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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베트남 여행

[닌빈-하롱베이-깟바-하노이] 항무아로 가자_240201

벌써 부지런한 친구들은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들어와서 아침 식사를 했다. 어제 그렇게 먹었는데도 아침을 끝도 없이 먹어댄다. 용과와 망고, 수박, 귤 등 과일이 풍부하고, 볶음밥과 쌀국수는 걱정이 없을 정도로 입에 맞았다. 오믈렛은 매우 싱거웠는데, 간을 맞출수 있었다. 괜찮다.

 

식사를 마치고 자전거 연습을 했는데, 그리미가 겁을 먹어서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포기.

 

세사람은 걷고, 세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항무아로 이동. 걸을 때보다 닌빈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아스라한 안개도 좋고, 논에서 가족이 힘든 노동을 하는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인사를 건냈더니 너무나 반가워한다. 좋다. 땀꼭 시내에 도착해서 옷가게에 들렀다. 모자도 사고 반바지와 바람막이도 샀다. 50만동. 단체옷도 봐두고 다시 항무아로 간다.

 

조용해서 좋다. 항무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걷는 사람들을 마중하러 나갔다. 옷가게에서 시간을 많이 썼는지 금방 만났다. 자전거를 타고 뒤를 따랐다. 공원 앞의 자전거 주차장은 1만동, 공원안의 자전거 주차장은 5천동. 입장료 10만동(합계 60만동).

 

항무아 전망대까지 오르는 계단이 제법 재미가 있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시시각각 바뀌면서 잠시 땀을 식힐수도 있다. 석탑산과 정자의 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언제나 오르는 길은 도전이다. 오르고 내리는 것이 삶의 상징이다. 무사히 올라갔다 왔다. 

 

 

 

호주인처럼 보이는 분이 "I know the short leg"

 

걸어온 사람들은 택시(10만동)를 타고 옷가게로 출발하고 자전거 탄 사람들은 또 자전거로.

 

다른 옷가게에 내렸다. 거기에도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서 또 샀다. 그리고 단체옷을 사러 가서 또 샀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옷인데, 괜찮다. 부담이 없다. 오래 입을수 있다. 기념품이 싫은 사람은 가방을 샀다. 괜찮다. 65만동. 2만동을 깎으려다 포기하고.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살아서는 매출의 1%를(순이익의 1%가 아니다) 환경단체에 기부했고, 죽으면서 주식전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자연을 좋아하는 히피생활을 하던중 한국에서 군복무를 했고, 인수봉에 쉬나드 A와 B라는 암벽등반로를 개척해 놓았다.

 

한국인 디자이너와 함께 파타고니아를 창업했다. 청계피복노조의 미싱사들을 최고의 기술자로 인정하여, 한번 사면 평생동안 수선을 해주는 일을 그들에게 맡겼다. 농부들이 퇴비를 만들어 쓰는 것을 보고, 미국 농업에 대해 반성하며, 뿌리가 깊이 내리는 밀을 심어 미국땅의 땅심을 되살리고 있다. 이명박이 숨통을 막아놓은 보를 트자는 환경운동이 한국에서 일어나자 그 운동을 자금으로 지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부장관을 상대로 국립공원개발을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탄압따위는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보여주었다.

 

직원들이 환경운동을 위해 시위를 하러나가면 휴가를 주었고, 소송에 걸리면 소송비를 납부해주었다. 환경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을 제안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해서 환경관련기술들을 현실에 도입하도록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 화학섬유를 세탁할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세탁망을 개발하여, 삼성세탁기에 도입할 계획이다.

 

여성들의 사룸 life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 거액을 기부했고, 이에대해 기독교단체에서 항의전화가 오자, 항의전화를 받을때마다 추가로 5달러를 기부했다. 그러자 항의전화가 끊겼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반미가 맛있다. 맥주도. 볶음밥도. 단체옷에서 문제가 있어서 바꿔왔다. 아무리 저렴한 옷이라도 옷은 옷이어야 한다.

 

사원으로 간다. 비포장길을 따라서 석회암산들을 즐기며 달렸다. 어떤 식당은 드넓은 논을 바라보며 음식을 즐길수 있도록 해놓았다. 앉을수가 없다. 지금은 농부들이 땅을 고르고 모를 심어야 하는 시간이다. 무슨 이유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논을 넓혀가며 모내기를 하고 있다. 거의 남자와 여자, 가래와 삽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노동이다. 인사를 건내면 너무나 환하게 답을 하니, 그들의 고통속의 여유가 부럽다.

 

인도에는 슈라마나(사문)의 전통이 있다. 극도의 고통을 극복한 사람은 신보다 위대하다는 사상이다. 아마도 농부들의 긴 노동의 역사를 통찰한 철학자의 결론이리라. 한계를 뛰어넘는 인내와 성실이다. 베트남의 농부들에게서 그것을 본다.

 

바퀴는 써레질을 하고 뒤의 작업기는 평탄작업을 하는 새로운 트랙터가 가끔씩 보인다. 낡은 트랙터 엔진을 베트남 스스로 개조하여 새로운 상품을 내놓은 모양이다. 단순하지만 효율높은 이앙기도 두대 보았다. 5년 내로 이 두기계가 베트남 농민들 전체를 고된 노동에서 해방할 것이고, 여유로워진 일손은 다시 베트남의 도시들을 살찌울 것이다.

 

그리되면 베트남판 슈라마나 전통은 어디로 갈것인가. 당연히 역사속으로 사라져야 하리라. 

 

이리저리 구경하느라 늦은 덕분에 5시가 넘어서 입장료 인당 9만동을 면제받고, 자전거 주차비 2만동을 냈다. 좋았다. 절약한 45만동으로 80만동의 포도주를 사서 나눠마셨다.

 

 

 

사원은 또 끝도 없이 오른다. 그만 오르고 싶은 것을 참고 오른다. 슈라마나.

 

사원 구경을 무사히 마치고, 시장에 가서 수박-망고-용과를 사왔다. 노점상에서 샀는데, 어제보다 더 비쌌다. 어쩌냐, 살짝 당한 모양이다. 천원. 괜찮다. 돌아가는 길은 해가 졌다. 노을은 볼수없다.

 

몸을 씻고 숙소 식당을 빌려서 저녁 잔치를 했다. 온통 과일이다. 술은 맥주 - 와인 - 베트남 소주. 닭구이를 주문했더니 한시간 후에 나온다.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어서인지 맛있다. 프랑스 포도주도 마셨다. 80만동. 헉. 식당 빌린값이라 생각한다.

 

석회암 limestone은 온갖 조개류의 퇴적물이다. 수십억년 번성의 결과다. 믿기 어려우나 믿을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저렇게 단단한 석회암을 만들수 있겠나? 퇴적물이 그대로 드러났다면 층을 나누는 선은 수평선이어야 한다. 그런데, 약간 또는 많이 기울어져 있다. 이것은 지층운동의 영향을 받아 압축되었거나 솟아올랐다는 증거다. 솟아오른 탄산칼슘 calcium carbonate의 퇴적물을 빗물이 쓸어내어 지금의 닌빈과 하롱베이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시간은 언제나 우리편이다. 고난을 이겨내고, 즐겁고, 고통스런 삶을 끝장내준다. 오늘이 와아happy한 것은 잘해낸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