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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베트남 여행

[닌빈-하롱베이-깟바-하노이] 도자기 마을의 산책_240207 el miercoles, siete de febrero_Среда, Семь февраль

하노이 시내를 걷는 고통스런 기억에서 벗어나려고 오늘은 택시를 탁고 밧짱 bat trang으로 간다. 그랩으로 7인승을 부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잡히지 않는다. 호텔에 요청을 했다. 10분 정도만에 7인승을 불러준다. 고맙다. 2인실 7만원.

 

길은 끝도없이 밀리지만 소음에서 해방되었다. 소음을 방지하는 귀마개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휴지에 물을 묻혀서 귀를 막았다. 아주 나쁜 소음은 막아낼 수 있었다. 멋은 포기해야 한다. 정신병에 걸리면 멋이 무슨 소용이랴.

 

한국의 도자예술은 신의 경지다. 베트남은 대량생산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한국의 길을 따를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중에도 눈길을 끄는 멋진 도자기들이 너무나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한참을 걷다가 박물관 4층의 카페에서 주문을 했는데, 온통 얼음을 탔다. 따뜻한 음료는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허름한 카페였지만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놀랍다. 마음을 다하는 장사꾼 기질도 충분한 나라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신뢰다. 믿음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는데, 베트남은 거래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고, 스스로도 신의를 지킨다. 이것은 오랜 유교전통과 반제국주의 독립운동에 승리한 민족이 가지는 자부심이 반영된 것이다.

 

아들의 표현대로 DDP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그러나 완전히 흙으로 만든 도자박물관의 입구는 평범하면서도 독특하다. 스스로 이런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21세기의 힘인 문화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비록 길바닥에 서서 발을 씻는 헛된 움직임이 효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씻겨짐에는 틀림없다.

 

길바닥에 작은 의자를 깔고 앉아 단 세그루의 나무를 팔고있는 아낙에게는, 두려움과 걱정은 없다. 팔았던 기억이 있고, 팔수만 있다면 허기를 면하고 공부를 할수 있으리라. 어제도 나왔을 것이고, 1년전에도 이곳에서 뿌리가 잘린 나무를 팔았을 것이다. 뿌리가 잘렸다는 것은, 어제의 천한 나를 버렸다는 것이고, 수많은 복숭아 꽃봉오리를 간직한 멋진 가지들이 있기에 앞으로의 나는, 충분히 화려하게 피어날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그것이 베트남이다.

 

한참을 걷고 걸으며, 마음에 드는 그릇들을 사서 흐뭇한 마음으로 구시가지로 간다. 날이 추워서 호텔에 들려 패딩을 하나씩 가지고 내려왔다.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는 나와 같이 서서 쉰다. 그는 머리를 단정하게 잘랐고, 스마트폰으로 자본주의와 소통하며, 따뜻한 녹차 한잔으로 베트남의 전통을 지키며 산다. 고작 1만동의 수고료를 더해 주었는데도, 더 따뜻한 악수로 나를 환송해 준다. 멋지지 아니한가.

 

롯데마트는 인파로 넘쳐난다. 설명절을 준비하러 나온 모양이다. 보드카 네병, 베트남 백포도주 2병, 통후추 6병, 과자 4봉을 샀더니 장바구니가 넘친다.

 

호텔의 루프탑에 포도주를 들고가서 마셔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안주를 주문해달란다. 당근. 8일간의 짧지않은 여행을 돌아본다. 하노이공항에서 공항마중을 받지 못해서 당황했던 30분, 닌빈호텔의 거대한 석회암 회벽, 하롱베이 크루즈, 닌빈 자전거여행, 깟바 국립공원 응우람산, 카약킹, 사공의 노래, 손으로 모내기하는 베트남의 농부가족들, 운이 좋아서 만났던 플라밍고 해변길 등등.

 

포도주 한병은 두병이 되고, 맥주 2잔은 8잔이 되어서야 자리가 끝났다.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