도 긴세월이 남아있다.
산들꽃펜션까지 차로 20분이 걸리지 않는데, 해발 700고지의 산길은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겨울의 힘이 있다.
밤이 새도록 다사의 이야기를 들어야했으나, 도시와 전원을 두루 즐기는 부지런한 친구의 살뜰한 보살핌덕에 점잖게 술자리를 마칠수 있었다. 우리가 저지른 실수덕분에 개헌까지 나아가야하는 험난한 여정이 있다. 과거에는 개헌이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필수다. 잘못 선택된 침팬지덕분에 새로운 정치실험을 앞당길수 있는 동력이 확보되었다.
박민과 유병호에 대한 성명이라. 그래 초안이나 잡아보자.
새벽 4시까지 시달리다가 간신히 잠이들려했는데, 높은 베개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8시부터 잠을 깨우는데, 눈이 떠지지 않는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고 태기산을 향해 눈길을 걷는다.
멧돼지가 만들어놓은 길과 고라니가 스쳐간 길을 거쳐 사피엔스의 길을 만들며 나아간다. 금방 해발 1100에 올랐는데, 바로 아래에도 꽤많은 민가들이 들어서있고, 인기척이 보인다. 대단하다.
눈이 내린 계곡에는 봄을 알리는 물소리가 쉼없이 이어지고, 제법 경사진 임도를 따라 쓰러진 나무들을 헤쳐가며 두시간 남짓 산책을 하고 왔더니 밥을 먹을만하다.
잘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