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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 무등산 ] 백악기 대멸종을 부른 불의 나라_231124 el viernes, veinticuatro de noviembre_Пятница, двадцать четыре ноябрь

금요일 새벽에 일찍 출발해서 광주에서 잔 다음에 근처의 등산로를 이용할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3시간이라는 이동시간이 힘들었다. 잠도 설치고 늦게 등산을 하게 되면, 해가 짧아서 시간에 쫓길 것도 같았다. 하룻밤 숙박비가 더 들더라도 목요일에 이동하자. 마침 5만원도 안되는 옛날식 여관이 등산로 앞에 있다. 밤사이에 요란하게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일단 숙소앞의 화순읍내로 나가서 콩나물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문을 닫아서 나주곰탕집으로 들어갔다. 아직 충분히 끓여지지 않은 고기국물이라 진한 맛이 덜한것이 아쉬웠지만, 부드러운 고기를 하나가득 넣어주셔서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다.

 

수만리탐방지원센터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 - 인왕봉 - 중봉 - 중머리재 - 수만리탐방지원센터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수만리에서 장불재까지 오르는 코스가 꽤 가파르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등산로가 잘 닦여 있어서 편안하게 오를 수 있었다. 계단의 높이도 적당하고, 중간중간에 평지와 휴게소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다. 나중에 내려오면서 보니 서석대에서 중봉을 거쳐 중머리재로 내려오는 길이 더 가파르고 험해서 편안한 코스를 잘 선택했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사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았는데도, 울창한 나무들 속에서 바람은 잦아들었고, 산을 오르니 추운 줄 모르겠다. 등뒤로 보이는 안양산과 만연산의 단풍이 아직도 살아있어서, 오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무등산 쪽은 산이 높아서인지 이미 단풍이 다 지고 스산한데, 묘한 대조를 이루며 눈을 즐겁게 한다.

 

 

장불재 쉼터에는 평일인데도 10여명의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쉬고 있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아이들에서부터 연인들까지 가족 중심의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외로움과 고통에 맞서며 홀로 올라오신 분들도 대단하다. 긴 시간의 외로움을 견뎌낼 힘이 느껴진다. 낙타봉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피하고 있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따뜻한 차를 마시는데도 추위가 느껴진다. 올라가자.

 

무등산의 주상절리는 한탄강이나 제주도의 주상절리와는 다르게 만들어졌다. 논문까지 찾아보았는데도(국립공원 무등산의 지질형성사와 자연경관 https://jgsk.or.kr/xml/01784/01784.pdf),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이해했다. 제주도와 한탄강의 주상절리대는, 현무암질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올라오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반면에 무등산은 마그마가 굳은 것이 아니라, 화산 폭발로 날아온 뜨거운 화산재가 두텁게 쌓였다가 급격하게 식으면서 만들어졌다. 화산재가 두텁게 쌓여 만들어지 암석을 응회암이라고 한다. 결국 제주도는 현무암 주상절리, 무등산은 응회암 주상절리다. 무등산 주상절리는 8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cretaceous period 말의 불의 시대에 만들어졌다. 백악기는 하얀 석회암 절벽으로 상징되는 시대로 1.5억년전 ~ 6천만년전의 시대다.

 

백악기에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세가지다.

 

① 조개나 산호의 외피인 탄산칼슘이 대규모로 퇴적되어 새하얀 석회암 절벽이 만들어졌다.

② 고생대에 만들어진 곤드와나 대륙이 분리되어 지금의 남반구와 인도, 마다가스카르섬이 만들어졌다.

③ 대륙이 갈라지기 위해서 이루어진 활발한 화산활동의 결과, 조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룡이 절멸하고(백악기 대멸종), 대서양 해령이 만들어지면서 대서양이 점점 넓어졌다.

 

백악기 대멸종과 함께 중생대가 끝나고 신생대가 시작되었다. 백악기 대멸종기에 한반도 남부를 뛰어다니던 공룡들도 멸종하였다. 한반도 남부 곳곳에 남아있는 공룡의 발자국들은, 백악기에 이곳이 민물호수가 잘 발달된 지역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KBS 5부작. '히든 어스' 내용은 참 좋았는데,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말을 폐기하는 것이 좋을까? 좋은 우리말로 멋있게 짓도록 하자.

 

 

서석대를 지나 인왕봉으로 올라갈 계획이었는데, 공사중이어서 등산로가 폐쇄되었다고 한다. 눈 내리는 차가운 산행이 되었을테니, 오르지 못한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무등산의 삼봉은,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이다. 세개의 봉우리가 연달아 있어서 천지인 삼재(천하를 구성하는 기본재료 3가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하여 붙인 이름이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눈덮인 3봉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내려오면서 뒤를 돌아보자, 구름이 걷히고 하얀 봉우리들이 근사하게 드러난다.

 

중봉쪽으로는 길이 험해서인지 올라오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중머리재에 도착하니 제법 사람들이 많다. 멀리  서석대와 봉우리들을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준비해 온 귤과 과자로 가벼운 식사를 했다. 아침으로 먹은 나주곰탕이 아직도 소화가 되지 않아서인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중머리재에서 수만리로 돌아가는 길은 평범한 산책로다. 평일이다보니 이쪽으로는 사람이 없다. 탐방센터에 도착하기 20분 전에 길 표지가 사라져서 잠시 방황했지만, 카카오맵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도착했다. 차를 타고 다시 광주로 돌아갔다. 원래는 화순에서 자고 영암으로 바로 내려갈 계획이었는데, 무등골 전집에 들르기 위해 광주로 갔다. 막걸리 한 병과 소주 한 병을 시켜서 모듬전 하나를 다 먹었다. 대단하다.

 

대학시절 이후 꼭 40년만에 무등산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