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를 가려고 했다가 취소한 것이 못내 아쉽다. 당시 항공료가 55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러시아어를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데, 워낙 어렵다보니 진도를 빼지 못한다. 베트남에서도 러시아 관광객들을 많이 만났는데, 인사조차 건네기가 무서울 정도다.
17일의 16km를 걸은 후유증 때문에 어제는 고작 8km를 걸었다. 아침에 꿈결속에서 몸상태를 점검해보니, 쉬는게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리미도 동의해서 9시까지 늘어지게 잤다. 약속은 오후 3시다.
10시에 숙소를 나서서 그대로 그리미가 제안한 선암사로 갔어야했다. 원래 계획이었던 여수 순천만 걷기가 못내 아쉬워 차로라도 둘러보려고 갔는데, 새길을 4차선으로 만들면서 예전 해안도로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 몇번을 헤매다가 포기하고 선암사로 향했지만, 도착시간이 12시다.
선암사 일주문 바로 앞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천천히 오른다. 그야말로 멋진 산책이다.
장군봉까지 다녀오면 총 3시간 반이 걸리겠기에 90분만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욕심이 발동했다. 행남절터에 도착했을때, 약 80분 정도가 걸려서 충분히 정상을 다녀올 것이라 생각했다. 정상까지는 정상까지는 500m 정도만 더 올라가면 되리라.
장군봉에 1시 50분에 도착했지만 쉬느라고 2시가 되어버렸다. 작은굴목재로 돌아서 내려가도 길이가 비슷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었다. 꼬박 2시간이 걸렸다. 선암사에서 주차장까지 올라올 떄는 얼마 걸리지않은 것으로 느꼈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 매우 먼 거리였다. 그리미가 뒤쳐져서라도 잘 따라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는 산행 전후에 절대로 약속을 잡지 말아야겠다.
약속을 두 번이나 연기했다. 3시 반에 주차장에 도착했으나 멋진 산에 대한 감흥이 전혀 없다. 정신없이 걸음을 옮기기만 했다. 욕심이 부른 벌이다. 달게 받아야 한다. 그래도 뿌듯했다. 쉽지않은 길을 전부 걸어냈다.
저녁은 근사한 한식집에서 꼬막정식을 먹었다. 양이 꽤많았는데, 열심히 걸은 덕분에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배가 자꾸 늘어나는 느낌이다. 자제해야 하는데, 외식을 하면 어쩔수가 없다. 선배로부터 받은 복막걸리를 시원하게 마시고 싶어서 집으로 얼른 돌아왔다.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