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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부직포와 비닐을 모두 걷다_231206 el miercoles, seis de diciembre_Среда, шесть Декабрь

그리미는 일을 놔두고 쉬지를 못한다. 내려오면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다른 농부들의 밭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깔끔하게 정리해두고 싶다고 한다.

 

어제 오후부터 일하러 나가자고 서두른다. 책이나 보고 싶지만, 억지로라도 일하는 것이 사실 즐겁다. 그래서 5분만을 반복하다가 결국 옷을 갈아입었다. 맥문동 씨앗을 매화나무 주변에 흩뿌리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작은 땅이지만, 손을 풀을 매기에는 꽤 넓은 면적이다. 과연 이곳에서 풀을 이기고 맥문동이 발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여러 꽃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김매기를 잘 해 줄 수 있을까?

 

옷을 두겹씩 두툼하게 껴입고, 버프까지 쓰고 일을 했다. 모자는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잘못했다. 기온이 5도 내외라면 얇은 모자라도 반드시 쓰고 일해야 한다. 장갑도 한겹을 끼고 일했는데, 낡은 장갑이다보니 금방 습기에 젖어서 손이 시려웠다.

 

월요일부터 6분 달리기와 40초 프랭크, 30개 스쿼트를 했더니, 온몸이 쑤시는데다가 부직포를 걷고 비닐을 걷느라, 앉았다 서기를 반복했더니, 겨우 다섯 이랑을 했는데도, 저녁을 먹고 기운이 쑥 빠져 나간다. 게다가 저녁을 많이 먹었더니 몸이 더 힘들다. 

 

오늘은 음성에 다녀와서 김밥 한줄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30분 정도 쉬다가 일하러 나갔다. 비가 오려고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고 찬바람도 부는데, 기온이 높아서인지 춥지 않다. 오늘도 그리미의 손에 이끌려 밭으로 나갔다.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옷을 든든하게 입고 모자도 쓰고 일을 했더니 추운 줄 몰랐다. 절반 정도 일을 끝마쳤는데, 비가 제법 굵어진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쓰레기 정리를 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비가 또 그친다.

 

다시 밭으로 갔다. 이랑의 길이도 짧아지고, 풀이 심하게 나지 않은 구간이라 일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해가 다 넘어갈 무렵에 일을 마쳤다. 대단한 일이다.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쥐똥나무 가지치기와 하우스 창고 정리하는 일이 남았다. 여유있게 2주 정도에 끝낸다고 생각하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월출산 앞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