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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즐거운 마음으로 힘들지 않게 고추대를 뽑다_230911 lunes, once de septiembre_Понедельник, одиннадцать Сентябрь

땅이 넓기는 하다. 아무런 소득도 없으니 보람이 없다. 이런 상황이 일을 더 힘들게 한다. 방법은 하나다. 우리가 찾으려고 했던 그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일은 즐겁게 하되 줄이고,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서 한다.

 

오늘은 고추밭을 정리했다. 지난 주말에 동생 부부가 와서 말뚝도 절반을 뽑아 놓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줄도 걷고, 삼양동에 보내드릴 빨간 고추도 따고, 고추말목도 뽑고, 고추대도 뽑았다. 원래 계획은 상태가 좋은 나무는 살려두고 계속 고추를 따먹을 생각이었으나, 병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들 죽어가고 있다. 고추를 뽑아내는 데도 힘이 하나도 안든다. 뿌리가 제대로 박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필요한만큼 마지막 고추 수확을 했다.

 

날이 더워서 땀도 흐르고 발걸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잠시 쉬면서 맥주도 한 잔 했다. 즐겁게 일했다.

 

고추대를 뽑으면서, 이 이랑을 계속 유지해서 내년 봄에 이곳에다 참깨를 뿌릴까 생각해 봤다. 이미 7년 전에 경험을 했다. 다른 집들은 이 위에다가 제초제를 뿌려서 풀을 완전히 잡은 다음에 다음 작물을 심기 때문에 일이 쉽다. 그러나 우리는 내년 봄부터 땅속에서 올라오는 풀들과 계속해서 전쟁을 벌여야 한다. 7년 전에는 패배했다. 도저히 지쳐서 할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해볼까? 다시 이랑을 만들어 참깨를 심는다고 해서 풀이 안나는 것은 아니다. 위에다 제초매트를 한 겹 덮어서 풀이 나지 않게 한 다음에 심을까? 그것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 검토해 보자.

 

지난 달에 농원에 무지개가 떴다.

정말 드문 현상이었다.

어렸을 때는 흔했던 일이 지금은 귀해졌다.